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할아버지 방 창문을 보면 남산이 보인다. 그 산을 보며 ’내가 팔은 껌이 저 남산만 하다’고 우스갯소리를 하신 게 자주 기억에 남는다”
장혜선 롯데재단 이사장이 지난 16일 외조부 고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과의 일화를 회상하며 한 말이다. 이날 서울 종로구 소재 전통문화공간 무계원에서 열린 ‘2025 롯데재단 상전(象殿) 신격호 展 : 그가 바라본 내일’ 개막식에 참석한 그는 신 명예회장과의 집안 에피소드를 묻는 기자들에게 “저도 지금 안 믿을 정도로 천재적인 것(안목)을 갖고 계셔서 숫자에 대해서는 어느 회사의 몇 년도 매출을 다 기억하셨다”며 존경심을 드러냈다.
‘상전 신격호 展’은 신격호 명예회장의 평전 ‘신격호의 꿈, 함께한 발자취 : 롯데그룹 CEO들의 기록’을 바탕으로 기획된 특별전시다. 오는 20일까지 무계원에서 진행된다.
전시의 모티브가 된 신격호 명예회장의 평전은 그와 함께 롯데그룹을 일궈온 전직 CEO들의 생생한 기록 50여편을 엮은 책이다. 여기에 AI 기반 출판업체 ‘REPETO AI(레페토에이아이)’와의 제작협력을 통해 CEO들의 기억 속 장면을 시각화한 삽화가 더해지며 생동감을 더했다.
이날 개막식에는 장혜선 이사장을 비롯해 그의 모친이자 신격호 명예회장의 장녀인 신영자 롯데재단 의장, 평전 집필에 참여한 롯데그룹의 전직 CEO 9인, 재단 임직원 포함 약 80명의 내빈이 참석했다. 이들은 평전의 발간 계기와 평전을 바탕으로 한 특별전시의 기획 의도, 주요 작품 등을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다.
장혜선 이사장은 축사에서 “아무리 유명하고 훌륭한 일을 하신 분이라도, 돌아가시고 많은 시간이 지나면 잊히기 마련이지만, 이 자리에 함께해주신 전직 롯데 계열사 CEO분들께서 이렇게 평전을 써주신 덕분에 저의 외할아버지이신 신격호 명예회장의 명예와 철학, 기업가 정신이 다시 부활했다고 생각한다”며 평전 집필에 참여한 롯데그룹의 전직 CEO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그는 이어 “이번 평전을 계기로 할아버지의 훌륭하신 애국 정신과 기업가 정신을 후세대에 꼭 남기고 싶다”는 바람과 함께 “할아버지와 함께 롯데를 세우시고, 어머니 신영자 롯데재단 의장님과 함께 일하신 지혜로운 롯데의 OB분들과 함께할 수 있어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소감을 밝혔다.

총 3개의 전시실로 구성된 이번 전시는 평전 속 신격호 명예회장의 발자취를 따라가며 생전 그가 강조했던 경영철학과 기업가 정신, 리더십 등을 재조명한다.
먼저 제1전시실 ‘기억 속의 순간들’에서는 신격호 명예회장의 대표 경영철학인 ‘현장경영’, ‘책임경영’, ‘기업보국(기업을 통해 나라를 이롭게 한다)’을 중심으로 전직 롯데그룹 CEO들의 기억 속 한 순간을 재현한 AI 일러스트 작품 4점을 관람할 수 있다.
제2전시실 ‘기억 속의 추억들’은 롯데와 함께한 일반 시민들의 개인적이고 따뜻한 기억을 담은 공간이다. 재단은 이번 전시를 위해 공식 SNS를 통해 시민들의 추억이 담긴 사진을 공모했고, 이 중 총 28점이 선정됐다. 이 사진들은 시민들이 직접 선택한 ‘나만의 OST’와 함께 LP 형식으로 제작돼 전시되며 ‘LP, 기억을 재생하다’라는 제목 아래 아날로그 감성을 담아 재구성됐다.
마지막 제3전시실 ‘순간과 추억을 잇다’에서는 평전을 자유롭게 읽을 수 있는 독서 공간이 마련돼 있는 게 특징이다. 관람객들이 전시 관람 후 여운을 이어갈 수 있도록 구성을 설계했다.
롯데재단 관계자는 “이번 상전 신격호 展과 평전 독후활동 공모전이 도전과 혁신의 선구자였던 고 신격호 명예회장의 기업가 정신을 청년들에게 다시 한번 조명하고, 그가 남긴 철학과 비전을 되새기는 뜻깊은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박재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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