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녕하세요. 르노삼성의 두 번째 크로스오버, QM3에 대해 자세히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이 차를 '국산차 도감'에서 다뤄야 할지, '수입차 도감'에서 다뤄야 할지 정말 고민이 많았는데요. 하지만 국산 브랜드로 출시되었고, 대부분의 소비자들이 이 차를 수입차라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국산차 도감'으로 진행하겠습니다. 반박은 받지 않겠습니다. QM3는 칼바람이 휘몰아치던 2013년 12월 국내 시장에 혜성처럼 등장했습니다.

사실 소형 SUV 카테고리의 개척자는 그보다 9개월 먼저 나온 '쉐보레 트랙스'였죠. 하지만 트랙스는 비싼 가격과 국내 소비자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감성 품질' 면에서 취약해 별다른 반응을 얻지 못했습니다.
쉐보레의 매력적인 주행 질감과 기본기, 훌륭한 1.4L 터보 엔진에도 불구하고, 오토바이 계기판 같은 실내 디자인과 투박한 외모 때문에 타고 싶지 않게 생겼다는 평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QM3가 12월에 등장하고 나서야 비로소 소형 SUV 시장이 주목받기 시작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QM3는 한국 시장을 위해 개발된 모델이 전혀 아니며, 유럽에 의해, 유럽을 위해 개발된 모델입니다.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시작된 글로벌 경제 위기, 즉 유럽 재정 위기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던 시기에 개발이 진행되었죠.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가 이 차의 개발에 많은 영향을 주어, 감각적인 디자인, 합리적인 가격, 낮은 유지비라는 특징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QM3는 실용적인 패키징과 SUV 선호 분위기를 반영한 결과물입니다. 소형차 강국 프랑스 출신답게 단아하고 예쁩니다. 마치 매끈한 조약돌처럼 유려하고 세련된, 도자기 같은 디자인이죠. 쉐보레 트랙스가 'SUV는 이래야 돼!'라고 외치는 듯 견고하고 투박한 반면, QM3는 '소형차는 소형차다워야지' 하며 아기자기하고 눈길을 사로잡는 팬시한 디자인으로 어필했습니다.
크로스오버 스타일로 전고를 높게 설정하고, 차체에 비해 넉넉한 17인치 휠과 타이어를 매칭하여 시각적으로 빈약해 보이지 않도록 구성했습니다. 지금은 흔해진 투톤 컬러도 2013년 당시에는 독보적인 구성이었죠. 지붕 색깔만 봐도 '어? QM3구나' 할 정도로 유니크한 매력을 가졌습니다.

당시에는 법적으로 규정되지 않았던 LED 주간주행등은 낮에도 라이트가 켜져 있는 것이 흔치 않던 시대에 차의 존재감을 확실히 끌어올렸습니다. 범퍼에 자리한 안개등을 핸들 돌리는 방향으로 점등되게 해 코너링 램프로 활용한 것도 재치 있는 부분입니다. 비록 '캡처'라는 본명 대신 르노삼성 배지를 달면서 '수입차 프리미엄'의 소소한 이득은 얻지 못했지만, '소형 크로스오버'라는 차급 자체가 흔치 않아 소비자들에게 신선한 인상을 주었습니다.
전통적으로 르노삼성은 감각적이고 감성적인 이미지로 여성 소비자들의 선호도가 높은 브랜드였고, QM3 역시 동글동글하고 귀여운 모습으로 이러한 맥락에 일치하며 여성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실제로 사회 초년생 여성분들이나 어머니의 세컨드카로 많이 판매되었고, 지금도 여성분들이 타는 경우가 많습니다.

