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좋아한다”···역대급 호감으로 출발한 오타니의 서울시리즈, 작별인사는 못하고 떠났다[스경x이슈]

김은진 기자 2024. 3. 22.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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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타니 쇼헤이가 지난 18일 키움과 연습경기에 앞서 관중에게 인사하고 있다. AP연합뉴스



“기다려지다.”

오타니 쇼헤이(29·LA 다저스)가 설렜던 MLB 월드투어 서울시리즈를 예상과 다른 결말로 마쳤다. 환한 미소로 입국했던 오타니는 고척 돔의 관중 앞에서도 멋진 인사는 남기지 못하고 돌아가게 됐다.

오타니는 이번 MLB 월드투어 서울시리즈의 중심에 있었다. 비시즌에 역대 최고인 10년 7억 달러에 다저스로 이적하면서 일본과 가까운 한국에서 개막전을 치르게 됐기 때문이다. 미국보다 훨씬 많은 일본 취재진을 서울로 끌어모았다.

지난 15일 행복하게 서울에 도착했다. 전세기에 오르기 전 아내와 함께 찍은 사진을 태극기와 함께 “기다려지다”라는 한글 문구를 더해 자신의 SNS에 게재했다. 2월29일 전격 결혼을 발표하면서도 공개하지 않았던 신부의 정체를 그렇게 처음 드러냈다. 아내 다나카 마미코와 함께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하면서 설레는 표정, 밝은 미소로 한국에 인사했다.

오타니 쇼헤이가 지난 15일 한국행 전세기에 오르기 전 아내 다나카 마미코와 함께 사진을 찍었다. 다저스 엑스 캡처



시리즈를 시작하기 전 공식기자회견에서도 오타니는 호감 그 자체였다. 무키 베츠, 프레디 프리먼와 함게 한 화려찬란한 인터뷰의 중심에 있었다. 고교 시절 목동야구장에서 열린 세계청소년선수권대회에 출전한 이후 다시 한국을 찾은 소감을 이야기 하면서는 “한국과 대만 정도밖에 가보지 못했지만 한국은 내가 좋아하는 나라 중 한 곳이다. 환대해주셔서 정말 감사하다”고 인사했다. 일본 스포츠 톱스타의 입에서 “한국을 좋아한다”는 말이 처음으로 나왔다.

다저스가 키움, 팀 코리아와 연습경기를 할 때부터 오타니는 가장 큰 환호를 받았다. 오타니가 대기타석에 서면 모두 사진을 찍었고, 오타니가 타석에 나설 때는 함성이 쏟아졌다. 모든 취재 카메라도 오타니를 향해 있었다.

오타니 쇼헤이가 지난 15일 아내 다나카 마미로(뒤)와 함께 입국하며 팬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AP연합뉴스



고척 스카이돔의 곳곳을 찍고 자신의 락커 사진도 찍어 SNS에 게재하며 한글로 “오늘 저녁 시즌이 서울에서 시작됩니다. 곧 만나요. 다저스 화이팅!”이라고 게재했던 오타니는 20일 개막전에서는 출루해서 상대 유격수 김하성을 마주하자 환하게 웃으면서 “안녕하세요”라고 한국어로 인사를 건네는 모습이 포착돼 주목받기도 해다. 김하성도 놀라워 했다.

행복하게 출발한 오타니는 연습경기에서 안타는 없었지만 2타석, 3타석씩 각각 몸을 풀었고 개막전에서는 5타수 2안타 1타점 1도루의 활약으로 다저스의 승리에 일조했다. 새로 준비한 특이한 세리머니를 안타를 치고 1루에 나갈 때마다 1루 코치와 함께 선보였다. 그러나 세리머니의 의미를 묻고 답할 기회조차 갖지 못했다. 이후 오타니의 말은 한 마디도 들을 수 없었다.

