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체 이야기 묶고 기후위기 DJ오디션까지…한 라디오의 특별한 개국

윤유경 기자 2023. 3. 18.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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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3월30일 개국 앞둔 OBS 라디오 유재명 본부장, 장주영·노광준 라디오국 제작팀 PD

[미디어오늘 윤유경 기자]

“경기방송이 자정을 알려드립니다. (삐-)” 2020년 3월 29일 자정, 주파수 99.9 MHz의 음성이 멈췄다. 99.9 MHz의 주인이었던 경기방송이 폐업하고 정확히 3년이 지난 시점인 2023년 3월 30일, 무음이었던 주파수가 다시 음성을 찾는다. “안녕하세요. OBS 라디오입니다. 다시 만나서 반갑습니다.”

'시민'을 중심에 둔 <OBS 라디오>가 3월30일 개국한다. 2020년 3월30일 라디오 방송사 경기방송이 돌연 일방 폐업한 후, 2022년 5월 99.9MHz 경기지역 신규 라디오방송사업자에 OBS가 선정됐다. OBS는 돌연 폐업으로 해고된 경기방송 구성원들과 함께 'OBS 라디오'를 만들었고, OBS로 고용 승계된 14명의 경기방송 구성원 중 8명이 OBS 라디오에 합류했다.

▲ OBS 라디오 개국 팜플렛. 사진=OBS 라디오 제공.

“첫 번째는 감회가 새롭고, 두 번째는 너무 오래 현업을 떠나있었어서 감이 떨어졌을까봐 약간 두려워요.”(장주영 OBS라디오본부 라디오국 제작팀 PD, 전 경기방송 PD) 미디어오늘이 경기도 수원에 위치한 OBS 라디오 스튜디오를 찾은 지난 16일, 개국 준비로 분주한 스튜디오에서는 3년만에 다시 마이크의 온에어 불빛을 밝힐 PD들의 의지와 기대감이 느껴졌다. “어제 건물 외벽에 '3월30일 개국' 대형 현수막이 걸렸거든요. 그거 보고 울었어요. 3월30일이 경기방송이 죽은 날인데, 3년 만에 부활하는구나라고 생각하니까 저도 모르게 눈물이 펑펑 났어요.”(노광준 OBS라디오본부 라디오국 제작팀 PD, 전 경기방송 PD)

▲ 건물 외벽에 붙은 OBS 라디오 개국 현수막. 사진=OBS 라디오 제공.

'열린 방송', '공동체', '시민참여'. 인터뷰 중 PD들은 OBS 라디오는 시민들에게 열려있다는 점을 연신 강조했다. 방송사의 당연한 의무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OBS 라디오 PD들이 말하는 '시민'에는 그들의 삶도 함께 녹아있었다. 폐업 이후 라디오 개국 준비를 시작하기 전까지 2년2개월의 기간 동안 경기방송 구성원들은 새 사업자 공모와 선정 촉구를 위해 방송통신위원회 앞에서 천막 투쟁을 이어갔고, 각자 다른 일들로 생계를 유지해왔다. 그 기간 동안 그들 옆을 지켜준 건 시민들이었다. “막상 폐업이 되고나니까 생면부지의 사람들이 돕겠다고 오시는 거에요. 자발적으로 기금도 조성해주시고, 너무 감사했죠. 그래서 버틸 수 있었던 것 같아요.”(장주영 PD)

▲ 3월16일 OBS 라디오 스튜디오에서 미디어오늘과 인터뷰를 진행하는 장주영 PD. 사진=윤유경 기자.

“방송국이 없어지고 나서 실업급여를 받으러 갔거든요. 근데 실업급여를 받으러 온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2시간을 기다렸어요. 깜짝 놀랐죠. 우리가 막연하게 생각하던 청취자들의 삶이 이런 건데, 그것도 잘 모르면서 '우리는 이해합니다, 공감합니다'라고 그냥 입으로만 말했구나. 3년 동안 밖에서 청취자들이 일상적으로 겪고 계시는 아픈 일, 억울한 일, 그 속에서 나오는 희망, 모든 걸 많이 느꼈어요. 저희는 더 굳건하게, 청취자들과 같은 눈높이에서 희노애락을 함께할 수 있지 않을까, 저는 이것이 보이지는 않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새로 거듭나는 OBS의 강점이 될 거라고 생각해요.”(노광준 PD)

▲3월16일 OBS 라디오 스튜디오에서 미디어오늘과 인터뷰를 진행하는 노광준 PD. 사진=윤유경 기자.