실내는 외관만큼 예쁘지는 않아도 독특했습니다. 디자인 예산을 익스테리어에 몰아주느라 인테리어 예산이 부족한 듯한 느낌은 있었지만, 플라스틱 소재를 폭넓게 사용하면서도 도시적이고 미래지향적인 분위기를 연출했습니다. 반짝이는 하이글로시 패널과 곳곳에 더해진 컬러 액센트 덕분에 마냥 저렴해 보이지 않는 구성을 갖췄으며, 차량의 외장 색상과 톤을 맞춰 다양한 색상 조합으로 개성을 뽐낼 수 있었던 것이 특징입니다. 특히 지퍼식 시트 커버는 매우 독특한 옵션이었습니다. 커버를 떼어 세탁하거나, 색깔별로 구비해 실내 분위기를 바꿀 수 있어 반려동물 태울 때나 음식물 쏟았을 때 유용했습니다.

계기판은 디지털 속도계에 아날로그 타코미터가 조합된 독특한 구성으로 신선함을 주었죠. 소형차임에도 버튼 시동 스마트키가 제공되었고, 블루투스, USB, DMB, 후방 카메라를 이용할 수 있는 6.5인치 AV 시스템을 기본 사양으로 제공해 '깡통' 모델임에도 꽉 찬 인테리어를 만들어주었습니다. 순정 내비게이션은 TMAP을 지원했습니다. 누운 느낌표 모양의 공조장치는 겉보기엔 매뉴얼처럼 생겼지만 풀 오토 방식이었고, 조작 편의성이 뛰어났습니다. 르노차들이 이상한데 써보면 괜찮은 부분들이 좀 있죠.

콧대 높은 파리지앵들의 고집이 묻어나는 구석들도 있었습니다. 대표적으로 컵홀더인데요. 프랑스 사람들은 차에서 먹고 마시는 것을 혐오한다고 합니다. 르노 계열 차들은 이런 식으로 컵홀더에 인색한 경우가 많습니다. 중앙 콘솔에 구멍이 두 개 있긴 한데, 서로 크기가 달라 우리가 흔히 쓰는 테이크아웃 커피잔은 앞에만 꽂히고, 다른 컵은 들고 타야 했습니다. 이 때문에 애프터마켓 상품으로 스마트키 홀더를 활용한 사제 컵홀더를 장착하기도 했습니다. "애프터마켓 제품 시장 활성화를 위한 르노삼성의 큰 그림"이라고 봐야 할까요?

또 아쉬운 점은 등받이 각도 조절 방식입니다. 일반적인 레버식이 아니라 동그란 다이얼을 돌려 1도, 2도씩 조절하는 방식인데, 조절 다이얼이 오른쪽에 있어 암레스트 때문에 손이 잘 들어가지 않았습니다. 다행히 암레스트를 젖힐 수 있었지만, 옆 사람과 손이 닿는 어색한 상황이 연출될 수도 있었죠. 물론 미세하게 각도를 조절할 수 있다는 장점은 있지만, 성질 급한 한국인들에게는 정말 맞지 않는 방식이었습니다.
그래도 옆에 중요한 사람이 타있다면 대신 돌려줄 수 있어 매너 있는 상대가 되긴 좋겠네요. 스피커도 소소한 아쉬움으로, 경차나 다름없는 오디오 음질을 제공하는 4개 스피커만 있어 주로 차에서 음악을 듣는 사회 초년생, 젊은 오너층의 라이프스타일과 동떨어진 부분이 있었습니다. 나중에 특정 트림에 한해 6 스피커가 옵션으로 제공되긴 했지만, 엔진 음색마저 좋지 않아 더욱 아쉽게 느껴졌습니다.

QM3의 공간은 엑센트나 프라이드 해치백 크기로, 동급 소형 SUV 중 가장 좁았습니다. 물리적으로 차가 작으니 넓은 공간을 제공할 수 없었죠. 따라서 갖가지 기발한 아이디어로 이를 만회하려는 노력이 엿보였습니다. 동급 최초로 뒷좌석을 앞뒤로 움직일 수 있는 '슬라이딩 리어 시트'를 제공해 뒷좌석 승객 탑승 시 레그룸을 늘리거나, 트렁크에 짐을 많이 실을 때는 뒷좌석을 당겨 짐 공간을 늘릴 수 있게 했습니다. 또한 트렁크 바닥도 2단으로 구성하여 공간을 아래로 확장할 수 있었습니다. 특이하게도 글로브 박스가 '서랍식'으로 열립니다. 르노의 전매특허 기능으로, 용량도 넉넉하고 물건이 쏟아질 염려가 없어 좋았습니다. 저도 글로브 박스 열 때마다 물건이 떨어지는데, QM3는 그럴 일이 없겠네요.

