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90% 제한’ 정책 후...“전기차 충전기 한 달 사용금지” 확산

서울시 관악구 신림동에 위치한 A 오피스텔타워 지하주차장 전기차 충전소 모습. 1일 현재 SK일렉링크가 설치한 이 충전기들은 전원이 꺼진 상태로 사용할 수 없다./사진=조재환 기자

지난달 서울시가 내놓은 ‘공동주택 지하주차장 충전율 90퍼센트 전기차 제한 도입’ 발표 후 충전기의 전원을 끄는 지자체와 오피스텔 건물 등이 확산되고 있다. 정부가 국민이 납득할만한 전기차 안전대책을 제시하지 못할 경우, 전기차 충전 대란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일 서울시 등에 따르면 관악구 신림동에 위치한 한 A 오피스텔타워 관리사무소는 지난달 26일부터 지하주차장에 있는 SK일렉링크 급속충전기 1기와 완속충전기 4기의 전원을 껐다. A 타워 관리사무소는 “정부에서 전기차 충전시설에 대한 화재예방대책 발표예정인 2024년 9월 30일까지 전기차 급속과 완속 충전기 임시 사용중지한다”며 “당 빌딩 지하주차장에 출입하는 전기차량의 배터리 충전율을 90% 이하로 제한한다”는 내용의 안내문을 각 충전기에 배치했다.

A 타워는 또 “전기차 소유자는 제조사에 최대 충전율 90%로 제한하는 설정을 요청하여 충전제한인증서 발급 및 부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특히 ‘충전제한인증서 발급 및 부착’ 부분에 빨간색 글씨를 넣어 강조하는 듯한 모습도 보였다.

A 타워의 조치는 서울시 기후환경본부에서 발표한 ‘공동주택 지하주차장 충전율 90퍼센트 전기차 제한 도입’ 정책과 일맥상통한다. 해당 정책을 보면 “공동주택 지하주차장에 90% 이하로 충전을 제한한 전기차만 들어갈 수 있도록 권고한다”며 “전기차 소유자가 요청할 경우 제조사는 현재 3~5% 수준으로 설정된 전기차의 내구성능·안전 마진을 10%로 상향 설정하도록 하고, 해당 차량에는 제조사에서 90%로 충전제한이 적용되었다는 ‘충전제한 인증서(가칭)’를 발급하도록 할 계획”이라는 내용이 있다.

A 타워 관리사무소 측은 충전기에 안내문을 부착해 "정부에서 전기차 충전시설에 대한 화재예방대책 발표예정인 2024년 9월 30일까지 급속과 완속충전기 임시 사용중지한다"고 알렸다./사진=조재환 기자

하지만 A 타워는 오피스텔로 분류된 곳이다. 주택법상 오피스텔은 공동주택 분류에 포함되지 않고 기숙사와 같은 준주택으로 여겨진다. 서울시의 90% 전기차 충전 제한 정책의 경우 적용 대상이 공동주택에 한정됐고, 전기차 충전기 사용을 금지하는 목적이 아니기 때문에 해당 타워의 결정이 법적·사회적 논란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다.

A 타워에 전기차 충전기를 설치한 SK일렉링크는 지난달 26일 모바일 앱 공지사항에 “해당 건물 관리 주체에서 전기차 충전시설 이용에 제한이 확인됐다”며 “9월 30일까지 충전시설 제한이 예상되며 정상화되도록 확인 진행중이다”고 밝혔다.

충남 예산군청은 지난달 27일 홈페이지 공지사항에 “지하주차장 전기차충전소를 지상주차장으로 이전한다”며 “8월 28일부터 9월 30일까지 이설로 인해 운영이 중단되며 군의회 앞 지상주차장으로 충전기가 이설된다”고 밝혔다. 이설 기간의 경우 예정 기간이기 때문에 상황에 따라 조정될 수 있다.

예산군청의 이같은 결정은 네이버 ‘전기차동호회’ 카페에서 알려지는 등 전기차 차주들의 반발을 얻고 있다. 한 전기차 차주는 “스프링클러 점검이 우선이다”며 예산군의 충전기 중단 결정에 비판하는 목소리를 냈다.

예산군청이 이설하는 충전기는 환경부가 관리하는 공공 급속충전기다. 이곳엔 100㎾ 출력의 양팔형 급속충전기 1기와 50㎾ 출력의 급속충전기 1기가 배치됐다. 환경부가 운영하는 ‘무공해차 통합누리집’의 30일 전기차 공공충전시설 운영현황에 따르면 예산군청의 결정이 ‘임시운영중지 충전시설 세부내역’에 포함되지 않아 논란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예산군청의 이같은 결정은 서울시의 9일 정책과 연관된 것으로 분석된다. 서울시는 해당 정책에 “신축시설의 경우 전기차 충전소 지상설치를 원칙으로 하되, 지하에 설치하는 경우 주차장의 최상층에 설치해야 한다”고 표기했다. 이 결정이 전라북도 등 광역 지자체에 영향을 끼치면서 9월 한 달간 일부 시설물의 전기차 충전기 사용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서울시는 지난달 30일 한국전기차사용자협회 주최 ‘공동주택 전기차 화재예방 방안 공청회’에 담당 공무원들을 보내는 등 전기차 화재와 충전에 대한 의견을 듣고 있다. 특히 하지만 논란의 ‘공동주택 지하주차장 충전율 90퍼센트 전기차 제한 도입’ 정책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수정할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서울시는 최근 전기차 충전 정책에 관여한 전기차 전문가가 누군지 묻는 질문에 “개인정보라서 알려줄 수 없다”고 답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23일 공동주택 관리주체 등을 대상으로 “공동주택단지 자체적으로 추진하는 전기차 주차에 대한 제한 조치로 주민 불편 및 주민간 불필요한 갈등 유발하지 않도록 주의해달라”는 안내사항을 전파했다. 특히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달 21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지자체가 독자적으로 배터리 충전율 제한 조치를 시행하지 않도록 논의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재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