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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손해보험이 이달 말 19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영구채) 콜옵션(조기상환권) 행사 기일을 앞둔 가운데 예정대로 조기상환에 나선다.
이에 더해 오는 10월에도 3500억 규모의 후순위채 콜옵션 시기가 도래하는 만큼 한화손보의 건전성에 눈길이 쏠린다. 한화손해보험 측은 상환 여력이 충분한 데다 건전성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19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한화손해보험(이하 한화손보)은 오는 31일 19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 콜옵션 행사일이 도래한다. 발행금리는 5.6%, 5년 후(2023년 7월 31일) 콜옵션 조건이다. 만기는 30년, 사모로 발행됐다.
스텝업 조항은 발행 후 10년 경과시점인 2028년 7월 31일부터 이자율을 재산정하는 방식이다. 시장에서는 만기 30년으로 계약했지만 콜옵션 행사를 관례로 보고 있어 사실상 오는 31일 갚아야하는 빚이라고 볼 수 있다.
한화손보, 1900억원 규모 신종자본증권 발행 까닭은?
앞서 한화손보는 재무건전성을 관리하기 위한 차원에서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다.
당시 한화손보는 새롭게 회계기준(IFRS17) 도입을 앞두고 건전성을 우려했다. 새롭게 도입될 회계제도 하에서 보험사의 건전성 지표인 지급여력비율이 더 악화될 것으로 전망됐기 때문이다.
새 회계제도 하에서 지급여력비율은 보험회사에 노출된 리스크인 '요구자본' 대비 손실흡수에 사용할 수 있는 '가용자본'의 비율로 계산된다. 해당 제도 하에서는 보험사의 요구자본이 크게 증가해 재무건전성 악화가 불가피했다.
이미 한화손보의 당시 RBC(지급여력비율) 비율은 172.9%로, 전 분기(173.8%)보다 하락하는 등 건전성이 악화된 상황이었다. 지급여력비율은 고객이 일시에 보험금 지급 요청을 했을 때 보험사가 이를 지급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것으로, 보험사의 건전성 지표로 통한다.
이에 따라 한화손보는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해 가용자본을 확보해 건전성 개선을 꾀하고자 한 것이다. 신종자본증권은 만기가 정해져 있지만 발행하는 회사의 결정에 따라 연장할 수 있어 회계상 자본으로 인정되는 채권이다.
그 결과, 한화손보는 신종자본증권을 통한 자본확충으로 2018년 2분기 172.9% 수준이었던 지급여력비율(RBC)을 195.9%로 23%포인트가량 끌어올릴 수 있었다.
한화손보 “예정대로 상환 가능”…잇단 자본확충 노력 결실?
한화손해보험은 오는 31일 예정대로 상환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한화손보 관계자는 “차환이 아닌 내부 자금으로 상환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화손보가 자체적으로 상환할 경우 1900억원 규모의 상환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 현재 한화손보가 보유한 현금성 자산은 지난 1분기 말 기준 1837억원 수준으로, 해당 자산 전액을 신종자본증권 상환 재원으로 활용해도 상환은 불가능한 상황이다.
때문에 그간 한화손보는 후순위채, 신종자본증권 등의 발행과 한화그룹 내 계열사와의 거래를 통해 신종자본증권 상환대금을 만든 것으로 추정된다.
앞서 한화손해보험은 지난해 3월 25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 5월 15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 9월 85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한 바 있다.
한화손보는 자본성증권을 발행할 수 있는 한계에 다다르자 모회사인 한화생명(지분 63.3%)을 통해 자금을 조달해왔다. 보험업법 시행령 제58조에 따르면 증권 발행액은 직전 분기말 자기자본을 초과할 수 없도록 규정돼 있다.
한화손보는 지난해 9월 잇단 신종자본증권 발행으로 자기자본(5837억원) 대비 증권 발행액이 80% 이상에 달했던 상황이었다. 이에 한화손보는 지난해 9월 27일 한화생명을 상대로 1900억원 규모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단행해 자금을 조달했다.
이 밖에도 그룹 계열사와의 금융거래를 활발히 이어가며 자본을 쌓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11월에는 4560억원 규모의 여의도 사옥을 한화위탁관리부동산투자회사(한화리츠)에 매각하기도 했다. 최근에도 그룹 내 계열사 한화토탈에너지스가 가입한 재산종합보험 보험료를 통해 91억원을 거뒀다.
3500억 후순위채 콜옵션 도래...나채범·박성규 자본 전략 '촉각'
한화손보는 오는 10월에도 35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 콜옵션 시기를 앞두고 있어 시장의 관심은 한화손보의 향후 건전성 지표에 쏠리는 모습이다.
일반적으로 콜옵션 행사가 가능해지는 시점에 조기상환 하는 것이 관행으로 자리 잡은 만큼 콜을 이행해야 하는데, 이 경우 대규모 자본이 감소하기 때문이다.
황보창 한국기업평가 연구원은 “올해 중 만기가 도래하거나 콜옵션 행사 가능 시점이 도래하는 한화손해보험의 자본성증권 규모는 6680억원”이라면서 “금리급등과 자본시장 경색으로 차환 발행 여건이 악화된 상태임을 감안할 때 자본성증권의 원활한 차환 발행(또는 상환) 여부와 자본관리 전략에 대한 모니터링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대규모 자본이 감소하는 만큼 한화손보의 자본 전략을 지휘하는 대표이사와 CFO(최고재무책임자)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질 전망이다.
현재 한화손보의 대표는 나채범 대표이사다. 1965년생인 나 대표는 한화생명에서 경북지역단장과 경영관리팀장, 개인지원팀장, CPC전략실장, 변화혁신추진 TF팀장, 경영혁신부문장(CFO)를 역임했다. 그는 보험업에 오랜 기간 종사한 데다 CFO로서의 경험이 있는 만큼 사측은 그가 건전성 문제로 몸살을 앓아온 한화손보를 정상궤도에 올려놓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화손보의 CFO는 박성규 경영지원실장(부사장)이다. 박 부사장은 1970년생으로, 지난 1995년부터 2014년까지 한화그룹에 재직하다 2014년 연말 한화호텔앤드리조트 인사 담당 상무보에서 한화손보로 전보한 바 있다. 박 부사장은 한화 그룹 출신 임원인 만큼 컨트롤타워인 그룹과의 커뮤니케이션을 강점으로 지녔다. 이에 따라, 그룹과의 연결성을 내세워 한화손보의 건전성 지표의 개선을 꾀할 것으로 관측된다.
한화손보는 콜옵션 행사 이후에도 건전성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잇단 자본확충 노력과 새 회계제도의 도입으로 수혜를 받으면서 올해 1분기 말 자본총계가 3조2759억원으로 크게 늘어 일부 자본잠식 상태를 벗어났기 때문이다. 자본금은 7737억원으로, 자본총계의 4배에 달한다.
한화손해보험 관계자는 "건전성에 큰 문제 없도록 관리 중에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