'왜 OBS 라디오가 있어야하는가?' 지역 라디오 방송사 개국에 던진 물음

야심차게 라디오 개국을 선언했지만, 라디오 청취율이 급속도로 떨어지고 있는 현 시점에 새로운 지역 라디오 방송국 개국은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OBS 라디오 PD들이 가장 많이 던졌던 질문도 '수많은 FM라디오가 있는데, 왜 경인지역에 OBS 라디오가 새로 있어야하는가?'였다. “그 존재성이 확보되지 않으면 앞으로 경인지역 청취자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OBS 라디오만의 진정성은 없다는 생각에 고민을 많이 했어요.” 유재명 OBS라디오본부 본부장의 말이다.

▲ 3월16일 OBS 라디오 스튜디오에서 미디어오늘과 인터뷰를 진행하는 유재명 본부장. 사진=윤유경 기자.

각지에서 모인 사람들이 살아가는 경인지역 청취자들과 함께하는 OBS 라디오의 돌파구는 '만들어가는 지역성'이다. “경인지역은 지역성이 없어요. 여기 살고 계시는 분들과 함께 지역성을 만들어가야 해요. 경인지역은 서울이나 비수도권에서 모인 사람들이 살고있기 때문에, 이들이 자기 고장에 대해 애착을 갖고 함께 살 수 있는 공동체가 될 수 있게끔 OBS 라디오가 함께 해보겠다는 것이죠.” 유재명 본부장의 말이다.

지역성을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방송이 '시민'과 함께해야 한다. “저희 방송의 기조는 '같이 간다'는 열린 마음에 있어요. 라디오 플랫폼을 통해 경인지역 공동체가 회복됐으면 좋겠다는 게 가장 큰 주안점이에요.” (유재명 본부장) '시민과 같이 간다'는 OBS 라디오의 기조는 각각의 프로그램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청취율이 높지 않아 지역 시사 이야기는 들을 수 없었던 수도권 라디오와는 달리 OBS 라디오는 시민들과 지역의 이야기를 같이 나눠볼수 있는 지역 시사 뉴스를 진행한다. '전국라디오자랑'을 통해서는 작은 지역의 이야기를 담아내는 전국 24개 소규모 공동체 라디오들의 송출 플랫폼 역할을 자처했다. 더 많은 사람들이 공동체 라디오를 통해 저마다의 지역 이야기들을 나눌 수 있게 하기 위한 선택이다.

▲ OBS 라디오 개국 팜플렛. 사진=OBS 라디오 제공.

개국과 동시에 공개될 OBS 라디오 어플리케이션에도 '공동체 라디오' 섹션을 따로 만들었다. '뮤직 EXPRESS'에서는 매주 금요일마다 누구나 시민 디제이로 참여해 음악 방송을 진행할 수 있고, 'OBS 프로야구'에서는 인천의 프로야구팀 SSG 랜더스의 경기 중계 방송을 들을 수 있다. 유튜브 채널에서는 메인 스튜디오에서 진행하는 7~8개의 보이는 라디오 콘텐츠들을 내보낼 계획이다.

▲ OBS 라디오 스튜디오. 사진=윤유경 기자.

TV 채널만 운영하던 OBS가 '라디오'라는 플랫폼을 선택한 이유도 제한 없는 공간에서 시민들이 더욱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서였다. OBS가 경기지역 신규 라디오방송사업자에 응모한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TV에서는 시공간의 제약때문에 담아내지 못하는 이야기가 너무 많아요. 라디오는 그런 제약을 뛰어넘어 모든 걸 포괄적으로 담아낼 수 있는 플랫폼입니다. TV와 라디오가 같이 협업하고 공존한다면 이 지역에 대한 더 많은 이야기들을 담아낼 수 있는 시너지 효과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유재명 본부장의 말이다.

▲OBS 라디오 스튜디오. 사진=윤유경 기자.

