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짚어봅시다] 삼표부지 개발 `兆단위` 특혜논란

김남석 2023. 4. 2. 1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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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일반상업용지 변경 추진
용적률 800%로 5배 이상 늘어나
매입 1년 안돼 '금싸라기 땅'으로
"삼표 개발이익 매입액 10배 될것"
성수동 삼표 레미콘 공장 부지 전경. <사진=연합뉴스>

서울시가 삼표 성수동 레미콘 공장부지(삼표부지·사진)의 용적률을 5배 이상 상향해 개발을 추진하면서 특혜 논란이 예상된다. 부지를 소유하고 있는 삼표그룹은 매입 1년도 되지 않아 3배 이상의 이익을 보게 됐다.

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서울시는 삼표부지의 용도를 현행 '제1종일반주거지역'에서 '일반상업지역'으로 변경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따라 용적률은 150%에서 800%로 5배 이상 늘어난다. 용적률은 제한된 부지 안에 지을 수 있는 건물의 최대 연면적이다. 용적률이 오를수록 건물 활용도가 높아져 개발이익이 늘어난다. 이같은 이유로 같은 지역에서도 용적률과 토지용도에 따라 땅값이 2~3배 이상까지 차이가 발생한다.

삼표레미콘 공장 부지는 서울에 몇 남지 않은 '금싸라기 땅'으로 통한다. 한강과 서울숲 동시 조망권인 데다, 주변에는 서울숲 갤러리아포레와 아크로 서울숲포레스트 등 고급 주상복합단지도 위치해 있다. 개발에 성공할 경우 천문학적인 시세차익을 거둘 것으로 부동산 업계는 보고 있다.

삼표그룹은 현대제철에서 임대로 사용하던 해당 부지 2만2924㎡를 지난해 2분기 매입했다. 부지 매매계약 금액은 3823억원으로, 1㎡당 약 1660만원이다. 일각에선 현대제철이 삼표산업에 헐값에 부지를 매각한 것은 '사돈 관계'이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내놓는다. 정도원 삼표그룹 회장은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장인이다.

서울시가 계획대로 용도변경을 할 경우 이 땅의 가치는 3배 이상 높아질 전망이다. 현재 1종일반주거지역인 삼표부지의 개별공시지가(2022년)는 1㎡당 1032만원이다. 인근 일반상업지역 중 대표 건물로 꼽히는 '아크로 서울 포레스트'의 개별공시지가는 3160만원이다.

서울시는 '사전협상제도'에 따라 용도지역 변경 이후 변동된 토지가치의 최대 60%를 공공기여금으로 환수한다는 방침이다. 시가 추정한 토지가치 변동은 1조원 수준이고, 이 중 6000억원을 돌려받는다는 계획이다. 개발은 100% 민간이 진행한다.

하지만 업계에선 실제 토지가치 상승률이 공시지가 상승치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했다. 삼표부지 허용 용적률이 800%로 아크로 서울 포레스트(600%)보다 높고, 부지 면적도 더 넓어 용도변경으로 얻을 수 있는 이익이 훨씬 크다는 것이다. 서울시가 앞서 3종일반주거지역을 일반상업지역으로 변경한 강남구 삼성동 현대차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부지 역시 현대차그룹이 매입한 직후 용도변경 논의가 시작되면서 3년만에 땅값이 2배 이상 뛰었고, 용도변경이 확정된 2019년 다시 1년 만에 1.4배 이상 공시지가가 올랐다.

또 토지가격 상승은 3배 수준이지만, 실제 용적률 변화에 따른 부지 활용도는 5배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용적률이 150%일 경우 삼표는 이론상 연면적 3만4000여㎡의 빌딩을 지을 수 있지만, 800%로 올라갈 경우 연면적 18만㎡의 빌딩을 지을 수 있게 된다. 늘어난 연면적은 모두 개발이익으로 돌아온다.

일각에선 용도변경에 따른 토지가치 상승이 아닌 실제 개발이익을 기준으로 공공기여금을 환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시가 앞장서 성수지역 개발계획을 발표하고, 민간이 개발하는 부지에 이례적인 혜택을 제공하는 만큼 직접 개발에 참여해 실제 개발이익을 돌려받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아직 서울시는 해당 부지의 용도가 변경될 경우 삼표가 얻을 수 있는 개발이익 추정치조차 산정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삼표 측과 진행 중인 사전협상도 지지부진한 것으로 알려진 상황에서 일방적으로 개발계획을 발표한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삼표가 현대차그룹으로부터 3800여억원에 땅을 산 것도 말도 안되는 가격이라는 말이 많았는데, 땅을 산 지 1년만에 서울시가 앞장서 혜택을 주고 있다"며 "계획대로 개발이 추진되면 삼표가 얻는 개발이익은 매입금액의 10배에 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남석기자 kn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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