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으로 한국이 미국을 더 이상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로 보지 않게 됐다는 지적이 미국에서 나왔습니다.
"미국이 뭘 하는 거지? 왜 우리에게 경제적으로 벌을 주는가?" 미국의 안보 전문가가 한국을 비롯한 동맹국들의 당혹감을 이렇게 표현했습니다.
70년 넘게 이어온 한미동맹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다는 경고음이 미국 내부에서 울려 퍼진 것이죠.
문제의 핵심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입니다.
북한과 중국, 러시아라는 안보 위협이 어느 때보다 커진 상황에서, 정작 미국은 동맹국들을 경제적으로 압박하며 스스로 고립의 길을 걷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동맹국을 당혹케 한 관세 폭탄
지난 10월 17일 워싱턴DC 허드슨연구소에서 열린 '북한의 전략은?' 세미나는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갔습니다.
브루스 클링너 맨스필드재단 선임연구원은 북한 문제를 논하는 자리에서 오히려 미국의 관세 정책을 날카롭게 비판했습니다. 그의 지적은 명확했습니다.
미국이 북한이라는 외부 위협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려면 동맹국과의 결속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 이를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다는 것이죠.

특히 한국의 사례는 동맹국들의 혼란을 잘 보여줍니다. 한국은 이미 미국과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한 나라입니다.
양국 간 경제 협력의 틀이 명확히 정해져 있었던 것이죠.
그런데 트럼프 행정부는 이런 협정을 무시하는 듯한 행보를 보이고 있습니다.
클링너 연구원은 한국을 비롯한 동맹국들이 "미국이 뭘 하는 거지?
왜 우리에게 경제적으로 벌을 주는가?"라고 의아해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약속된 규칙을 일방적으로 바꾸는 미국의 태도에 동맹국들이 배신감을 느끼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신뢰할 수 없는 파트너가 된 미국
더 심각한 문제는 이런 정책이 단순히 경제적 불만을 넘어 안보 파트너십까지 흔들고 있다는 점입니다.
클링너 연구원은 동맹국들이 미국을 더 이상 신뢰할 수 있는 경제·안보 파트너로 보지 않는다고 지적했습니다.
미국의 요구는 점점 더 가혹해지고 있습니다.
미국 기업에 대한 투자 압박, 징벌적 관세 부과, 그리고 추가적인 안보 비용 분담 요구까지 삼중고를 겪고 있는 것이죠.

이는 동맹의 본질을 뒤흔드는 문제입니다. 동맹이란 상호 이익과 신뢰를 바탕으로 합니다.
하지만 미국이 일방적인 요구만 늘어놓으면서 동맹국들은 "과연 이 관계가 우리에게 득이 되는가?"라는 근본적인 의문을 품게 됐습니다.
70년 넘게 굳건했던 한미동맹도 이런 흐름에서 자유롭지 못합니다.
경제와 안보가 분리될 수 없는 시대에, 경제적 압박은 곧 안보 협력의 약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죠.
강해진 북한, 약해진 미국의 협상력
아이러니하게도 미국이 동맹국들과의 관계를 약화시키는 동안, 북한은 오히려 입지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클링너 연구원은 북한이 러시아, 중국과의 연대 강화와 핵 고도화를 통해 협상력이 훨씬 커졌다고 분석했습니다.
김정은은 더 이상 미국에 매달릴 필요가 없어진 것이죠.

북한은 러시아로부터 식량, 연료, 자금, 군사 기술을 얻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병력을 파견하는 대가로 받는 혜택이 상당한 것으로 보입니다.
여기에 최대 교역 파트너인 중국과의 관계도 회복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클링너 연구원은 "김정은은 이제 더 이상 2018년이나 2019년처럼 미국을 쫓아다니며 이익을 구할 필요가 없다고 느끼고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그 이유는 간단합니다. 미국이나 한국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것보다 더 많은 혜택을, 보다 적은 조건으로 러시아로부터 받고 있기 때문입니다.
비핵화 같은 큰 양보 없이도 실질적인 경제적·군사적 이익을 챙길 수 있는 상황인 것이죠.
북한 입장에서는 굳이 어렵게 미국과 협상할 이유가 없어진 셈입니다.
김정은이 여유를 부릴 수 있는 이유
클링너 연구원은 김정은이 지금 가장 유리한 위치에 앉아 있다고 느낄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실제로 북한의 태도 변화는 뚜렷합니다. 과거 트럼프 1기 행정부 시절, 김정은은 직접 미국을 찾아가며 회담을 추진했습니다.
하노이 정상회담이 결렬된 후에도 판문점에서 전격적인 만남을 성사시키는 등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죠.

하지만 지금은 다릅니다. 김정은은 미국과 만나기를 서두르지 않고 있습니다.
오히려 트럼프 대통령이 노벨평화상 같은 외교적 성과를 위해 회담을 더 원할 것이라고 계산하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협상 테이블에서 주도권이 완전히 뒤바뀐 것이죠. 이는 국제 정세가 북한에게 유리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합니다.
러시아와의 밀착, 중국과의 관계 회복, 그리고 핵무기 고도화까지. 북한은 다각도로 자신의 입지를 강화했습니다.
반면 미국은 동맹국들과의 관계 악화로 북한을 압박할 수 있는 지렛대를 스스로 약화시키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북한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한국, 일본 등 동맹국들과의 긴밀한 공조가 필수적인데, 관세 정책으로 이런 협력의 토대를 허물고 있는 것이죠.
동맹의 가치를 망각한 대가
미국의 관세 정책이 단기적인 경제적 이익을 가져다줄 수는 있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훨씬 큰 것을 잃을 위험이 있습니다. 바로 동맹국들의 신뢰입니다.
한번 무너진 신뢰를 회복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립니다.
70년 넘게 쌓아온 한미동맹의 자산도 몇 년 만에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동맹국들은 이제 미국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는 방안을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유럽은 독자적인 방위 체계 구축을 논의하고 있고, 아시아 국가들도 다변화된 안보 협력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미국이 스스로 자신의 영향력을 약화시키고 있는 것이죠.
클링너 연구원의 경고는 단순한 비판이 아니라, 미국 외교 안보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는 우려입니다.
북한, 중국, 러시아라는 도전이 커지는 상황에서 미국이 동맹국들을 밀어내고 있다는 점은 전략적 실책으로 보입니다.
관세로 얻는 단기적 이익보다 동맹 약화로 잃는 장기적 손실이 훨씬 클 수 있습니다.
미국이 진정으로 북한 문제를 해결하고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영향력을 유지하려면, 동맹국들과의 관계를 재정립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가 이런 경고에 귀 기울일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