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자협회 "기자 출입 정지? 의사협회, 언론 겁박 멈춰라"

한국기자협회, 의사협회 취재기자에 출입 정지 조치한 의협 비판
의사협회 대변인"임기 초기 혼란한 도중 생긴 일, 사과드린다"

[미디어오늘 정민경 기자]

▲대한의사협회의 주도로 집단휴진에 나선 지난 6월 18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환승센터 주변에서 열린 대한의사협회 전국 의사 총궐기대회에서 참석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있다. ⓒ민중의소리 김철수 기자

의대 정원 증원 문제로 정부와 대한의사협회(의협)의 충돌이 계속되는 가운데, 의협이 의협을 취재하는 기자들을 상대로 출입 정지 등의 조치를 취해 기자협회가 비판에 나섰다.

의협이 일부 기자들에게 임의로 출입을 정지하고 일부 기자에게 보인 부적절한 태도에 대해 한국기자협회는 성명을 내고 재발 방지를 요구했다.

의협은 해당 조치가 회장의 새임기가 시작된 초기에 혼란한 상황 속 일어난 일이라며 사과의 뜻을 전했다.

한국기자협회(협회장 박종현)는 27일 성명을 내고 “대한의사협회는 기사 내용이 의사들의 요구에 반한다는 이유로 복수의 매체들에 대한 출입 정지를 일방적으로 통보했다”며 “의협 출입기자단이 없는데도 출입 정지라는 개념을 들어 기자들의 취재 활동을 위축시켰고, 출입 정지의 근거가 되는 내부 논의 절차에 대한 설명 없이 '회장이 결정한 것'이라고 했다”고 밝혔다.

의협이 출입 정지를 통보한 일부 매체에 기사가 아닌 칼럼을 근거로 출입 정지를 통보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기자협회는 “임현택 의협 회장은 개인 SNS에 기사 링크를 걸어 일종의 '좌표 찍기'를 한 뒤 회원들의 비난을 유도하고, 특정 매체 기자 이름을 언급하며 조롱하는 행태도 보여왔다”고 했다.

의협이 자신들 입장에 반하는 보도는 사실이 아니라고 하면서 기자가 오보를 쓴 것처럼 대응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기자협회는 “보건복지 취재를 담당하는 기자들이 취합한 피해 사례 중 의협 내부에서 사실 확인을 거친 기사에 대해서도 '내부 확인 결과 그런 통화를 한 사람이 없다. 명백한 오보이니 기사를 삭제하라'는 일방적인 요구를 해온 사실도 있었다”며 “사실 확인을 해 준 집행부가 자신이 노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 거짓 해명을 하고, 해당 기사가 오보라며 다른 기자들에게 기사를 쓰지 말라는 요구까지 이어졌다”고 주장했다.

이어 기자협회는 “의협은 대변인을 통해서만 취재하라는 요구도 계속하고 있다. 기자는 어떤 출입처이든 다양한 경로로 사실 확인을 한다. 만약 대변인을 통해서가 아닌, 일관되지 않은 메시지 관리에 부담을 느낀 것이라면 내부 언론 대응 역량을 교육할 일이지 기자들의 취재를 금지시킬 일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기자협회는 의협이 기자 취재에 위해를 가하는 일체 행위에 대해 사과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하라고 요구했다. 기자협회는 “'정부는 의사를 이길 수 없다'는 오만한 생각이 부디 국민에게 메시지를 전달하는 기자에게는 적용되질 않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의사협회 대변인, “임기 초기 혼란한 도중 생긴 일, 사과드린다”

최안나 대한의사협회 대변인은 27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기자님들과의 소통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된다. 앞으로는 이런 일이 있지 않도록 하겠다”며 “새로운 회장의 임기 초반에 여러모로 어려운 일들이 많아 오해살 만한 일들이 있었던 것 같다. 오만한 태도로 비춰졌다면 사과드린다”라고 말했다.

최 대변인은 “현재 의사들이 워낙 악마화되어 있는 상황이며, 이러한 상황을 정부가 의도적으로 만든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좋은 의사가 되겠다고 열심히 하는 후배들이 상처를 입고 좌절하면서 꿈을 포기하고 학교와 직장을 떠난 상태다. 선배들이 안타까운 마음에 해결해보겠다고 나서는 중이다. 이 과정에서 여러모로 힘든 일이 있어 기자님들에게 안좋은 오해를 사게한 것 같은데 정말 유감스럽고 다시 이런 일이 없을 것이라 말씀드린다”고 전했다.

기자들의 출입정지 기간은 2주였으며, 최 대변인은 27일 현재 의사협회에 출입 정지인 매체는 없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