시트백 포켓 대신 고무줄이 있었는데, 여기서 영감을 받아 티볼리도 고무줄을 달고 나왔다고 합니다. 문서나 서류를 끼워 넣을 수 있는 순정 액세서리도 판매했는데, 고무줄 간격이 넓어 물건이 빠지는 경우를 대비한 것이었습니다. 더욱 기발한 것은 '도어 포켓'입니다. 원래 막혀있어야 할 부분을 뚫어놓고 핸드폰을 넣으면 바닥으로 쏟아지게 만든 다음, 그 부분을 막는 재떨이 같은 액세서리를 '도어 포켓'이라는 이름으로 판매하는 '창조경제'를 보여주었습니다. 국내 애프터마켓 시장과 상생하려는 르노삼성의 큰 그림이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파워트레인 역시 '경제성'에 집중했습니다. 4기통 1.5L dCi 디젤 엔진에 게트락의 6단 건식 DCT 단일 파워트레인만 제공했죠. 최고 출력 90마력, 22.4kgf·m의 힘은 빈약해 보이지만, 막상 운전해보면 생각보다 잘 나갑니다. 물론 오르막이나 고속에서는 배기량과 출력의 한계를 느끼지만, 일상 구간을 벗어난 고속 주행은 이 차와 어울리지 않습니다. 고속 안정성이 뛰어나지 않아 120km/h 미만으로 달려야 하는 차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실용 구간에서는 전혀 문제없는 가속감과 주행감을 선사했습니다. 소형차 강국 프랑스에서 온 모델답게 쫀쫀한 핸들링과 해치백을 모는 듯한 경쾌한 몸놀림이 어우러져, 운전해보면 매력을 느낄 수밖에 없는 차였습니다. 특히 핸들링 감각은 예술이라고 할 수 있죠.

DCT가 달린 차인만큼 '경사로 밀림 방지 장치'는 매우 유용한 옵션이었습니다. 지하주차장 등 경사로에서 정차 후 재출발할 때 수동차처럼 뒤로 밀리는 DCT 차량의 단점을 보완해 줍니다. 승차감은 썩 좋지 않았습니다. 이는 이 급의 소형차들이 대부분 공유하는 문제이기도 합니다. 기본으로 장착되는 17인치 휠은 외관을 멋스럽게 꾸며주지만 부드러운 승차감과는 상극이었고, 디젤 엔진 특유의 소음과 진동, 그리고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시내 주행에서 울컥거림과 멀미를 유발하는 DCT 변속기도 승차감을 저해하는 요소였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단점들은 이 차의 압도적인 연비를 경험하는 순간 사르르 녹아내렸습니다. '디젤 + DCT + 소형차 = 연비 깡패'라는 공식이 딱 들어맞는, 기름 냄새만 맡아도 가는 조합이었죠. 무려 리터당 18.5km의 공인 연비를 자랑했는데, 대부분의 실제 오너들은 평균 20km/L를 우습게 넘기고 25, 27km/L까지도 나와 '뻥연비' 논란이 거꾸로 생길 정도였습니다. 연료 게이지 바늘이 거의 고정되어 있을 정도였죠. 연비 측정 기준 변경으로 복합 연비가 17.7km/L로 하향 조정되긴 했지만, 여전히 우월한, 하이브리드 뺨치는 수치를 보여주며 QM3의 강력한 세일즈 포인트가 되었습니다. 연비 하나로 모든 것이 용서되는 차였죠.
공차 중량이 1,300kg로 경쟁차에 비해 크게 가벼운 것도 아니었는데 이 정도 연비를 선사한다는 것은 르노 1.5L dCi 엔진의 효율과 완성도가 아주 뛰어나다는 것을 증명했습니다. 괜히 벤츠가 이 엔진을 사다가 A클래스에 달았던 것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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