오타니 쇼헤이(오른쪽)가 지난 16일 MLB 월드투어 서울시리즈 공식기자회견에 참석해 전담 통역인 미즈하라 잇페이의 이야기를 들으며 웃고 있다. AP연합뉴스



이 경기를 마친 뒤 오타니의 전담 통역 미즈하라 잇페이의 스캔들이 터졌다. 불법도박에 빠졌고 그 과정에서 오타니의 계좌에 손을 대 거액을 횡령했다는 내용이다. 이 개막전 직후 미즈하라는 다저스 선수단에 사과했고 해고됐다. 해외 진출한 선수에게 통역은 가족과 같다. 미즈하라 역시 오타니의 미국 생활 7년을 꾸준히 함께 해온 동반자로 그 아내 역시 오타니의 아내와 고척 돔 다저스 가족석에서 같이 관람하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오타니가 받을 정신적인 충격과 허탈감에 대한 우려가 매우 크고, 동시에 정황상 오타니와 다저스 구단은 사건을 어제 사실을 인지한 것인지에 대한 의문도 미국에서는 쏟아지고 있다. 구단은 물론 데이브 로버츠 감독과 동료인 야마모토 요시노부 등 사건 이후 기자회견에 나선 이들 모두 “답할 수 없다” “잘 모른다”로 일관했다.

오타니 쇼헤이가 지난 20일 샌디에이고와 개막전에 앞서 취재진이 기다리는 가운데 몸을 풀러 그라운드에 나서고 있다. AP연합뉴스



그 전에도 화제의 중심이던 오타니에게 또 다른 이유로 시선이 완전히 쏠렸지만 오타니는 그 뒤 경기 외에는 자취를 완전히 감췄다. 21일 샌디에이고와 2차전에 앞서 오타니는 그라운드에 나타나지 않았다. 워낙 미디어의 집중 조명을 받아서인지 타격훈련은 서울시리즈 내내 한 번도 그라운드에서 하지 않았지만 20일에는 바나나를 입에 물고 관중 환호 속에 밝은 표정으로 나와 10분 정도 웜업을 했던 오타니는 21일에는 실내훈련만으로 경기 전 준비를 대체했다. 한·미·일 취재진이 다저스 측 더그아웃에 몰려 기다렸지만 오타니는 더그아웃에도 한 번도 나오지 않았다.

오타니 쇼헤이가 21일 샌디에이고전에 앞서 밝은 표정으로 선수들과 주먹을 부딪히고 있다. 연합뉴스



그러나 경기가 시작되자 오타니는 관중 앞에서 미소지었다. 선수 소개 시간에 웃는 얼굴로 그라운드로 달려나갔고 경기에서는 최선을 다했다. 우측 외야로 마치 홈런처럼 뻗어나간 멋진 타구를 두 번이나 날렸지만 펜스 앞에서 잡히기도 했다. 희생플라이로 타점을 1개 뽑으며 5타수 1안타 1득점을 기록한 오타니의 서울시리즈 성적은 10타수 3안타 2타점 1득점 1도루다.

개막전에서 활약을 했지만 “오타니가 고척 돔에 온다”는 말에 모두가 한 번쯤 기대했던 극적인 플레이로 관중에 인사하는 모습은 볼 수 없었다. 무엇보다 마지막에 불거진 불미스러운 일로 오타니는 자신을 안쓰럽게 보는 시선에 속에서 침묵 속에 서울시리즈를 마쳤다. 경기 전 그라운드에 나와 활기차게 관중에게 손 흔드는 모습도 보여주지 못했다.

오타니 쇼헤이가 21일 샌디에이고전에서 2회말 희생플라이로 타점을 올리고 있다. 연합뉴스



동료들도 오타니를 염려하고 있다. 다저스 톱타자로 21일 샌디에이고전에서 홈런 포함 5타수 4안타 6타점을 몰아친 톱스타 무키 베츠는 “쇼헤이가 괜찮으면 좋겠다”고 했다.

오타니는 22일 선수단과 함께 미국으로 돌아갔다. 설렘을 안고 서울에 오기 전부터 밝게 인사하고 입국해 많은 팬들에게 추억을 선사한 오타니는 정작 작별인사는 남기지 못했다. 씁쓸하고 아픈 기억을 갖고 서울의 일정을 마치며 올시즌의 긴 여정을 시작하게 됐다.

김은진 기자 muldero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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