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스 vs. 트럼프, '정치 불신'이 불러온 '역대급 박빙 선거'

신정현 모두를위한정치연구소 온 소장 2024. 10. 31.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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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정치인, 미국 대선 현장에 가다] "美 민주당, 트럼프 욕하는 거 빼곤 뭘 했나"

대선을 앞두고 찾은 미국에서 만나는 모든 이에게 같은 질문을 했다. '(현 공화당 대선 후보인) 트럼프 전 대통령을 어떻게 평가합니까?' 공화당을 지지하거나 민주당을 싫어한다면 '정치인 트럼프를 존경한다'거나 '트럼프의 정치를 지지한다'는 말을 할 것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이런 대답을 하는 사람을 만나지 못했다. 기이한 현상이다.

거리에서 민주당 대선후보인 카멀라 해리스와 트럼프, 두 후보를 풍자하는 인형이나 그림들을 보면 트럼프에 대한 대중의 인식이 더 분명해진다. 해리스는 실물에 가까운(별 특징이 없다는 표현이 맞겠다) 모습으로 묘사되어 있는 반면, 트럼프는 독특한 앞머리와 불록 나온 배, 과격한 행동 등을 기괴하고 우스꽝스럽게 묘사돼 있다. 공화당 지지자들마저 그를 묘사할 때 'weird'(이상한)라는 단어를 쓴다. 트럼프가 기존의 정치인과 다른 말과 행동, 정치적 결정을 해왔다는 방증이다.

▲뉴욕 기념품 가게에서 팔고 있는 트럼프와 해리스 티셔츠. ⓒ신정현

버지니아에서 만난 헬렌(Helen, 50대 여성, 교사)은 정치인 트럼프의 '악행'을 줄줄이 외우고 있었다. 트럼프는 2020년 본인이 패배한 대선 결과를 부정하며 이듬해 1.6일 발생한 '의회 폭동'을 종용했고, 본인에 대한 사법리스크를 막기 위해 법원과 FBI, 언론까지 통제하려 들었다는 것이다. 특히 국민 통합을 추구해야할 대통령이 인종갈등, 성차별, 여성비하적 언행으로 갈등을 부추겼다. 트럼프는 백인우월주의자나 극우단체를 옹호하는 태도로 극단주의 단체와 연계되었다는 의혹까지 사고 있다.

그런데도 트럼프는 4년 만에 다시 공화당 후보가 됐을 뿐아니라 재집권 가능성도 배제하기 힘들 정도로 박빙의 승부가 펼쳐지고 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버지니아에서 사는 아시안계 노동자인 데이비드(David, 30대 남성, 컴퓨터 엔지니어)는 이렇게 말했다.

"지난 4년을 돌아보세요. 미친 듯이 치솟은 물가로 살던 집도 내쫒기듯 나가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습니까? 외식은커녕 식재료 쇼핑도 무서워서 할 수가 없어요. 급등하는 금리와 물가는 저와 같은 서민들의 삶을 흔들고 있어요. 민주당에게 묻고 싶은 게 이겁니다. 정의를 외치고 다양성을 주장하고 민주주의를 지키자고 하지만 정작 서민들을 위해 한 게 뭐가 있나요? 민주당이 한 일이라고는 트럼프에 대한 격렬한 비난과 조롱 외에 기억나는 게 없어요. 트럼프 욕하는 게 세상에서 제일 쉬운데 말이죠. 오바마를 열렬히 지지했던 저는 더 이상 민주당을 지지할 이유를 찾지 못하겠어요."

데이비드를 만난 다음날 백악관 인근에서 격렬한 시위가 벌어지고 있었다. 가까이 가서 보니 미국의 이스라엘 군사지원 중단을 촉구하는 시위였다. 마침 뉴스에서는 지난 26일 미국이 이스라엘의 이란 폭격을 자위권 차원이라며 두둔하는 미 정부 관계자의 발언을 비판하는 시민들의 인터뷰를 다루고 있었다. 결국 시위는 점점 과격해졌고 시위에 참여한 학생들과 시민들 일부가 체포되기까지 했다.

현재 미국은 2개의 전쟁을 지원하고 있다. 바이든 정부의 시작과 함께 발발한 우크라이나 전쟁은 32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1130억 달러를 쏟아부었음에도 종전의 기미는커녕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핵공격 가능성까지 언급되기도 했다. 지난해 시작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전쟁은 레바논, 이란 등 중동 전역으로 확대되는 모양새다.

데니스(Denise, 70대 여성, 사업)는 이번 대선처럼 지지할 후보를 정하기 힘든 선거를 경험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대체할 인물을 찾지 못해 '아웃사이더' 트럼프를 또다시 내세운 공화당이나 집권기간 동안 민생에서부터 국제 전략에 이르기까지 정책적 무능함을 보여주는 민주당 모두 딱히 투표하고 싶지 않다고 한다.

서민의 삶이 무너지는 데도 잘하는 건 트럼프 비판 밖에 없는 민주당과 미국의 근간인 민주주의가 허물어지는 데도 밀 수 있는 후보가 트럼프 뿐인 공화당 사이에서 미국 사회는 국민들이 뽑은 정치인들이 국민을 위해 헌신할 거라는 '정치 신뢰'를 잃어버리고 있다. 온갖 구설수에도 불구하고 트럼프가 약진할 수밖에 없는 기이한 현상이 바로 이를 보여준다.

도덕성을 상실하고 유능함마저 잃어버린 미국의 정치를 보며 관심과 기대를 저버린 미국 국민들은 1992년 클린턴의 대선 구호였던 'It's the economy, stupid!'(바보야, 문제는 경제야!)를 정치인들에게 그대로 돌려주고 싶을 것 같다. 한 단어만 빼고. 'It's the Politics, stupid!'(바보야, 문제는 정치야!)

▲미국 연방의회를 찾은 필자. 대선 결과에 불만을 품은 트럼프 지지자들이 2021년 1월 6일 의회로 무장 난입해 점거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미국 시민들에 의해 의사당 폭력 사태가 발생한 건 미국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었다. ⓒ신정현

11월 5일 있을 미국 대선을 앞두고 미국을 방문 중인 신정현 전 경기도의회 의원(모두를 위한 정치연구소 온 소장)의 글을 게재합니다. 신 전 의원은 세상을 바꾸는 꿈을 품은 청소년운동가에서 세대와 계층, 마을을 연결하는 공동체조직가로 활동하다가 2018년부터 4년간 경기도의원으로 일했습니다. 지금은 "새빛남매의 아빠로, 프로육아러가 주업이 된 부업 정치인"이라고 본인을 소개합니다. 편집자주

(청년 정치인, 미국 대선 현장에 가다① : '해리스 vs. 트럼프' 승부, 뉴욕 시민들에게 물었더니…)

[신정현 모두를위한정치연구소 온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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