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와 딸이 지은
여주 패시브주택 ‘화이불치재’
영동고속도로 여주IC를 통과해 얼마 지나지 않아 도착한 한 전원주택단지. 화려하나 사치스럽지 않다는 의미를 지닌 주택 ‘화이불치재華而不侈齋’는 건축주의 라이프스타일을 고스란히 담아낸 듯 보였다. 그 이유는 건축주의 바람과 평소 생활 모습을 가장 잘 알고 있을 건축주의 딸이 직접 설계했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건축업에 종사한 건축주와 건축가인 딸이 서로 긴밀히 소통하며 완성한 훈훈한 주택이다.
글 노철중 기자 | 사진 차우차우 디자인스튜디오&건축사사무소, 이재우 작가 | 협조 차우차우 디자인스튜디오&건축사사무소
HOUSE NOTE
DATA
위치 경기 여주 삼교동
지역/지구 계획관리지
건축구조 철근콘크리트조
대지면적 400.7㎡(121.21평)
건축면적 146.36㎡(44.27평)
연면적 133.60㎡(40.41평)
건폐율 36.53%
용적률 33.34%
설계기간 2023년 1월 ~ 6월
시공기간 2023년 6월 ~ 11월
설계 차우차우 디자인스튜디오&건축사사무소
02-742-7516 www.chawoochawoo.com
시공 이에코건설 02-3431-8600
blog.naver.com/y0482
MATERIAL
외부마감 외벽 - 외단열시스템
데크 - 밀보드 올드우드
내부마감 천장 - 노출콘크리트, 페인트(아우로)
내벽 - 노출콘크리트,
페인트(아우로, 벤자민무어)
한지벽지
바닥 - 원목마루(선일마루)
단열재 지붕 - 압출법보온판 특호
외벽 - 비드법보온판 2종
창호 슈코
현관문 AEVO
조명 LED
주방기구 노이키친
위생기구 콜러
난방기구 귀뚜라미 전기보일러
태양광패널 9kw
열회수환기장치 젠더 Comfoair Q350
건축주 부부는 오랫동안 전원주택 생활을 꿈꾸고 있었다. 집을 짓기 전에 4년 동안 전원주택 생활을 한 경험이 있었고, 그 경험을 바탕으로 집에 대한 생각을 다시 정리하게 됐다. 아름다운 자연 풍경보다는 생활이 편리하고 안전한 환경이 보장돼야 한다고 생각했다. 더욱이 한때 발을 다쳐 목발을 사용할 때 이동이 불편했던 적이 있었기에 “건강한 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집을 짓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결과적으로 마당을 통해 집안 어디든 출입할 수 있도록 문턱이 없고 단아하면서도 세련된 멋을 지닌 집을 구상하게 됐다.
마당도 하나의 실이 되는 집
건축주는 지속 가능하고 건강한 집이라는 목표를 위해 모든 에너지가 전기로 공급되는 패시브하우스를 의뢰했다. 이에 설계자인 딸은 태양광 패널을 지붕 위에 설치하고 외부 블라인드, 열회수환기장치, 구조용 열교차단재, 고기밀, 고단열 등 패시브하우스의 여러 항목들을 외관과 실내 디자인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담아내기 위해 노력했다.
“건축주가 평면도가 채 나오기 전부터 집 이름을 ‘화이불치재’로 부르기 시작했어요. 아마도 패시브하우스가 되기 위해 적용한 요소들이 화려할 정도로 많은데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은 간결하기에 사치스럽지 않다는 의미가 아닐까 해석해 봅니다.” 화이불치재는 마당이 중심인 집으로 주방·식당, 거실, 안방 등에서 마당으로 출입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낮은 계단이나 문턱이 하나도 없는 것도 특징이다. 실내와 실외의 경계가 없는 한옥을 닮았으며, 현관은 존재하나 그것은 보안을 위한 것일 뿐 여느 주택들처럼 주요 출입구는 아닌 여러 통로 중 하나다. 이러한 구조는 마당 가꾸기를 좋아하는 건축주의 성향을 반영한 설계라는 게 건축가의 설명이다.
