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차감과 주행감 차이
디자인에서 갈라지는 성향
브랜드 이미지도 한몫

국산 대형 세단 시장은 현대차 그랜저와 기아 K8이 양대산맥으로 존재한다. 두 차량 모두 중형 이상의 고급 세단을 원하는 소비자층에게 높은 인기를 얻고 있으며 비슷한 가격대와 제원을 갖추고 있어 선뜻 둘 중 하나를 고르기가 망설여진다.
두 모델은 모두 전장 5m 이상의 차체 크기와 2,895mm의 휠베이스, 유사한 파워트레인(2.5 가솔린, 3.5 가솔린, 하이브리드)을 기반으로 하며, 동일한 현대차그룹의 플랫폼을 공유한다. 가격대는 두 차량 모두 3천만 원 중반부터 시작해 5천만 원대 중반까지 형성되어 있다. 하지만 실제 비교해 보면 두 차량은 성향부터 디자인, 승차감과 연비에 이르기까지 분명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승차감 vs 주행 재미

가장 두드러지는 차이는 주행 성향이다. 그랜저는 전통적으로 안락한 승차감을 최우선으로 설계된 차량이다. 정숙성과 부드러움, 그리고 고속 안정성이 뛰어나 장거리 주행에서 운전자는 물론 동승자까지 피로도가 낮다. 특히 하이브리드 모델에는 ‘프리뷰 전자제어 서스펜션’이 적용돼 노면 상태에 따라 감쇠력을 조절해 준다.
반면 K8은 다소 스포티한 감각을 가미한 주행 성향이 특징이다. 스티어링 반응이 민첩하고 코너링에서도 탄탄한 하체 셋업이 느껴진다. 하이브리드 모델도 마찬가지로 운전 재미를 놓치지 않도록 세팅됐다. 즉, 편안함을 중시하면 그랜저, 운전의 즐거움을 원하면 K8이 어울린다는 평가다.
실내 공간과 디자인

두 차량 모두 전장 5m가 넘는 준대형 세단으로, 공간 자체는 넉넉하다. K8은 전장 5,050mm로 그랜저(5,035mm)보다 소폭 길다. 휠베이스는 동일한 2,895mm로 실내 공간은 비슷하다. 그러나 K8은 실내 레이아웃을 좀 더 넓고 개방감 있게 설계해 체감상 여유가 있는 편이다.
디자인 측면에서도 차이는 뚜렷하다. 그랜저는 수평형 LED 램프를 강조한 ‘심리스 호라이즌’ 콘셉트로 정제된 고급미를 보여준다. 측면 라인도 유려하며, 플래그십 세단다운 무게감이 있다. 반면 K8은 파라메트릭 그릴과 별자리형 ‘스타맵 LED’를 적용해 한층 미래적이고 역동적인 이미지를 연출한다. 보다 젊은 감성과 세련된 느낌을 원하는 소비자에게 적합하다.
연비 효율, K8이 유리?

연비 효율성 측면에서는 K8이 다소 앞서는 것으로 보인다. 가솔린 3.5 기준으로 K8은 복합 연비 10.1km/L, 그랜저는 9.7km/L 수준으로 비슷하다. 하이브리드 모델도 그랜저가 복합 18.0km/L, K8은 18.1km/L로 수치상 비슷하다.
하지만 도심 주행 기준으로는 K8의 실제 연비가 더 높다는 후기가 많다. ‘네이버 마이카 오너평가’에서도 K8 하이브리드는 연비 항목 9.6점, 그랜저 하이브리드는 9.2점으로 K8이 더 좋은 점수를 받고 있다.
브랜드 이미지, 소비자층 달라

그랜저는 오랜 역사와 함께 대한민국 고급차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해 왔다. 중장년층을 중심으로 절대적인 신뢰와 인지도를 보유하고 있으며, 고급 세단을 떠올릴 때 자연스럽게 언급되는 브랜드다. 특히 재구매율과 브랜드 충성도가 높은 차량 중 하나로 꼽힌다.
반면 K8은 기아의 고급화 전략이 담긴 후발주자다. 날카로운 디자인과 첨단 기술, 다양한 편의사양으로 중장년뿐 아니라 30~40대 소비자층까지 폭넓게 흡수하고 있다. 기존 K7에서의 약점을 보완해 고급감과 승차감 모두를 강화한 모델로 평가받고 있다.
두 차량이 실질적 경쟁 구도를 형성하고 있지만 각기 다른 강점을 지닌 만큼 무조건적인 우열 비교보다는 소비자의 취향과 용도 그리고 우선순위에 따라 선택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고급스러운 승차감과 브랜드 신뢰도, 정숙한 주행 성능을 중시한다면 그랜저가 좋은 선택이다. 반대로 세련된 외관과 실내 디자인, 풍부한 편의사양, 그리고 운전의 즐거움을 추구한다면 K8이 더 만족스러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