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 차려라” 삼성전자 반도체 굴욕 유탄 맞은 美 시골마을 주민들
삼성전자 테일러 파운드리 공장 건립 일정 연기…인력 빠져나가며 지역 경제 흔들
삼성전자가 파운드리 공장을 짓고 있는 미국 텍사스 테일러시 지역 경제가 최근 들어 크게 휘청이고 있다. 얼마 전 까지 삼성전자 특수로 활기를 띄었던 지역 경제는 하반기 들어 반도체 불황과 파운드리 공장 완공 일정 연기로 공사 인력이 대거 빠져나가면서 빠르게 침체되고 있다.
테일러시는 텍사스주의 주도인 오스틴 인근의 작은 도시다. 옥수수, 목화 등의 농사가 활성화 된 농업 중심의 지역이었지만 2022년 삼성전자 파운드리 공장 착공에 돌입하면서 상황이 급반전됐다. 수많은 인력이 몰려들면서 지역 경제가 번창했고 추후 공장 근무 인력 유입 또한 확실시되면서 전망 또한 밝은 편이었다.
물건 살 고객 못 찾아 공장 건립 연기…삼성전자 특수에 기댔던 테일러시 지역경제 휘청
최근 삼성전자 반도체 부진과 공사비 상승 등 각종 문제로 파운드리 완공 시점이 미뤄지기 시작하자 테일러시 지역 경제도 흔들리고 있다. 삼성전자 테일러 파운드리 공장은 당초 올해 하반기 가동을 목표로 투자와 주요 발주가 이뤄졌지만 각종 변수로 2026년으로 일정이 늦춰졌다. 현지 언론 및 분석기관 사이에서는 현 상태가 계속된다면 완공 시기가 더 늦춰질 수 있다는 암울한 전망도 적지 않다.
파운드리 공장 건립 지연의 근본적 원인으론 삼성전자의 반도체 경쟁력 하락이 꼽혔다. 로이터통신은 “삼성전자가 고객사를 찾지 못해 테일러 파운드리 공장에 필요한 ASML 장비 인도를 미루고 공사 일정도 늦췄다”고 보도했다. 글로벌 투자은행 맥쿼리는 테일러 파운드리 공장 완공 시점에 대해 “고객사를 찾지 못하면 2026년 일정도 어려울 수 있다”고 진단했다.
미국 현지 언론과 테일러시 지역 주민들에 따르면 테일러 파운드리 공장 건립에 투입된 삼성전자 직원 절반 이상이 8월을 기점으로 순차적으로 귀국했고 공사에 투입된 인력들도 크게 줄었다. 미국 블루컬러 전문 일자리 플랫폼 EJS를 둘러본 결과 현재 진행중인 삼성전자 파운드리 공사 인력 채용은 사라졌다. 일손 부족으로 공고가 넘쳐나던 지난해와 정반대 분위기다.그 여파는 고스란히 지역 주민에게까지 전해졌다. 지역에 유입된 인구가 대거 빠져나가면서 얼마 전까지 활기를 띄던 지역 경제도 흔들리기 시작한 것이다.
가장 피해가 큰 곳은 부동산 시장이다. 특히 부동산 임대시장의 상황이 심각하다. 미국 부동산 플랫폼 질로우(Zillow)에 따르면 테일러시 평균 임대 시세는 파운드리 공장 착공 시점인 2022년 상반기에만 무려 70%나 급등했고 이후에는 줄곧 비슷한 시세를 유지했다. 그러나 올해 8월부턴 상황이 급반전됐다. 2달 연속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일례로 테일러시 서니레인에 위치한 한 임대 주택의 경우 기존 750달러(약 103만원)였던 렌트비가 2022년 상반기에만 1295달러(약 178만원)로 72.5% 가량 급등했다. 이후에도 소폭의 상승세를 보였지만 올해 9월을 기점으로 하락하기 시작해 이달 기준 1125달러(약 154만원)까지 떨어졌다. 다른 임대 주택의 상황도 비슷하다.
