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임이냐, 쇄신이냐'…갈림길 앞에선 증권사 CEO는

백지현 2024. 10. 18.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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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연초 임기 만료 앞둔 대표이사 15명
호실적 낸 대형사 CEO, 연임 가능성 무게
실적 회복 더딘 중형사 연임·쇄신 갈림길

내년 3월 전까지 증권사 대표이사 15명의 임기가 끝나는 가운데 이들의 연임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지난해 여러 증권사들이 대대적인 세대교체를 진행했던 터라 첫 임기를 지낸 대표이사가 다수다.

경영진의 리더십을 평가하는 주요 잣대인 실적을 고려했을 때, 대형사들은 자산관리(WM)과 기업금융(IB) 부문에서 양호한 성적을 내 연임에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반면 일부 중형사들의 상황은 사뭇 다르다. 여전히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충당금에 발목이 잡혀있어 적자 늪을 벗어나지 못한 곳이 상당수다. 일각에선 아직 수익 정상화에 힘써야 하는 때인 만큼 적극적인 경영진 교체가 없을 것이란 의견도 나온다.

실적 호조 대형사 CEO 연임 무게

자기자본 기준 상위회사 26곳(외국계 제외) 중 올해 12월부터 내년 3월까지 기간 중 임기가 만료되는 최고경영자(CEO)는 15명이다. KB증권 김성현·이홍구 사장, 강성묵 하나증권 사장(부회장)의 임기는 올해 12월까지다. 내년 3월 정기주총에 맞춰 임기가 끝나는 대표이사는 김미섭·허선호 미래에셋증권 부회장, 김성환 한국투자증권 사장, 이석기 교보증권 사장, 황준호 다올투자증권 사장, 김원규 LS증권 사장, 한두희 한화투자증권 사장, 전우종·정준호 SK증권 사장, 유창수 유진투자증권 부회장, 고경모 유진투자증권 사장, 서정학 IBK투자증권 사장 등 12명이다.

이 가운데 첫 임기를 지내고 있는 대표이사는 9명이다. 이석기 교보증권 사장과 전우종 SK증권 사장, 김원규 LS증권 사장, 고경모 유진투자증권 사장은 2연임에 도전한다. 5번째 임기를 지내고 있는 김성현 KB증권 사장과 유창수 유진투자증권 부회장은 이번에도 대표이사로 선임될 경우 6연임에 성공하는 셈이다. 나머지는 모두 초임이다.

이중 대형사들은 우수한 실적을 선보이고 있어 경영진 연임에 무게가 실린다. 일찍이 PF 부실 관련 리스크에 벗어나 해외주식 중심의 브로커리지와 WM, IB 부문에서 골고루 수익을 내면서다. 

우선 대표이사직에 오른 지 1년밖에 되지 않은 김미섭 부회장과 허선호 부회장은 연임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지난해 미래에셋증권은 최현만 회장과 이만열 사장을 필두로 한 1기 전문경영인 체제를 마치고 2기 체제로 세대교체를 선언했다. 그러면서 등판한 투톱 체제인만큼 검증의 시간을 좀 더 필요해 보인다. 미래에셋증권은 올해도 이르면 10월 말 부문 대표급 인사를 시작으로 본부장급, 직원 순으로 인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김미섭·허선호 각자 대표이사 체제에서 거둔 실적도 양호하다. 미래에셋증권의 별도기준 상반기 영업이익은 5142억원을 기록하며 전년대비 16% 성장했다. 올해 연간 이익도 1조원에 근접할 것으로 전망된다. 해외주식 거래대금 증가와 연금상품 판매 활황으로 높은 수수료 수익을 거뒀다. 홍콩법인 감자차익(1300억원), 여의도 사옥매각(2000억원) 등 일회성 이익도 붙으며 실적 개선이 기대된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의 별도기준 2024년 영업이익은 9027억원으로 추정된다. 작년에 벌어들인 영업익이 5070억에 그쳤다는 점을 감안하면 78% 성장세다.

해외법인 실적도 개선세를 보이는 점도 긍정적이다. 뉴욕법인과 베트남, 인도법인이 강세를 보이고 있는 덕분이다. 다만, 해외부동산 관련 익스포져가 경영진이 풀어야할 숙제로 남아있다. 하반기에도 대체투자 손실 인식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마찬가지로 임기 첫해를 보내고 있는 김성환 한국투자증권 사장도 상반기 누적 영업익, 순이익 부문에서 모두 업계 1위를 거머쥐며 연임에 무게를 싣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별도기준 상반기 영업이익을 9277억원을 쌓으며 '1조 클럽' 입성이 확실해 보인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의 지분을 100% 들고있는 모회사 한국금융지주의 올해 연결기준 영업이익 추정치는 1조1881억원이다. 

