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과 코트, 승부의 세계를 누비다! 테니스 마니아 엄건용 변호사

조회 152025. 3. 28.
테니스와 송사는 승부를 다툰다는 점에서 닮아 있다. 평일에는 재판정에서, 주말에는 테니스 코트에서 치열한 공격과 방어를 펼치는 엄건용 변호사. 그는 코트에서의 경험이 변호사로서의 삶에 큰 영향을 주었다고 말한다.
ⓒDen
엄건용
· 법무법인 청목 파트너 변호사
· 대법원 국선변호인

테니스를 시작한 계기가 궁금하다
2016년경 정현 선수와 노박 조코비치 선수의 경기를 본 것이 계기다. 그전까지 테니스는 부유층이 즐기는 고상한 취미라고 생각했는데, 두 선수가 펼치는 치열한 승부에 푹 빠져 무작정 중고 라켓과 공을 구입해 시작했다.

다른 운동과 차별화되는 테니스만의 매력은 무엇인가?
테니스는 칼로리 소모가 커 시간 대비 효율이 높은 운동이다. 특히 단식 경기를 하면 혼자서 넓은 코트를 커버해야 하기 때문에 운동량이 상당하다. 2시간만 운동해도 몸속 노폐물이 모두 빠져나가는 기분이 든다. 승부를 겨룬다는 점도 흥미롭다. 테니스를 치다 보면 필연적으로 치열하게 머리싸움을 할 수밖에 없다. 전략이 먹혀들 때, 지고 있다가 역전할 때의 짜릿함은 무엇과도 견줄 수 없다.

테니스는 주로 언제 치나?
평일 낮에는 재판정에 가거나 상담을 해야 하기 때문에 시간을 내기 어렵다. 파트너들도 직장에 가야 하니 경기 일정을 잡기도 쉽지 않다. 그래서 주말 아침 7시부터 9시까지 2시간 가량 테니스를 친다. 주말 아침에는 재판도 없고, 회의도 거의 없어 꾸준히 테니스를 즐길 수 있다. 간혹 초청을 받으면 평일 새벽 6시에 경기를 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른 아침에 운동을 하면 업무에 영향을 미쳐 자제하는 편이다.

테니스 파트너는 어디에서 구하나?
매주 주말 아침에 고정적으로 함께 운동하는 클럽 회원들이 있다. 남성 전용 클럽이라 남자 복식 경기를 즐길 수 있다. 복식 경기는 단식 대비 운동량이 적은데, 운동 수준이 비슷한 남자 복식 경기는 스피드가 빠른 편이라 땀을 꽤 흘릴 수 있다. 단식 경기를 하고 싶을 때는 네이버 카페 ‘테니스 친구찾기’를 통해 파트너를 구한다. 누군가 잡아놓은 코트에 방문해 경기를 하는 사람을 ‘게스트’라고 하는데, 단식 경기를 할 때는 게스트가 되는 것을 자처하는 편이다.

현재 테니스 실력은 어느 정도인가?
테니스는 자신의 실력을 스스로 평가하는 기준이 있다. 미국테니스협회에서 만든 ‘NTRP(National Tennis Rating Program, 테니스 등급 프로그램)’로, 레벨에 따라 등급을 매기는 방식이다. 보통 NTRP 3.0 정도면 아마추어 중급자 정도로 볼 수 있는데, 스스로 그 정도 실력이라고 생각한다.

테니스는 실력이 천천히 늘어 중도 포기자가 많은 편이다.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들 때 어떻게 극복했나?
보통 테니스 레슨 시간이 그리 길지 않기 때문에 레슨을 받는 것만으로는 실력이 드라마틱하게 늘지 않는다. 그러다 보면 랠리가 안 돼 재미가 없다. 나 역시 그런 경험을 했다. 그래서 처음에는 운동장에 무작정 라켓을 들고 나가 공을 주고받았다. 이렇게 연습을 하다 보면 공이 어떻게 튀는지 몸으로 느낄 수 있다. 스핀을 위로 걸면 공이 더 튀어나가고, 아래로 깎아 치면 덜 튄다는 것도 자연스럽게 습득하게 된다. 이렇게 랠리가 어느 정도 되는 상태에서 유튜브로 스윙의 대략적인 메커니즘을 배우고, 레슨을 통해 자세를 교정해 나가면 테니스에 재미를 붙일 수 있다.

평소 테니스를 칠 때 어떤 부분에 중점을 두나?
매너를 지키고 상대를 존중하는 플레이를 지향한다. 아마추어 경기에는 심판이 없으므로 라인 콜을 스스로 해야 한다. 이때 상대에게는 관대하게, 자신에게는 엄격하게 한다. 또 공을 쉽게 포기하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 도저히 받을 수 없을 것 같은 곳으로 공이 튀어도 끝까지 공을 받아치기 위해 노력하는 편이다.