“대문을 지나 마당을 거쳐 어디든 신발을 벗고 내부로 들어갈 수 있는 집이 된다면 마당은 자연스럽게 동선의 중심이자 생활의 중심이 됩니다. 화이불치재는 도로에서 집으로 들어오는 골목을 거쳐 대문에 다다릅니다. 대문이 도로에 마주해 있지 않고 대문을 지나면 부엌으로, 식탁으로, 거실로, 안방으로, 외부 창고로 드나들 수 있어요. 마당까지도 집에서 하나의 실이 되는 배치를 고려했습니다.”
호기심을 자극하는 건물의 배치
박공지붕의 전형적인 주택들 사이에서 화이불치재는 여러 면으로 돋보인다. 우선 평지붕에 단층인 것과 모던함을 강조한 아이보리 톤 외장 마감이 눈에 띈다. 건축주 부부뿐 아니라 손님들은 현관이 아닌 대문으로 드나든다고 한다. 실내는 노출 콘크리트로 마감해 세련된 분위기를 연출했다. 마당을 통해 주방·식당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느끼는 것은 탁 트인 개방감이다. 이유는 3.3m의 높은 층고로 이는 주방·식당부터 문턱 없이 연속되는 거실까지 이어진다.
특히 주방의 아일랜드 조리대는 개방감 있는 실내에 맞게 넉넉한 크기로 계획했다. 현관 쪽에 서서 내부를 바라보면 묘한 호기심이 생긴다. 거실 공간은 오른쪽으로 꺾여 있어 잘 보이지 않기 때문인데, 거실 끝의 비교적 작고 아담한 출입구가 호기심을 발동시킨다. 이 숨겨진 공간에는 욕실과 안방이 위치한다. 욕실은 밝은 아이보리 톤 타일로 마감해 깔끔하게 조성했다. 마당을 향해 난 창문은 여느 욕실과 다르게 큰 편으로 이는 노천탕에 온 느낌을 받고 싶다는 건축주의 바람이 담긴 설계다. 창을 통해 들어오는 자연광이 화이트 톤 욕조에서 매우 밝게 빛나고 있어 인상적이었다.
안방은 개방감이 돋보이는 주방·식당, 거실 공간과는 대조적으로 천장고를 낮추고 아늑한 분위기로 조성했다. 안방 드레스룸의 우드 톤 수납장은 공간에 안정감을 더하고 마당으로 연결되는 출입문은 포인트 역할을 한다. 주방·식당과 거실을 분리하듯 꺾인 공간에는 독특한 서재가 마련돼 있다. 안으로 들어가면 마치 작은 미술관에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또한 높은 천장고를 활용해 별도의 다락공간을 마련해 여러 짐들을 수납할 수 있도록 계획했다.
곳곳에 개구부를 낸 건축가의 배려
실내 마감의 가장 큰 특징은 노출 콘크리트 마감이다. 부정적인 의견도 있었지만 단점보다는 공사비 절감, 축열 성능, 화학적 마감재로 인한 냄새 없음 등 장점이 더 많아 과감히 선택했다는 게 건축가의 설명이다. 다만, 바닥재는 보다 따뜻한 느낌이 들 수 있도록 원목마루로 선정했다. 외부 데크재도 고목의 느낌이 나는 밀보드를 적용해 실내원목마루와 연장선으로 보이도록 했다.
화이불치재에서 무엇보다도 가장 인상적인 것은 패시브하우스임에도 창문과 개구부를 다양한 위치에 여러 개 냈다는 점이다. 서재 앞 수전 위에는 거울 대신에 개구부를 만들어 거실과 마당을 바라볼 수 있게 했다. 주방에 가로로 길게 낸 고창은 햇살을 최대한 내부로 끌어들이는 역할을 한다. 거실에서 시선이 닿는 외부 콘크리트 담장에도 긴 개구부를 내어 다양한 각도에서 자연을 바라볼 수 있게 했다.
이러한 건축가 딸의 의도는 잔잔한 감동을 불러일으켰다. 부모님이 집 안 곳곳에서 좀 더 많이 자연을 바라보며 즐기셨으면 좋겠다는 살가운 의도를 알고 난 후 마음이 더욱 훈훈해졌다. 아버지와 딸이 긴밀하게 소통해 지은 화이불치재에서 건축주 부부와 그의 가족들이 행복한 미래를 만들어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