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엠투데이 이정근기자] 빠른 차만 살아남는 무대가 아니다. 세계 내구 챔피언십(WEC)은 속도만큼이나 피로와 변수, 연료와 장비, 밤새 이어지는 판단을 견뎌내야 하는 레이스다. 그 정점에 있는 르망 24시간은 한 바퀴의 기록보다 긴 시간 동안 얼마나 멀리, 얼마나 안정적으로 달렸는지를 겨루는 경기다.
이 무대에 한국의 두 이름이 함께 오른다. 제네시스 마그마 레이싱은 현대자동차그룹의 공식 모터스포츠 팀으로 2026년 WEC 시즌 출전을 준비하고 있으며, 공개된 GMR-001 하이퍼카 차체에는 헬리녹스와 DAC 로고가 나란히 새겨졌다.
헬리녹스는 초경량 접이식 체어로 글로벌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운 한국 아웃도어 브랜드다. 대표 제품인 체어원은 1kg이 채 되지 않는 무게에도 100kg 이상을 지탱하는 구조로 주목받았다. "강한 장비는 무거워야 한다"는 기존 인식을 뒤집으며, 경량성과 내구성을 동시에 요구하는 아웃도어 장비 시장에서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했다.

이 철학은 WEC 레이스카의 문법과도 맞닿아 있다. 내구 레이스 차량은 불필요한 무게를 걷어내고, 남겨진 모든 부품이 제 역할을 해야 한다. 순간적인 속도보다 장시간 유지되는 성능이 중요하며, 작은 구조적 결함도 레이스 전체를 무너뜨릴 수 있다. 헬리녹스와 DAC가 다뤄온 '가볍지만 오래 버티는 구조'는 제네시스 마그마 레이싱이 겨냥하는 내구 레이스의 본질과 같은 방향에 놓여 있다.
이번 협업은 단순 로고 노출형 스폰서십에 머물지 않는다. 첫 협업 제품은 레이스 현장에서 실제로 쓰이는 체어와 코트다. 드라이버와 엔지니어, 크루가 연습과 예선, 피트 작업, 회복이 반복되는 긴 레이스 주말 동안 사용하는 장비로 개발됐다. 전시용 물건이 아니라 패독 안에서 기능해야 하는 장비라는 점에서 협업의 성격이 분명하다.

그러나 협업의 시선은 이몰라에 머물지 않는다. 제네시스 마그마 레이싱이 처음부터 향해온 곳은 6월 프랑스 르망에서 열리는 르망 24시간 내구레이스다. 1923년 시작된 이 대회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내구 레이스로, 차량과 드라이버, 팀 운영 능력의 한계를 동시에 시험하는 무대다.
헬리녹스와 제네시스 마그마 레이싱의 만남은 한국 브랜드가 글로벌 모터스포츠의 주변부가 아니라 실제 레이스 환경 안에서 쓰이는 장비와 기술 철학으로 참여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가볍게 만들되 쉽게 무너지지 않고, 오래 쓰일 것을 전제로 설계하는 방식. 이 공통의 언어가 2026년 WEC와 르망 24시간을 향한 제네시스 마그마 레이싱의 레이스카 위에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