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 예보, '풍선' 띄우고 '구름씨앗' 만들어 정확도 높인다
기상예보의 3대 축은 관측·예보모델·예보관
국내 유일 기상관측선, 바다 '관측 공백' 메워
'인공구름챔버'로 구름 발달 메커니즘 밝히면
예보모델 정확성 높이고 산불 예방 등 실용화

"날씨 예보 역량을 강화하려면 정확한 관측이 중요한데요. 관측망이 촘촘한 육상에 비해 해상 관측 시스템은 아직 부족합니다. 바다에서는 시설물 고정이나 회수가 어려워서요. 그 해상 공백을 메우는 게 바로 이 '기상 1호'입니다."
지난 20일 제주 서귀포항에 정박한 기상청의 '기상 1호' 선상에서 류동균 선장은 이렇게 설명했다. 국내 최초이자 유일한 해양기상관측선인 해당 선박에는 해수 염분·수온 측정기, 미세먼지 관측 장비, 표류 부이(Buoy·부표), 이동식 해저지진계 등 각종 장비가 가득했다.
변화무쌍한 날씨를 정확하게 예보하려면 3개 축이 맞물려야 한다. 관측, 예보모델, 예보관 역량이다. 기온, 기압, 풍속 등을 정확하게 측정해 복잡다단한 방정식 프로그램인 '수치예보모델'에 대입하고, 결괏값을 바탕으로 예보관들이 분석을 내놓는 과정이 곧 '기상예보'다.

이때 해상 관측에 쓰이는 대표 장비 중 하나가 '자동고층기상관측장비(ASAP)'다. 거대한 헬륨 풍선에다 측정기구 존데(Sonde)를 매단 것인데, 풍선이 상공 20㎞까지 올라가며 대기 층층마다 '기온 습도 기압 풍향 풍속'을 관측한다. 세계기상기구(WMO) 규칙에 따라 전 세계가 같은 시간에 고층 관측을 하고, 이를 바탕으로 예보관들이 활용하는 일기도가 제작된다.
바다 위에 띄우는 부이도 중요하다. 류 선장은 "태풍이 올 때는 배로 접근할 수 없어 부이를 태풍 예상 진로에 던져 놓고 태풍 기압과 강도 등을 측정한다"며 "빠르게 가서 던지고 배는 도망친다"고 웃으며 말했다. 다만 해류에 따라 흐르는 부이는 관측 장소가 계속 변해 최근에는 원격조종이 가능한 무인 수중로봇 '해양글라이더'를 기상청에서 연구·개발 중이다.

이렇게 수집된 해상 관측 자료는 태풍 등 실제 기상예보의 밑바탕이 된다. 이현수 국가태풍센터 센터장은 "태풍은 해상을 지나다 보니 참고 자료가 위상영상 등으로 한정되는데, 이런 공백을 해소하기 위해 올해 동중국해, 대만, 필리핀 등 8곳에 표류 부이를 투하해 유용하게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센터는 보다 정교한 태풍 관측을 위해 내년에 15개 부이를 추가로 투하할 계획이다.
국내 자체 기술 활용해 아시아 2위 챔버 제작

관측뿐 아니라 기상 현상의 과학적 메커니즘을 밝히는 기초 연구도 예보 정확도를 높이는 근간이 된다. 같은 날 찾은 제주 서귀포시 국립기상과학원 '구름물리실험챔버'에서는 구름씨앗으로 인공구름을 만들고, 구름입자 발달을 관찰하는 실험이 한창이었다. 챔버는 4년간의 연구 끝에 국내 자체 기술로 2022년 8월 완공했다. 아시아에서 두 번째 규모다.
온도 기압 습도 등을 제어하는 챔버 안에 여러 화학물질로 만든 구름씨앗을 넣고 기온을 영하로 서서히 떨어뜨리면 씨앗(응결핵) 주변에 수증기가 달라붙으며 물방울이나 빙정(얼음 결정)으로 성장하게 된다. 구름방울은 마이크로미터(μm) 단위로 매우 작지만 레이저와 광학입자계수기(OPC) 등을 이용해 실시간 관측이 가능하다. 구름 발달에 효과적이면서도 친환경적이고 보관이 용이한 씨앗 소재를 찾는 것도 연구 대상이다. 이 같은 연구는 '인공강우' 기술로 이어진다.

인공강우는 한때 공상과학(SF) 소설 같은 이야기였지만 현재는 미국 중국 러시아 태국 등에서 이미 상용화 단계다. 국내에서도 산불 예방 등을 위한 실용화 연구가 진행 중이다. 다만 현재 기술 수준에서는 마른 하늘에 없던 구름을 만들기는 어렵고, 있는 구름에 씨앗을 뿌려 비를 더 내리게 하는 '인공증우'에 가깝다.
구름의 생성, 발달, 소멸 메커니즘은 아직 과학계에서도 '미지의 영역'이다 보니 관련 연구는 예보모델 정교화에도 도움이 된다. 차주완 국립기상과학원 연구관은 "구름의 초기 발달 과정을 계속 관측해서 구름입자 수농도, 모양 등 변수를 향후 수치예보모델에 반영하면 현재보다 훨씬 더 구름·강수 발생을 정교하게 예측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제주= 최나실 기자 veri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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