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용해법 한일관계 풀려는 원점타격…향후 日 성실 대응해야"(종합)
日 피고기업 참여 목소리도…"日, 국제규범상 아직도 폐쇄회로에 갇혀"
(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 정부의 강제징용 피해 배상 해법은 오랫동안 얽힌 한일관계를 풀기 위한 한국 주도의 '원점 타격' 성격으로 해법의 지속가능성을 위해서는 향후 일본의 노력도 수반돼야 한다는 전문가 목소리가 나왔다.
이원덕 국민대 교수를 비롯한 전문가들은 13일 현대일본학회가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강제징용 해법의 평가와 의미' 제하로 개최한 긴급 토론회에서 "이 상황의 원점에 있었던 것은 징용 판결"이라며 이같이 진단했다.
이 교수는 "징용 문제 해결이라고 하는 원점을 타격하면 한일 관계에 얽혀 있는 수출 규제,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문제, 정상간 셔틀 외교 중단 상황 등 여러 안보·경제 협력이 사실상 스톱(stop)된 것을 돌파하는 해법의 단초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이달 예정된 한일정상회담, 내달 한미정상회담, 5월 일본 히로시마의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등 외교적 일정을 고려할 때 "한국의 협상력을 높일 수 있는 나름의 결단"이라고 평가했다.
토론회에서는 해법 자체가 피해자 입장에서는 수용하기 어렵다는 점에 의견이 모이면서도 한일관계 개선이나 국익 등 다양한 평가 기준에 비춰봤을 때는 나름의 '고육지책'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김숙현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민사소송에 정부가 개입을 해서 일본 기업으로부터 배상이나 사죄도 제대로 받지 못한 해결안을 내놓았다는 것은 피해자 측에서는 당연히 만족하지 못한 해법"이라면서도 "전체적으로 피해자에 대한 고려와 국익을 함께 생각한 결과물"이라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해법이 일본의 '자발성'에 기대는 한계가 있다면서도 역설적으로 향후 일본의 태도와 행동에 따라 대외적인 국가 이미지가 좌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희식 국민대 교수는 "지금 상황에서 어떠한 걸로도 일본을 강제할 수 있는 수단이 없다"면서도 "일본이 어떤 모습을 보이느냐에 따라 일본의 이미지, 리더십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일본의 행동이 일본의 모습을 규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부적절한 망언이 나온다거나 발언이 나와서 역사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면 이제는 전적으로 일본이 책임을 져야 되는 상황"이라며 "일본은 강제동원 해법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성실하게 대응을 해야 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원덕 교수는 "일본이 국가 폭력에 대해 부정하는 언사를 한다든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는 것은 국제 규범 경쟁에서 지고 있는 꼴"이라며 "국제 규범의 눈으로 보면 일본은 아직도 폐쇄회로에 갇혀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숙현 책임연구원은 "일본이 소극적인,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데 이는 일본의 대외적인 이미지나 평가에 절대 크게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며 "일본은 역사적 가해자이기 때문에 피해자에 대한 사죄와 배상에 인색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일본의 퇴행적인 역사 인식을 국제사회에 어필하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궁극적으로 강제징용 책임을 부인하는 일본 피고 기업의 참여가 담보된 '성의 있는 호응'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여럿 제기됐다.
정부가 지난 6일 발표한 강제징용 해법은 민간 기여로 마련한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 재원으로 2018년 대법원의 배상 확정판결을 받은 사건 3건의 강제징용 피해자 총 15명(원고 기준 14명)의 판결금 및 지연이자를 지급한다는 것이 주 골자다.
결국 일본 피고 기업은 직접적으로 참여하지 않아 국내에서 피해자 측 중심으로 비판이 일었다.
최 교수는 "지금 당장은 피고 기업이 참여 안 하는 것으로 사실상 결론이 나있지만 구상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두 피고 기업의 참여는 일정 정도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는 할 수 있는 게 좋지 않을까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은미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도 "한국이 굉장히 손을 많이 내밀었다"며 "일본도 꼭 호응을 해야 된다고 생각하고 그 호응이라는 건 구체적으로 반성과 사죄라는 부분이 더 구체적인 표현으로 나와야 되고 피고 기업이 참여해야 된다고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앞으로 국내적으로 피해자에 대한 설득 작업도 계속돼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진 센터장은 향후 국내 과제로 "대통령이 나서서 미래를 가기 위해서는 피해자와 직접 소통을 하고 여러 가지 설득하는 과정이 아직도 남아 있다"고 꼽았다.
현재 정부 해법에 대해 피해자 15명 가운데 생존 피해자 3명 모두가 명시적 거부 의사를 밝힌 상황으로 해법을 가지고 강제징용 배상 문제를 매듭짓기에는 향후 난항이 예상된다.
kit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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