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타선에 오랫동안 비어 있던 자리가 하나 있었다. 이대호가 은퇴한 뒤 채워지지 않은 중심 거포의 자리다. 2022년 이대호가 23홈런을 끝으로 유니폼을 벗은 이후, 롯데 소속으로 20홈런을 넘긴 타자는 단 한 명도 나오지 않았다. 2025시즌 팀 홈런이 리그 최하위인 75개에 그쳤다는 사실은 그 공백이 얼마나 깊었는지를 숫자로 보여준다. 5월 19일 대전에서 한동희가 터뜨린 동점 솔로포는 단순한 역전의 계기가 아니었다. 그것은 롯데가 기다려온 해법의 윤곽이 드러나는 장면이었다.

한동희(27)의 2026시즌 초반은 기대와 거리가 멀었다. 군 복무를 마치고 돌아온 그는 시범경기에서 옆구리 부상을 당했고, 5월 초까지 24경기에서 타율 0.233, 홈런 0개에 그쳤다. 지난해 퓨처스리그에서 타율 0.400, 27홈런, OPS 1.155로 리그를 폭격하던 선수의 모습이 아니었다. 결국 5월 4일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그러나 2군에서 11일을 보낸 뒤 상황은 달라졌다. 타구속도 182km, 168km짜리 홈런을 연이어 터뜨리며 1군의 부름을 다시 받은 한동희는 복귀 이틀째인 16일 두산전에서 마수걸이포를 기록했고, 17일 연속포에 이어 19일 대전 한화전에서 3경기 연속 홈런을 완성했다. 데뷔 후 처음이다.
이 흐름에서 주목할 것은 홈런의 개수보다 타구의 질이다. 19일 8회초 동점 솔로포는 몸쪽 148km 패스트볼을 받아쳐 타구속도 172.9km, 발사각 18.2도, 비거리 130m를 기록했다. 패스트볼을 당겨서 반대 방향 담장까지 보내는 것은 타이밍과 파워가 동시에 살아 있다는 신호다. 군 복무 전 한동희의 약점 중 하나는 몸이 일찍 열리는 스윙 메커니즘이었다. 김태형 감독이 복귀 직전 "공을 좀 더 과감하게 잡으러 들어가라"고 조언했다는 점도 이와 연결된다. 적어도 지난 사흘의 타구는 그 교정이 먹히고 있음을 보여준다.

경기 자체를 돌아봐도, 한동희의 솔로포가 단순히 동점을 만든 것에서 그치지 않았다. 4-4 동점 이후 롯데는 대주자 한태양의 도루, 상대 견제 실책, 장두성의 역전 적시타, 황성빈의 추가 적시타를 묶어 한 이닝에 3점을 뽑아냈다. 3연패 위기에서 2연패를 끊은 역전극의 방아쇠는 한동희의 배트가 당겼다. 롯데가 올 시즌 기계적 야구보다 주루 적극성과 분위기 전환에 의존하는 팀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중심 타선에 이닝을 리셋할 수 있는 한 방이 얼마나 중요한지 이 경기가 다시 한번 확인시켜 줬다.
물론 3경기 연속 홈런이 시즌 전체를 보장하지는 않는다. 한동희의 이전 1군 복귀 이후 흐름을 보면 좋은 출발이 항상 지속성으로 연결되지는 않았다. 지금 당장 확인이 필요한 변수는 두 가지다. 첫째, 왼손 투수 상대 성적이다. 롯데의 남은 일정에서 왼손 선발과 맞닥뜨리는 경기가 적지 않고, 우타자인 한동희가 이 구도에서 어떤 수치를 생산하느냐가 타선 내 위치를 결정한다. 둘째, 체력 관리 문제다. 올 시즌 초반 햄스트링 이슈로 이미 한 차례 엔트리에서 내려간 전례가 있다. 롯데가 후반기 경쟁권을 유지하려면 한동희의 몸 상태가 7월 이후까지 이어져야 한다.

롯데는 2022년 이후 4시즌 동안 거포의 부재를 안고 싸웠다. 레이예스의 안타 생산, 레이예스의 안타 생산, 윤동희의 성장은 분명 의미 있는 자산이지만, 이닝 상황을 한 방에 뒤집는 파워 히터는 다른 차원의 역할이다. 3경기 연속 홈런이라는 커리어 처음 밟아본 이정표 앞에서, 한동희가 답을 갖고 있는지는 앞으로 두 달이 판단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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