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가 53억원’ 반포 오피스텔, 뜻밖의 과거

사라지는 주유소

도심 한가운데를 차지하고 있던 주유소들이 사라지고 있다. 과도한 가격 경쟁과 임대료 부담으로 수익성이 악화된 데다 전기차 시대로 전환하면서 설 자리를 잃은 탓이다.

이에 부동산 개발업체들이 매물로 올라온 주유소 부지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이들은 한때 주유소가 자리했던 노른자 땅에 오피스텔, 지식산업센터, 청년주택 등을 짓고 있다.

◇주유소가 사라지고 있다

주유소의 숫자가 나날이 줄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주유소 숫자가 나날이 줄고 있다. 한국석유관리원에 따르면, 올해 8월 기준 서울 시내 주유소는 442곳이다. 537곳이었던 2017년과 비교해 95곳(17.7%)이나 줄어든 것이다.

폐업의 주 원인으로는 과당경쟁과 임대료, 인건비 부담으로 인해 수익이 줄어든 것이 꼽힌다. 하이브리드, 전기차 등으로 전환하고 있는 흐름도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기존의 주유소 사업자가 전기차 충전기를 설치하는 등의 대안도 있지만 이마저 녹록지 않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은 전기차·수소차 전환 등의 영향으로 현재 전국 1만1000여 곳인 국내 주유소가 2040년에는 3000여 곳만 생존할 것이라는 보고서까지 내놨다.

◇고급 오피스텔로 재탄생한 주유소 부지

인시그니아 반포 조감도. /인시그니아 반포 홈페이지

한때 주유소였던 자리에는 새 건물들이 들어서고 있다. 지난 2월 서울 영등포구 양평동1가에 준공된 지식산업센터 ‘양평자이비즈타워’는 원래 현대오일뱅크 선유로주유소가 자리한 곳이다. GS건설의 자회사인 자이S&D는 2020년 서울 주유소 부지 5곳을 약 700억원에 매입한 바 있다. 미아동·거여동·보문동·중화동 등에 위치한 나머지4개 부지는 역세권 청년임대주택으로 개발할 구상이다.

서울 서초구 구반포역 인근에는 2025년 준공을 목표로 오피스텔 ‘인시그니아 반포’의 공사가 진행 중이다. 최고 분양가가 약 53억원에 달하는 고급 오피스텔로, 2년 전만 해도 SK반포주유소로 운영되던 부지다. 서울 용산구 한남동의 GS칼텍스 한강주유소 부지 역시 고급 오피스텔로 개발될 예정이다.

KLK 유윈시티 조감도. /KLK 유윈시티 홈페이지
서울 반포 일대 /더비비드

교통 인프라가 좋은 곳에 위치한 주유소의 특성상, 주유소 부지는 다양한 용도로 개발될 여지가 많다. 코람코자산신탁은 서울 종로구 경운동 ‘현대오일뱅크 재동주유소’ 부지에 공유주택을 개발할 구상이다. 안국역 5번 출구와 맞닿아 있다는 이점을 토대로 종로나 광화문 등에서 근무하는 청년 직장인을 겨냥하고 있다. 지난해 10월에는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동7가 GS칼텍스 대영주유소 자리에 지식산업센터 ‘KLK 유윈시티’가 들어섰다. 직장과 거주지가 가까운 직주근접을 겨냥한 것이다.

빈 땅이 거의 없는 도심에서 주유소 부지는 희소가치가 높을 수밖에 없다. 대부분 대로변에 위치해 차량이 쉽게 드나들 수 있는 데다 토지용도도 준주거지역이나 상업지역인 경우가 많아 용적률을 높게 받기 좋다. 이에 업계 전문가들은 주유소가 오피스텔 등 상업시설로 개발되는 흐름이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진은혜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