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자닌 투자파일] 이엠텍, 안트로젠 지분 유동화…제품사업 베팅

/사진 제공=이엠텍

전자부품 제조 기업 이엠텍이 교환사채(EB)를 활용해 자금 수혈에 나섰다. 회사가 보유 중인 바이오 기업 안트로젠의 지분을 교환대상으로 내걸며 제품사업 확대에 실탄을 싣겠다는 계산이다. 지난해 매출 상승과 수익성 개선으로 외형은 커졌지만 현금 여력은 빠듯해 보유 지분을 동원해 투자 재원을 마련하는 모습이다.

1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이엠텍은 최근 165억원 규모의 3회차 사모 EB를 발행하기로 결정했다. 교환 대상은 이엠텍이 보유한 안트로젠 보통주 36만2703주이며 교환가액은 4만5622원이다.

양사는 과거 동남아시아 시장 공동 진출과 바이오 분야 협력을 염두에 두고 상호 지분 관계를 구축한 바 있다. 이엠텍은 2017년 안트로젠의 유상증자에 참여해 지분 6.16%를 취득했다. 지난해 말 기준 회사는 안트로젠의 주식 72만5406주, 지분율 7.25%를 보유하고 있다. 동시에 안트로젠도 지난해 말 기준 이엠텍의 지분 8.64%를 보유하고 있다.

발행 조건은 회사에 비교적 우호적으로 설정됐다. 표면, 만기이자율과 조기상환수익률까지 0%로 투자자가 조기상환을 청구해도 사실상 원금 수준으로 회수하는 구조다. 반면 이엠텍은 발행 1년 뒤부터 2년까지 연 1%의 복리만 얹어 일부 물량을 되사올 수 있다. 여기에 투자자는 인수금액의 30%를 미교환 상태로 의무보유해야 하며 안트로젠의 주가가 하락해도 교환가액을 조정하는 리픽싱 조항도 없다.

이엠텍의 입장에선 직접적인 주식 희석 부담 없이 현금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다만 투자자가 교환청구권을 행사할 경우 안트로젠 지분은 줄어든다. 이번 EB에 활용된 안트로젠 주식은 현재 이엠텍 보유분의 절반에 달해 향후 교환이 이뤄질 경우 보유 투자자산의 구성이 바뀔 가능성이 있다.

조달한 자금은 투자와 회사 운영 경비로 사용될 예정이다. 165억원 중 100억원은 내달부터 2027년 6월까지 제품사업부 시설투자에, 나머지 65억원은 일반 운영자금으로 배분된다. 회사 측은 "이번 시설자금은 전자담배와 자동주사기 제품 경쟁력 강화를 위한 승부사업의 설비투자 자금으로 활용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엠텍의 전자담배 사업은 2018년 말 제품 출시를 시작으로 2020년 KT&G 해외 수출용 공급계약까지 이어지며 본격화했다. 동시에  자동주사기 사업은 2018년 무렵부터 개발을 진행해 2025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DMF(원료·제조정보 등록 문서) 등재 단계까지 진전된 상태다. 이번 EB는 제품화한 전자담배와 상업화 준비가 진행 중인 자동주사기 사업에 설비투자를 집중하는 성격으로 해석된다.

이엠텍의 연간 매출과 영업이익 추이. 회사는 지난해 수익성 증가로 매출이 개선됐지만 최근 수년간 이어진 적자를 탈출하지는 못했다. /그래픽=이동현 기자

다만 회사 매출의 중심은 아직 부품사업 쪽에 있다. 이엠텍의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은 2051억원으로 전년(1676억원) 대비 22.4% 늘었지만, 제품사업 부문의 매출 비중은 5.8%에 그쳤다. 영업손실은 199억원으로 305억원을 기록했던 전년보다 개선됐고 당기순손실도 119억원으로 축소됐지만 흑자 전환까지는 이루지 못했다.

재무 체력도 여유로운 상태는 아니다. 지난해 말 연결기준 유동자산은 1185억원, 유동부채는 1232억원으로 유동비율이 96.2%에 그쳤다. 동시에 현금및현금성자산은 66억원, 영업활동현금흐름은 158억원 유출을 기록해 본업에서 현금 창출이 부진한 상황이다. 자체 현금만으로는 투자 재원을 확보하기 어려워 기존 보유 금융자산을 동원한 것이다.

이번 조달은 외부 차입보다 보유 자산 활용에 무게가 실린다. 이엠텍은 지난해 3월과 4월에 각각 30억원, 50억원 규모의 자기주식 취득 신탁계약을 체결해 63만1274주의 자사주를 취득하며 주가안정과 주주가치 제고에도 나섰다. 기업신용평가 등급이 기존 BBB-에서 B+로 하락한 가운데서도 자사주 매입을 병행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 EB 발행이 단순히 자금 여력을 보충하고자 한 결정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온다.

전자담배 사업 확대의 변수도 남아 있다. 이엠텍은 2024년 KT&G와의 특허권 이전등록 청구 소송 1심에서 승소했지만 KT&G가 항소하면서 현재 2심이 진행 중이다. 이번 EB를 통한 설비투자가 실제 사업 확대와 수익화로 이어질 수 있을지와 함께 법적 불확실성의 관리가 과제로 남는다.

한편 <블로터>는 이번 EB 발행 이후 향후 사업 계획 등에 대해 이엠텍의 입장을 확인하기 위해 연락을 시도했으나 연결되지 않았다.

이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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