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서류 감추고 전근...대책 없는 공무원

동주민센터에서 근무하던 회계 담당 공무원이 지출증빙 서류를 정리하지 않은 채 본인만 아는 장소에 숨기고 전근을 갔다가 징계를 받게 됐습니다.

이 공무원은 서류 위치를 알려주면 대신 정리를 하겠다는 이전 소속 주민센터의 요청에도 무응답으로 일관했는데, 알고 보니 근무 기간 중 상당수의 자료를 제대로 정리해 두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제주자치도 감사위원회는 회계 관련 증거서류 미편철 및 은닉 등으로 공무원 A씨에 대해 경징계 조치할 것을 제주시에 요구했다고 오늘(25일) 밝혔습니다.

2021년 1월부터 제주시의 B주민센터에서 근무한 A씨는 그해 10월에 있었던 하반기 감사 이후 지출 관련 증비서류를 편철하지 않았다가 2023년 7월 다른 동주민센터로 인사 발령났습니다.

A씨는 제대로 정리를 하지 않은 서류를 본인만 아는 곳에 보관하고 후임에 제대로 된 인수인계 없이 전근을 갔습니다.

이후 B주민센터는 A씨에게 전화와 메신저 등을 통해 여러 차례 서류의 인계를 요구했습니다. '장소만 알려주면 대신 정리를 하겠다'는 B주민센터 측의 요구에도, A씨는 '내가 직접 하겠다'며 보관 장소를 알려주지 않았다고 합니다.

지난해 11월엔 이 일로 B주민센터 측이 A씨와 A씨의 상급자인 동장에게 '업무 인수인계 미이행에 따른 협조 요청' 문서를 발송하기도 했습니다. 이어 12월엔 두 차례에 걸쳐 주민자치팀 전원이 주말에 출근해 서류를 찾아봤으나 찾지 못했습니다.

결국 A씨는 전근 간 지 반년을 넘긴 올해 3월에서야 숨겨 놓은 자료들을 직접 꺼내와 B주민센터 회의실에서 정리를 마쳤다고 합니다.

이 과정에서 A씨는 감사 기간 중 생산된 회계서류 107건 중 90건을 지출일자순으로 편철해 관리하지 않은 사실이 감사 결과 드러났습니다.

B주민센터 측은 "A씨가 계약서류 등을 꼼꼼히 챙기는 편이었는데 무슨 이유로 지출증빙서류를 철하지 않았는지, 그리고 수차례 인계 요구에도 응하지 않았는지 이유를 모르겠다"고 감사위에 진술했습니다.

A씨는 추후 감사위와의 문답에서 "서류를 청사 내 지하창고에 보관했다"며, "내 업무였기 때문에 직접 서류를 편철해서 인계하려고 하다가 늦어졌다"고 했습니다.

실제 감사위가 확인한 결과, A씨가 나중에 처리한 서류 중 손상되거나 멸실된 기록물은 없었습니다. 다만, 감사위는 "공공기록물의 안전한 보존과 효율적 활용에 지장을 초래했다"고 했습니다.

한편, 감사위는 피감 기관으로서 제출을 게을리하고 자료의 일부를 누락해 제출하는 등 감사에 차질을 빚게 했다는 사유로 B주민센터에 대해서도 기관경고 조치할 것을 제주시에 요구했습니다.

JIBS 제주방송 신동원 (dongwon@jibs.co.kr)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