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뮤다 제도는 미지의 암석층이 오랜 세월 지탱해 왔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북대서양 서쪽에 자리한 영국령 버뮤다 제도는 180개 넘는 섬으로 구성되며, 항공기나 선박이 홀연히 사라지는 버뮤다 삼각지대 미스터리로 유명하다.
미국 카네기연구소 지구과학자 윌리엄 프레이저 박사 연구팀은 23일 이런 내용을 담은 조사 보고서를 발표했다. 버뮤다 섬들은 지질학 이론상으로는 아주 오래전 해저에 잠겨야 하는데, 여전히 푸른 바다 위에 떠 있어 관련 연구가 활발하다.
윌리엄 프레이저 박사는 "버뮤다 제도는 약 3300만 년 전 화산활동으로 탄생했다"며 "통상 화산열도가 생길 때면 지구 깊은 곳에서 마그마가 솟아오르는 맨틀 플룸이라는 뜨거운 기둥이 지각을 밀어 올린다. 다만 화산활동이 멈추고 열이 식으면 섬도 바닷속으로 사라지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설명했다.

현재는 자취를 감췄어야 하는 버뮤다 제도는 주변에 화산활동에 의한 열기가 확인되고 있지만 정작 맨틀 플룸의 흔적은 남아있지 않다. 수천만 년 동안 섬을 지탱할 열원이 없는데도 버뮤다 제도는 대서양에 가라앉지 않고 계속 존재한다.
연구팀은 이 모순을 풀기 위해 버뮤다 제도의 지하 깊은 곳에 주목했다. 통상 지진의 진동은 밀도가 높은 곳에서는 빠르게, 밀도가 낮은 곳에서는 느리게 전달된다. 이 성질을 이용해 버뮤다 제도 바로 아래 맨틀을 통과한 지진파 기록을 상세하게 해석했다.
그 결과 버뮤다 제도 바로 아래 해양지각 바닥에 두께 약 20㎞에 달하는 비교적 밀도가 낮은 암석층이 파악됐다. 상승한 마그마가 지표로 나오기 전 지각 바닥에 판자처럼 붙어 굳는 언더플레이트였다. 이는 화산활동이 활발했던 3000만 년에서 3500만 년 전 마그마가 지각 뒤편에 판자처럼 붙으면서 굳은 것으로 여겨진다.

윌리엄 프레이저 박사는 "이 암석층이 열을 잃은 맨틀 플룸 대신 거대한 천연 튜브 역할을 하며 섬들을 해수면으로 밀어 올리고 있었다"며 "이 지각 아래 암석층이 부력을 계속 제공한 덕에 버뮤다 제도는 침몰을 면한 것"이라고 추측했다.
학계는 이번 조사가 맨틀로부터의 열 공급이 끊긴 뒤에도 해저의 열기를 유지하는 특수한 지질구조를 밝혀냈다고 평가했다. 연구팀은 화산섬의 수명과 진화에 관한 기존 이론이 바뀔 가능성을 제기했다.
한편 버뮤다 삼각지대의 수수께끼를 풀려는 학자들의 노력도 계속되고 있다. 최근 조사에서는 해저로부터 올라오는 메탄가스의 거품에 의한 부력 저하 또는 돌발적인 거대파가 항공기 실종과 연관됐을 가능성이 떠올랐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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