업계에서는 김성환 사장의 IB 출신 다운 공격적인 리더십이 실적 개선을 이끌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부동산 PF 사업부서에도 적극적으로 새로운 딜을 수주하고 있으며, WM 부문에서는 글로벌 금융회사, 계열사들과의 협업을 통해 대출채권담보부증권(CLO) 펀드, 손익차등형 공모펀드 등을 공격적으로 출시하고 있다.

5연임에 도전하는 김성현 KB증권사장과 첫 임기를 보내고 있는 이홍구 사장도 현대증권 합병 이래 최대 실적을 낸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받는다. KB증권의 별도기준 영업이익은 4735억원으로 전년대비 7% 증가했는데, 이는 2017년 현대증권과 합병한 이후 사상 최고치다. 

다만 채권형 랩·신탁 돌려막기 관련 징계가 경영진의 부담으로 남아있다. KB증권은 지난 6월 금융감독원 제재심에서 기관 중징계인 일부 영업정지 조치를 받았으며, 당시 WM총괄본부장을 맡았던 이홍구 사장에게는 경징계인 주의적경고 처분이 내려졌다. 금감원은 곧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에 안건을 올려보내 제재를 확정할 예정이다. 

강성묵 하나증권 사장은 초임 CEO인데다가, 실적 정상화를 이끌고 있다는 점에서 연임에 무리가 없다는 의견이 나온다. 하나증권의 상반기 별도 영업이익은 전년대비 75% 증가한 1826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하나증권은 2644억원 규모의 영업손실을 냈었는데 올해는 흑자 전환이 기대된다. 

다만, 강성묵 사장의 하반기 핵심과제였던 초대형IB 인가 획득이 미뤄진 점은 아쉬운 점으로 꼽힌다. 당초 하나증권은 연내 초대형IB 인가를 신청하려 했으나, 금융당국이 종합투자금융사업자(종투사) 제도를 재점검하기로 하면서 일정 연기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KB증권과 마찬가지로 채권형 랩·신탁 돌려막기에 대한 징계도 살펴봐야 할 부분이다. 하나증권 역시 일부 영업정지 조치를 처분받고 증선위 최종 의결을 기다리는 중이다. 

회복 더딘 중형사 연임 갈림길

PF 충격에서 벗어나 다시 실적 쌓기에 돌입한 중형사 대표이사들도 연임 확률이 높아 보인다. 

이석기 교보증권사장은 올해 실적 정상화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교보증권의 별도기준 상반기 영업이익은 780억원으로 전년대비 48% 뛰었다. 교보증권은 박봉권 사장과 이석기 사장 각자대표 체제로 운영되는데, 이석기 사장은 경영과 S&T(세일즈앤트레이딩) 부문을 총괄한다.

유창수 부회장과 고경모 사장이 이끄는 유진투자증권도 회복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유진투자증권의 별도기준 상반기 누적 영업익은 341억원으로 전년대비 81% 뛰었다. 유창수 부회장은 2007년, 고경모 사장은 2020년부터 각각 대표이사직을 맡고 있다.

같은기간 김원규 사장이 이끄는 LS증권의 영업이익도 전년대비 10% 증가한 367억원을 기록했다. 김 사장은 2019년 신규선임돼 한번의 연임을 거쳐 5년째 대표이사를 맡고 있으며 내년 2연임에 도전한다. 서정학 사장이 대표이사직을 지내고 있는IBK투자증권은 별도 영업이익이 8% 줄어든 466억원을 기록하며 실적 방어에 성공했다는 평을 받는다. 

일부 중형사들은 PF 충당금 부담이 계속되면서 실적 정상화가 더딘 상황이 변수다. 황준호 사장이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다올투자증권의 상반기 영업손실은 127억원으로 작년 대비 적자 폭이 1.8배 커졌다. 전우종·정준호 사장이 이끄는 SK증권과 한두희 사장이 이끄는 한화투자증권은 각각 543억원, 68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다만 일각에선 부동산 경기가 고꾸라진 이후 현 경영진이 소방수 역할로 투입된 만큼 경영안정을 위해 경영진 교체가 없을 것이란 시각도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회사 상황이 이미 좋지 않은 상황에서 경영진이 선임된 만큼 실적과 무관하게 정상화를 역점 과제로 삼아왔다"며 "대주주나 회사에서는 당장의 실적 개선을 바라기 어렵다는 점을 감안할 것"이라고 말했다. 

백지현 (jihyun100@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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