새로운 단일주파수방송망(SFN) 기술을 도입해 청취 가능 범위도 확장시켰다. 전파가 걸려 경기 남부에서 북부로 넘어가면 100.7MHz로 채널을 돌려야 했던 이전과 달리, 이제는 경인지역의 모든 방송권역을 단일 주파수 99.9MHz에서 들을 수 있게 돼 총 1680만 명의 가청인구를 확보했다. “중앙 언론사에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 청취·가청 권역, 가청 인구를 확보하고 있어요. 더군다나 수도권 유일한 지역방송사로서 중앙언론과 다툴 수 있겠다는 기대감이 있습니다. 더 많은, 새로운 청취자들을 만날 생각에 설레는 마음입니다.” (장주영 PD)

시민 기후환경디제이 공개 오디션 진행하는 <오늘의 기후>

평일 오전 11시 방송될 <기후 만민공동회: 오늘의 기후>는 시민들이 공개오디션을 통해 '기후환경 디제이'를 맡게 될 기후환경 프로그램이다. 서류 접수를 받은 후 개국 날인 30일 본선 진출자 5명을 뽑는데, 이들은 4월부터 한 달 동안 각자 다른 요일을 맡아 '오늘의 기후' 생방송을 진행하게 된다. 각자 총 5번씩 방송을 진행해본 후, 청취자생방송문자투표, 기후환경전문가투표, 제작진/출연자 투표 결과를 합산해 최종 디제이를 뽑는다. “누구나 유튜브를 하고 팟캐스트를 하는 시대이기 때문에, 시민들의 역량을 믿을 수 있어 자신있게 개최했어요.” 제작을 맡은 노광준 PD의 말이다. 지난 1일부터 시작한 서류 접수에는 20대부터 50대, 유치원 보육교사, 연예인, 실제 디제이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갖고 있는 시민들이 응모했다.

시민 디제이는 방송용 멘트가 아닌 자신의 솔직한 감정을 과감하게 드러내는 시민들의 목소리를 담아내고 싶어 선택한 형식이다. “시민의 목소리도, 전문가의 목소리도, 가뭄·홍수 등 재난 현장, 해외 현장의 목소리도 수시로 연결 할고, 다양한 목소리가 나올 거에요. 라디오라서 가능한 다양한 구현이죠.”(노광준 PD) 2부에서는 시민들과의 통화 연결을 통해 각자 실생활에서 실천한 기후위기 극복 방법들을 공유하는 시간도 갖는다.

노 PD는 경인지역 시민들에게 기후위기는 특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경기도, 인천에서 탄소중립을 이뤄내면 대한민국이 탄소중립을 이뤄낸다'는 말이 있어요. 가장 많은 사람, 자동차, 건물이 밀집되어있는 이 곳에서 탄소중립을 이뤄내기가 제일 어렵죠. 그래서 저희는 경인지역의 기후위기를 다루는 것이 대한민국 기후위기의 중심을 다루는 것이라고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어요. 기후위기를 시민들의 시각에서 계속 이야기하고 답을 찾아가는 방송을 만들고자 합니다.”(노광준 PD)

경인지역의 재난 현장을 신속히 담아내는 데에도 주력할 계획이다. “지난해 집중호우 기간에 경기도 용인 동천동도 강남만큼 엄청나게 물난리가 났거든요. 시민들이 놀라서 영상도 찍고 큰 방송사에 제보도 했는데 중앙 방송사에서 하나도 보도를 안했대요. 실망을 많이 하셨다는 이야기를 듣고서는 '가까운데 좋은 친구가 있다'고 OBS 라디오에 직접 제보하실 수 있게 '시민 톡파원'분들로 활동할 수 있는 코너를 만들었어요. 문자나 카카오톡으로 사진, 영상을 보내주시면 저희가 보고 바로 전화 연결을 하는 형식으로요. 재난에 눈감지 않은 방송을 만들고 싶어요.” (노광준 PD)

▲OBS 라디오 개국 팜플렛. 사진=OBS 라디오 제공.

OBS 라디오는 오는 3월 30일 오후 2시 힙합 그룹 '리듬파워'가 진행하는 방송 '리듬파워×2'(리듬파워의 리듬파워)의 시작으로 개국한다. '리듬파워×2'를 담당하고 있는 장주영 PD는 “경기방송을 기억하고 기다려주신 분들께 너무 감사합니다. OBS 라디오를 개국하면서 훨씬 더 좋아진 환경과 방송 여건을 토대로 방송하게 됐어요. 두려움도 우려도 크다고 이야기했지만, 그보다 기대감이 훨씬 큽니다”라고 말했다. 노광준 PD도 “저희가 받은 것 이상으로 저희도 누군가를 위해서 하고싶다는 마음으로 방송을 준비했어요”라며 “절대 청취자들에게 가르치려 하지 않고 진심으로 같은 눈높이에서 함께 할 수 있다고 자신있게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 OBS 라디오 스튜디오 앞 설치되어 있는 배너. 사진=윤유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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