테일러시 10월 임대 주택 평균 렌트 비용은 1800달러(약 250만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원 대비 195달러 가량 하락한 금액이다. 반면 미국 임대 주택 평균 렌트 비용은 2050달러(약 282만원)로 전년 동월 대비 10달러(약 1만3000원)밖에 하락하지 않았다. 테일러시 임대 시장은 미국 전체 평균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은 물론 전체적인 시세 흐름과도 반대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다. 질로우는 “미국 전체적으로 임대 시장은 뜨거우나 테일러시는 차갑다”고 평가했다.
테일러시에서 부동산 중개업을 영위하고 있는 올가(Olga) 씨는 “삼성전자 외부 업체들은 팀 단위로 움직이는데 지난달에만 내가 관리하던 고객 중 무려 3팀이나 떠났다”며 “인력팀이 떠나면 4배드짜리 집을 처리하기가 매우 힘든데 이런 임대 매물이 한두 개가 아니다”고 토로했다. 이어 “테일러시 임대 시장은 사실상 삼성전자 공장 덕분에 번창한 만큼 현재 상황이 많이 좋지 않다”고 설명했다.
미국 전체 소득 증가할 때 테일러시만 하락…“삼성전자 경영진, 막중한 책임감 가져야”
지역 주민들의 소득도 크게 줄었다. 미국 커리어 플랫폼 집리크루터가 조사한 10월 기준 테일러시 평균 소득은 4243달러(약 580만원)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의 4250달러(약 585만원)와 비교하면 감소량은 소폭에 불과하지만 미국 전체의 평균 소득 4.5% 증가, 소비자 물가 2.5% 상승 등 타 지역과 비교하면 상대적인 감소폭은 더욱 큰 것으로 분석됐다.
테일러시 주민들 역시 최근 들어 수입 감소가 몸으로 체감될 정도로 심각해졌다고 입을 모았다. 테일러시에서 타코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린다(Linda) 씨는 “평소 인부들로 꽉 찼던 식당이 요즘엔 빈자리가 부쩍 늘었다”며 “지난해만 해도 올해 10월쯤 공장이 완공돼 더 많은 손님들이 올 것으로 예상했는데 상황이 바뀌어 손님이 줄어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고 토로했다.
과거 2020년까지만 해도 테일러시 연평균 소득은 3만2700달러로 미국은 물론 텍사스 내에서도 가장 낮은 수준이었다. 그러나 삼성전자 파운드리 공장 건립이 추진된 후 지역 경제가 살아나면서 연평균 소득이 5만달러까지 치솟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테일러시 지역 주민들은 삼성전자의 경쟁력 회복을 누구 보다 간절히 원하고 있었다.
테일러에서 기계 정비소로 일하는 토마스 오티스(Thomas Otis) 씨는 “삼성전자 덕분에 이 작은 마을에 큰 변화가 일어났고 내 수입도 3배 가량 늘었고”며 “이제 테일러시는 삼성전자 없인 살기 어려운 지역이 돼 버렸다. 삼성전자가 정신 차리고 경쟁력을 회복해 지역 주민들의 숨통을 트여줬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말했다. 밀턴(Milton)씨는 “미국에 특히 테일러에 일자리를 만들어주러 온 메가 기업이 계획대로 일이 풀리지 않는 모습을 보는 게 속상하다”며 “하루 빨리 제 자리를 찾아 오랜 시간 테일러시와 상생했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도 테일러시와 같이 삼성전자 의존도가 큰 지역이 한 두 군데가 아닌 만큼 삼성전자 경영진이 책임 의식을 갖고 서둘러 경쟁력 회복에 나서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김대종 세종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삼성전자와 같은 거대한 기업은 지역 경제에 큰 영향력을 지니고 있으며 테일러시 같이 기업이 없는 지역의 의존성은 더 크다”며 “단기적인 성과보다 과감한 결단과 시행을 통해 장기성장을 도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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