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은 절대 이해 못한다는 빨래 문화

깨끗하게 세탁한 이불들이 따뜻한 햇볕 아래 건조되고 있는 익숙한 모습. 그런데 미국에서는 빨래를 널었다가 총을 맞을 뻔했다는 사례도 있다는데 ‘캘리포니아에서 빨래 널어도 되냐, 불법이면 걷겠다’ 는 글도 볼 수 있고, 심지어 미국의 많은 주에서 빨랫줄 사용금지 조례(Clotheslines ban)가 있다고 한다. 유튜브 댓글로 “미국에서 빨래를 널면 안 된다고 하는데 왜 그런 건지 궁금하다”는 의뢰가 들어와 취재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빨래를 밖에 널어놓은 모습이 외관상 가난한 동네 이미지를 떠올리게 하고 집값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꺼리는 문화가 있다고 한다.

[미국 부동산 업체 관계자]
"사실 빨랫대가 있는 경우는 애초에 조금 좀 차상위 계층 분들이 많이 모여 사는 경우가 많기는 합니다. 상대적으로요."
[미국 미주리주 거주 A씨]
"밖에 빨래를 널게 되면 그 집값이 떨어진다고 들었거든요. 보통 빨래를 그렇게 널고 계시는 분들은 막 좀 이렇게 동네가 좀 살짝 어두운 그런 느낌이 있어요."

그래서 그런지 현재 미주리주에 살고 있는 이 분은 미국에서 처음 집을 구할 때 ‘외관을 보라’는 조언을 들었다고 한다. 게다가 잔디 길이까지 규제한다고 한다.

[미국 미주리주 거주 A씨]
"여기서 저보다 더 오래 살았던 형 누나들이 말해줬는데 제일 먼저 봐야 하는 게 밖에 이 건물들이 어떻게 생겼는지, 밖에 주차돼 있는 그 차(유리)들을 보라고 하더라고요. 고가의 물건이 있으면 이제 유리창을 깨고 그 물건을 훔쳐가는. 잔디밭도 있는 집안이면 저희 주는 잔디가 몇 cm 이상으로 자라면 안 되는 법이 있어요. 아무래도 그런 거 보면 좀 외관을 좀 중요시하는 것 같아요."

미국에서 이런 빨래 널기 금지가 확산된 것은 주택소유주협회의 영향력이 이유로 꼽힌다. 대규모 단지 조성으로 만들어진 다가구주택들의 경우 HOA라고 불리는 주택소유주협회(Home-owners Association)가 운영되는데 집값 하락을 우려한 협회의 영향력 하에서 빨래 널기 금지 규제가 강력하다고 한다.

주차나 반려동물 관련 문제, 쓰레기 등 여러 사람들이 사는 커뮤니티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HOA가 있는 곳을 선호한다고 하는데 반대로 너무 엄격한 규정이나 관리비 문제로 불만들이 생겨나는 경우도 많다.

또 주택이나 동네 외관이 관리가 되지 않는 지역 일명 ‘후드’라고 불리는 슬럼가 쪽은 우범지대로 인식되는데 미국에서 집 밖에 빨래가 널려있는 모습들도 이런 부정적 인식을 준다고 한다. 몇년 전에 온라인에서 이 후드 우범지대와 같이 거칠고 과장된 행동들을 거리낌없이 하는 영상들이 후드 밈으로 인기를 얻기도 했다.

외부에서 빨래 널기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있다보니 미국에서는 전체 가정의 90% 이상이 건조기를 사용할 정도로 건조기 사용이 일반적이다. 심지어 집에 세탁기와 건조기가 없는 오래된 집이나 다세대 공공주택의 경우에도, 건물 지하에 공용 세탁기와 건조기를 마련해둘 정도다.

[미국 시애틀 거주 B씨]
"원룸 이런 데 개인 세탁기가 없고 옛날 건물이다. 그러면 세탁기 없는 집이 많아요. 한 200세대 넘는다. 그러면은 공동 세탁기가 지하실에 있어요. 거의 아파트 지하에 빨랫방이 있었던 것 같아요. 처음에는 저도 안 익숙했는데 (건조기)하고 나니까는 되게 편하더라고요."

다만 2000년대 들어서는 건조기로 인한 에너지 낭비를 걱정하는 사람들이 늘어나서 메릴랜드나 하와이 등 일부 주에서는 ‘빨래 말릴 권리(right to dry)’법을 제정해서 관행 깨기에 나섰고 점차 이런 주장들이 호응을 얻으면서 50개 주 가운데 20개 가까운 주에서 빨래를 밖에서 말릴 수 있도록 보장하고 있다.

[미국 부동산 업체 관계자]
"이제 이 많은 문화권이 산다는 게 정말 길 건너 커뮤니티마다 좀 사람들 문화나 이게 다른 경우가 워낙 허다하거든요. 잘 사는 동네에서도 빨래 는 모습 볼 수 있습니다. 주, 동네 안에서도 커뮤니티 한 블록 한두 개만 지나가더라도 또 다른 모습이 분명히 보여질 거고요. 다 하나하나가 미국을 대변하는 모습이기도 해요."

아파트 공화국인 우리나라에서도 미국과 비슷한 이유로 외관상 좋지 않다면서 빨래 건조대를 설치하지 말라고 하기도 했는데 특히 베란다 확장 공사가 늘어나면서 빨래를 널기 보다는 건조기를 쓰는 집이 늘어나는 추세다.

고온으로 움직이는 건조기에 옷을 자주 넣으면 옷이 빨리 상하는 걸 생각하면 빨래건조대를 이용할 법도 한데, 대부분의 미국인들은 ‘옷은 소모품’일 뿐이라는 생각이 강해서 신경 안 쓴다고 한다. 전기세를 걱정하는 사람도 못 봤다고 한다.

[미국 미주리주 거주 A 씨]
"아마존에서 건조대를 사려고 보고 있었는데 미국인 룸메이트가 이제 막 너 이거 왜 보고 있냐. 나 빨래 널려고 이러니까 “빨래를 왜 너냐?”고 막 물어보더라고요. “그냥 빨리 끝내고 그냥 개면 되지 않아. 왜 옷이 상하는 거는 소모품인데 굳이 그걸 걱정해” (이러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