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치금융 부활?…금융당국, 금융사 수장 목을 쥐고 흔들려 하나

허인회 기자 2022. 11. 30.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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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곽 드러내는 신한·NH농협·우리 회장 인선
CEO 책임 강화한 금융당국에 긴장하는 금융권

(시사저널=허인회 기자)

지난 21일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금융위기사태 진상조사단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 간담회에서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이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주요 금융지주사 회장 인선 레이스가 본궤도에 올랐다. 신한금융지주는 차기 회장 최종 후보를 3인으로 압축했다. NH농협금융과 우리금융도 차기 회장 인선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런 가운데 금융위원회가 중대 금융사고에 대해 최고경영자(CEO)의 책임을 강화하겠다고 밝히면서 금융권이 긴장하는 모습이다.

신한금융은 11월29일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를 열고 조용병 회장과 진옥동 신한은행장, 임영진 신한카드 사장 등 3인을 차기 대표이사 회장 후보로 확정했다. 금융권에서는 이 가운데 조 회장의 3연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채용비리 등 사법리스크가 해소됐고, 올해 KB금융을 제치고 3년 만에 '리딩뱅크'를 탈환하며 실적 개선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회추위는 12월8일 사외이사 전원이 참석하는 확대 회의를 통해 최종 후보 1명을 추천하기로 했다.

차기 신한금융을 이끌어갈 회장 후보군이 정해졌지만, 추천 과정에서 외부인사가 언급된 부분이 이목을 끌고 있다. 앞서 회추위는 최종 후보 3인에 김병호 전 하나금융 부회장도 추천한 것으로 알려진다. 외부 인사인 김 전 부회장은 하나은행장과 하나금융그룹 부회장을 지냈다. 그는 2020년에도 KB금융지주 회장 숏리스트에도 오른 바 있다. 다만 김 전 부회장은 본인 동의절차 과정에서 고사한 것으로 전해진다.

2019년 신한금융 회장 선임 당시에는 이번 최종 후보에 오른 조 회장, 진 행장, 임 사장과 함께 위성호 전 신한은행장, 민정기 전 신한 BNP파리바자산운용 사장이 후보에 올랐다. 모두 내부인사로 후보군을 꾸렸던 셈이다.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이 지난 9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 호텔에서 열린 '신한 디지털데이'에서 발표하고 있다. ⓒ신한금융그룹

금융권에는 이번에 외부인사를 후보군으로 검토한 것은 금융당국을 의식한 조치라는 해석이 나온다. 11월14일 8개 은행지주 이사회 의장들과 간담회를 가진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대표이사(CEO) 선임이 합리적인 경영승계 절차에 따라 투명하고 공정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각별한 노력을 기울여 달라"고 강조한 바 있다.

주요 금융지주 회장 인선을 앞둔 시점에서 나온 발언이라 금융권은 민감하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다. 실제로 가족 문제로 자진 사임해 회장직이 공석이 된 BNK금융지주는 외부 인사도 회장 후보로 추천할 수 있도록 '최고경영자 경영 승계 규정'을 수정했다. 그동안 BNK금융지주 회장 후보는 9개 그룹 계열사 대표 중에서 정해져왔다.

손병환 NH농협금융 회장이 지난 10일 부산 해운대구 시그니엘 호텔에서 열린 'NH농협금융 출범 10주년 VIP고객 초청 세미나'에서 개회사 하고 있다. ⓒ농협금융

내달 손병환 회장의 임기 만료를 앞둔 NH농협금융도 차기 회장 인선에 속도를 내고 있다. 가동에 들어간 NH농협금융 임원후보추천위원회는 12월20일께 차기 회장을 정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지주 출범 이후 첫 연간 당기순익 2조원을 달성한 손 회장의 연임이 유력하다는 관측이다.

가장 눈길을 끄는 금융지주는 우리금융이다. 내년 3월 임기가 끝나는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의 연임 여부에 금융권의 관심이 쏠려 있다. 손 회장은 최근 금융위원회로부터 3~5년간 금융사 재취업이 제한되는 '문책경고'의 중징계를 받았다. 라임자산운용 사모펀드의 환매 중단 사태에 대한 책임이다.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연합뉴스

금융사고 나면 지주 회장 자리도 위태

회장 인선 시즌이 다가온 가운데 금융위가 CEO의 내부통제 의무를 강화하는 방안을 내놓으면서 금융지주 회장의 어깨도 한층 무거워질 전망이다. 금융위는 지난 29일 '금융권 내부통제 제도개선 태스크포스(TF)' 중간논의 결과를 발표하며 내부통제의 총괄책임자인 대표이사에게 가장 포괄적인 내부통제 관리의무를 부여해 중대 금융사고가 발생하면 책임을 묻기로 했다. 기존 내부통제 체계가 형식에만 치우쳐져 실효성이 떨어지는 데다 불완전판매, 대규모 횡령 등 잇따른 금융사고로 금융권의 내부통제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진 탓이다.

금융위는 대표이사의 범위에 CEO뿐 아니라 금융지주 회장도 포함시킬 예정이다. 김소형 금융위 부위원장은 "자회사 경영관리 의무가 있는 금융지주 회장 역시 내부통제 관리의무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이 같은 조치를 놓고 금융권에서는 불만의 목소리도 흘러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사고가 터졌는데도 내부통제가 정상적으로 작동했다고 주장할 수 있는 곳이 어디 있겠느냐"면서 "사실상 금융권 수장의 목을 쥐고 흔들겠다는 얘기가 아니겠는가"라며 비판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면서 "금융권을 향한 당국의 발언과 조치 수위가 날로 높아지고 있다"며 "주요 지주 회장의 인선이 마무리돼도 당국의 눈치를 봐야 하는 상황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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