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이나 다퉜는데… 고려아연 여태 '풀리지 않은' 의혹들 [추적+]
고려아연 풀리지 않은 논란①
고려아연 3월 주총 전 살펴야 할 논란
논란 한복판에 선 이그니오홀딩스
고려아연 2022년 수천억 들여 인수
그런데 자본잠식에 실적도 마이너스
이그니오홀딩스 고가 인수 논란
영풍, 대규모 주주대표소송 제기
고려아연 경영권 다툼은 이제 '불편한 고정값'처럼 여겨진다. 영풍과 고려아연 양측이 2024년에 다툼의 시동을 걸었으니 기간도 오래됐다. 그런데도 논란거리가 여전히 숱하다. 오는 3월에 열릴 고려아연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투자자들이 알아야 할 이슈들도 많다. 더스쿠프가 두편에 걸쳐 '고려아연의 풀리지 않은 논란'을 점검했다. 1편이다.
![영풍과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의 경영권 분쟁이 계속되고 있다.[사진|뉴시스]](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1/09/thescoop1/20260109140915975mbup.jpg)
60여일 후 또다시 붙는다. 3월로 예정된 제련업체 고려아연의 정기 주주총회가 두달 앞으로 다가왔다. 영풍과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이 75년 동업 관계를 깨고 2024년부터 경영권 다툼을 벌이고 있는 만큼 쟁점이 숱하다.
올해 주총의 핵심은 새로운 이사 선임안案이다. 고려아연은 이번 주총에서 6명의 이사를 새로 선임해야 한다. 사내이사 2명(최윤범 회장과 정태웅 고려아연 대표)과 사외이사 3명, 기타비상무이사 1명 등 6명의 이사가 임기만료를 앞두고 있어서다.
이사 선임은 중요한 이벤트다. 주주로부터 경영권을 위임받은 이사로 구성된 '이사회'가 회사를 사실상 운영하기 때문이다. 이사회를 어느 쪽에서 장악하느냐에 따라 회사에 미치는 영향력이 달라진다는 의미다.[※참고: 고려아연 이사회는 19명이다. 현재 최윤범 회장 측 인사 15명, 영풍 측 인사 4명으로 구성돼 있다.]
현재 구도는 팽팽하다. 8일 기준 영풍이 가진 고려아연의 지분(의결권 기준)은 42.10%다. 여기에 맞서는 최윤범 회장 일가의 지분은 40.37%다. 다만, 기세는 최 회장 쪽이 강하다. 고려아연이 진행한 미국 제련소 건설 프로젝트가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고려아연은 미국 정부와 설립한 합작법인 '크루서블 제이브이'에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회사 지분 10.59%를 넘겼다. 이를 통해 최 회장 일가와 영풍의 지분율 차이는 14.1%포인트에서 1.73%포인트로 크게 좁혀졌다.
하지만 최 회장 쪽에 호재만 있는 건 아니다. 아직 풀지 못한 현안도 적지 않다. 미 전자폐기물 리사이클링 업체 이그니오홀딩스 인수 논란, 씨에스디자인그룹(현 더바운더리) 일감 몰아주기 의혹, 순환출자 구조 형성과 관련한 탈법 의혹, 2024년 자사주 공개매수 배임 혐의 등이다. 이는 이번 주총의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는 국민연금(지분율 4.58%) 등 기관투자자들의 판단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이다.
주목할 건 또 있다. 최 회장에게 제기된 의혹 중 상당수를 '한지붕 가족'이던 영풍이 제기했다는 점이다. 한쪽에선 '딴죽 걸기'라고 주장할 수 있지만, 또다른 한쪽에선 '그만큼 내밀한 정보'라고 맞받아칠 여지도 있다. 이런 맥락에서 고려아연을 둘러싼 의혹들은 기관투자자는 물론 개인투자자가 알아야 할 내용이다. 자! 지금부터 그 의혹을 하나씩 풀어보자.
![[자료 | 금융감독원, 참고 | 1월 6일 기준, 사진 | 뉴시스]](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1/09/thescoop1/20260109141804621rkvb.jpg)
■ 의혹① 무리한 인수 = 논란이 가장 큰 사안은 고려아연이 미국 자회사 페달포인트홀딩스(Pedalpoint Holdings)에 출자한 자금을 활용해 설립한 전자폐기물 리사이클링 업체 '이그니오홀딩스(Igneo Holdings·이하 이그니오)'의 지분 100%을 2022년 7월 11월 두차례 걸쳐 5800억원에 인수한 건이다.
문제는 이그니오의 재무 상황이었다. 고려아연은 2021년 말 이그니오의 실적(잠정치)을 매출 637억원, 당기순이익 33억원이라고 공시했지만 실상은 달랐다. 이그니오가 2022년 11월 발표한 공시에 따르면, 2021년 매출액은 29억원에 불과했고, 당기순이익은 –48억원으로 적자를 기록했다. 자본 총계는 -18억7300만원으로 완전 자본잠식 상태였다.
그런데도 고려아연은 2022년 27.75달러(초기 출자 자본금 기준)인 이그니오의 지분을 주당 2500달러가 넘는 가격에 인수했다. 그 결과, 이그니오의 초기 주주인 투자펀드들은 1년 반만에 투자금 대비 100배에 달하는 차익을 실현했다.
이를 근거로 영풍은 2024년 9월 최 회장 등 고려아연 경영진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업무상 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다. 아울러 2025년 2월 이그니오 인수가격의 적정성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최 회장 등을 상대로 4005억원 규모의 주주대표소송도 제기했다.
공교롭게도 이 사건은 미국에서도 소송 중이다. 영풍은 지난해 7월 미 연방지방법원에 "페달포인트를 상대로 이그니오 인수와 관련한 증거를 제출해 달라"고 요청했고, 1심 법원은 이를 받아들였다. 페달포인트가 1심에 불복해 항소를 제기했지만, 미 제2연방항소법원(항소심) 역시 영풍의 손을 들어줬다. 영풍이 이그니오 인수 관련 자료를 확보할 수 있는 길이 열린 셈이다.
영풍은 이번 결정을 계기로 자료 제출을 의도적으로 늦추려는 페달포인트의 전략이 명분을 잃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집행정지 신청과 항소 제기를 통해 관련 증거 제출을 늦추려 했지만, 항소법원이 이를 기각했기 때문이다.
![[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더스쿠프 포토]](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1/09/thescoop1/20260109140917279qbfl.jpg)
영풍 관계자는 "미국 항소법원이 영풍의 증거수집 요청이 합리적이고 정당하다는 점을 다시 한번 확인한 것"이라며 "이그니오 투자 의혹의 사실관계를 투명하게 밝혀서 고려아연의 기업 가치와 주주들의 정당한 권익을 보호하겠다"고 밝혔다.
고려아연의 입장은 정반대다. 관계자의 말을 들어보자. "당시 매수주관사로 JP모건을 선정했고, 적절한 실사와 평가를 통해 이그니오를 인수했다. 이그니오 인수 결정은 이사회의 결정을 통해 이뤄졌고, 당시 영풍 측 인사인 장형진 영풍 고문도 이사로 참석해 승인했다. 문제될 게 없다."
하지만 당시 고려아연 이사회에 영풍 측 인사는 '장 고문(당시)'이 유일했기 때문에 반대표를 던지기 쉽지 않았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영풍 측이 "고려아연이 제대로 된 정보를 제공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이유다.
그렇다면 최 회장을 둘러싼 또다른 의혹들은 어떤 내용일까. 이 이야기는 '고려아연의 풀리지 않은 논란들' 2편에서 이어나가보자.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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