금융위 5조 신디케이트론 조성…현장은 "사회환원 강요" 볼멘소리
금융당국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연착륙을 위해 최대 5조원 규모의 신디케이트론(공동대출)을 조성할 계획이지만 대출 참여 금융사는 불만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당초 PF시장을 둘러싼 리스크가 높은 데다 개별 금융사가 떠안을 비용 부담 대비 수익이 크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당국발 신디케이트론 조성 방침에 익명을 요구한 복수의 금융권 관계자는 "울며 겨자먹기식 동원" "당국의 요구에 등 떠밀려 자금을 내놓는 격"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20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은행, 보험업권 PF 신디케이트론 업무 협약식'을 주관하며 당국의 복안을 제시했다. 이 자리에는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과 삼성·한화생명, DB손해보험과 삼성·메리츠화재 등 5개 생명 및 손해보험사 등 총 10개 금융사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이들 금융사 선정에 관해 당국은 대출 대상 사업장이 일정 정도의 사업성을 확보하고, 소송 등 법률 리스크와 대주단 간 분쟁이 없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김 부위원장은 "이번 신디케이트론의 경우 공공부문의 손실 흡수 같은 별도 보강장치 없이 금융업권이 스스로 부동산 PF 연착륙을 위해 민간 재원만으로 조성했다는 점이 큰 의미를 갖는다"고 말했다.
금융권 분위기는 당국과 동상이몽 격으로 PF 리스크가 예상치를 상회한다는 판단이 주를 이룬다. 통상 은행과 보험업권은 높은 수익이 기대될 때 부동산 PF 대출을 실행했지만 현재는 시장 상황이 녹록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부동산 PF 시장이 무척 어렵기 때문에 누군가 이를 떠안아야 하는 상황"이라며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은행과 보험업권이 이를 부담하게 된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당국이 밀어붙이면 거부하기 어렵기 때문에 사실상 사회환원을 강요한 셈"이라고 비판했다.
앞서 당국은 부동산 PF 사업성 평가 기준을 객관적, 합리적으로 개선해 PF 사업장의 옥석을 가리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사업성이 충분한 정상 사업장에는 자금을 공급하고, 사업성이 부족한 일부 사업장은 PF 시장 참여자가 스스로 재구조화, 정리해갈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하겠다는 뜻이다.
이번 신디케이트론은 차주의 유형과 자금 용도에 따라 경·공매 낙찰로 부동산 PF 사업을 희망하는 신규 사업자를 위한 '경락자금대출'을 비롯해 총 4개로 나뉜다.
구체적으로 소유권과 인허가권을 양수받아 수의계약으로 대출하는 '자율매각사업장 인수자금 대출', 부실채권(NPL) 금융기관과 NPL 펀드가 부동산 PF 사업장의 NPL을 할인해 매입할 때 필요한 자금을 대출하는 'NPL 투자기관 대출'이 있다.
이어 정상적으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공사비 부족 등을 겪는 사업장을 위한 '일시적 유동성 애로 사업장 대출'이 있다.
일선 현장의 볼멘소리에 대해 당국은 공동조성으로 리스크가 오히려 줄어들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한 금융사가 자금을 대기 어려웠던 사업장에 여러 금융사가 위험을 나눠 자금을 공급하는 구조라는 설명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금융권에서 대출을 제공하면 이익을 취할 수 있고, 대출심사로 손해를 방지할 수 있다"며 "이들의 사회적 책임을 요구한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아울러 "부동산 PF 정상화 과정에서 힘을 모으면 향후 시장이 안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이수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