이러한 플레이 방식에 영향을 준 인물이 있나?
라파엘 나달이다. 프랑스 롤랑가로스 오픈에서 전설적인 업적을 세운 선수이자, 뛰어난 경기 매너로도 유명하다. 압도적인 코트 커버력을 자랑하며, 한쪽 구석에서 반대편 구석까지 달려가 강한 스핀을 담은 포핸드 스트로크를 구사한다. 특히 그의 포핸드 스트로크는 독특한 폼이 특징인데, 남들과 다른 스타일로도 클레이 코트를 지배하는 데 성공했다. 그는 ‘운동에는 정답이 없다’는 사실을 몸소 증명한 선수다.

ⓒDen

테니스를 통해 얻은 교훈이 업무에 도움이 된 적이 있나?
테니스와 변호사는 승부를 겨룬다는 점에서 닮았다. 테니스 경기처럼 소송에도 승패가 있고, 단식 경기 코트에서 선수가 모든 것을 감당하듯 변호사도 법정에서 홀로 사건과 맞선다. 테니스에서 얻은 교훈이 변호사로서 업무를 하는 데 도움이 되는 이유다.

테니스를 하면서 가장 크게 배운 것은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집념이다. 공이 예상과 다른 곳으로 와도, 이를 악물고 뛰면 어떻게든 받아낼 수 있다. 그러다 보면 예상치 못한 원더 샷을 칠 수도 있고, 상대방의 기를 꺾어 경기의 흐름을 뒤집을 수도 있다. 패색이 짙은 경기라도 순간 집중력으로 판도를 바꿀 수 있는 것이다. 소송도 마찬가지다. 승소를 위한 희망을 놓지 않는다면, 어떤 소송이라도 역전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패소할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로 싸우기를 그만두면 그 소송의 결과는 뻔하다. 작은 증거라도 집요하게 파고드는 태도는 테니스에서나 소송에서나 중요하다.

일이 풀리지 않을 때에도 테니스가 도움이 된다. 일이 잘되지 않는 날에는 단식 경기를 하나 잡는다. 2시간 정도 치열하게 코트에서 땀을 흘리고 나면, 고민하던 문제가 그리 무겁게 느껴지지 않는다. 테니스가 없었다면 지금처럼 건강한 정신을 유지하면서 살지 못했을 것 같다.

테니스를 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나?

테니스는 좋은 사람을 사귀기에 적합한 스포츠다. 테니스를 꾸준히 즐기는 사람들 중에는 건전한 사고를 가지고 건강한 생활을 하는 이가 많다. 실제로 나도 테니스를 치다 사람을 얻은 경험이 있다. 아버지를 병원에 모시고 가기 위해 고향에 내려갔다가 게스트로 단식 경기에 참가한 적이 있는데, 실력이 잘 맞아 그분의 배우자, 아드님과 함께 복식 경기를 몇 번 즐겼다. 그러다가 그분의 송사를 맡게 돼 지금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테니스는 체력 소모가 많은 운동이다. 나이가 들어서도 시작할 수 있을까?
테니스를 시작하는 데 나이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내가 테니스를 치는 곳에도 젊은 층보다 중장년층이 더 많다. 체력 소모가 걱정된다면 단식보다 복식 경기를 선택하기를 권한다. 가벼운 랠리를 통해 안전하게 체력 관리가 가능하다.

테니스를 시작하려는 이들을 위해 조언을 한다면?
자세에 지나치게 신경 쓰지 말고, 우선 랠리를 즐기자. 처음부터 잘 배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입문자는 테니스의 재미를 경험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자칫 너무 많은 것을 신경 쓰다 보면 흥미가 떨어져 테니스를 쉽게 포기하게 된다. 치고 싶은 자세로 안전하게 치다가 자세 교정의 필요성을 느끼거나, 테니스를 제대로 배우고 싶어지면 그때 프로를 찾아가면 된다. 레슨은 실외 정식 규격을 갖춘 코트에서 받는 것을 권한다. 실내 코트에서만 테니스를 치다 실외에 나오면 넓이에 적응하기 어려워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도전하고 싶은 것이 있나?
딸이 자라면 테니스를 가르칠 계획이다. 직접 경기를 해본 결과, 어릴 때 테니스를 배운 사람들은 실력이 다르다. 딸이 언젠가 나를 이기면 그보다 기쁜 일이 없을 것 같다. 또 가족과 함께 여행을 다니면서 테니스를 치고 싶다는 꿈도 있다. 바다가 보이는 리조트에서 가족과 테니스를 치거나, 파리의 롤랑가로스 오픈 관람 여행을 가도 좋겠다.


ㅣ 덴 매거진 2025년 4월호
에디터 김보미 (jany6993@mcircle.biz)
사진 김동오 포토그래퍼




Copyright © 저작권자 © 덴 매거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콘텐츠가 마음에 드셨다면?
타임톡
타임톡이 제공되지 않아요

해당 콘텐츠뷰의 타임톡 서비스는
파트너사 정책에 따라 제공되지 않습니다.

이런 콘텐츠는 어때요?

최근에 본 콘텐츠와 구독한
채널을 분석하여 관련있는
콘텐츠를 추천합니다.

더 많은 콘텐츠를 보려면?

채널탭에서 더 풍성하고 다양하게 추천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