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취' 현안 제쳐두고 해외연수 떠난 대구 서구청장

대구 서구청 전경. 매일신문DB

대구 서구청에서 우수공무원을 대상으로 한 국외연수가 진행 중인 가운데, 구청장이 해당 연수에 참석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악취 문제 등 해결해야 할 현안을 두고 구청장이 국외연수로 자리를 비우는 건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구 서구청 등에 따르면 지난 7일부터 오는 10일까지 '2024년 상반기 우수공무원 해외연수'가 진행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1년 간 직무성과 우수 직원을 격려한다는 취지로 류한국 서구청장을 포함해 공무원 23명이 연수 대상에 포함됐다. 3박 4일 동안 일본 오사카, 나라, 교토 등에 다녀오는 일정이며 투입되는 예산은 3천400만원이다.

출장 계획에 명시된 일정에 따르면 7일 오후 3시 30분 대구공항에서 출발해 8일부터 육아, 도시재생과 관련된 일본 기관 등을 방문한다. 8일엔 클레오 오사카 육아관을 견학하고, 오사카 국립 국제 미술관 관람, 도톤보리 탐방 등을 실시하며, 9일엔 교토 경관‧마을 만들기 센터 견학, 청수사 관람, 일본 전통가옥거리 방문 등이 이뤄진다.

다만 참석 의무가 없는 구청장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공무원 연수에 참여한 점이 구설수에 올랐다. 류 구청장은 지난해 5월 22일부터 25일까지도 우수공무원 국외출장에 직원을 격려한다는 명목으로 참석했다. 당시 공무원 24명과 함께 일본 후쿠오카, 사가, 유후인 등을 찾아 지역 도서관을 비롯해 후쿠오카 타워, 벳부 온천마을 등 문화 탐방 일정에 동행한 것이다.

특히 최근엔 악취 문제로 서구 주민들이 잇따라 항의하고 있는 상황인 만큼, 올해 우수공무원 연수에도 참여한 것은 부적절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구 주민들은 지난달 29일부터 대구시청 산격청사 앞에서 "악취관리지역에 환경기초시설을 포함해야 한다"고 1인 시위에 나서는 중이다.

해당 시위에 참석한 한 서구 주민은 "지역 주민들이 악취로 고통받아 시위까지 하는 중인데, 이 와중에 구청장이 굳이 공무원들 사기 진작 목적의 해외 연수에 간 것은 잘못"이라고 비판했다.

시민단체에서도 거액의 예산이 투입되는 만큼 참석자를 엄밀히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은재식 우리복지시민연합 사무처장은 "세금으로 추진되는 공무원 해외연수에 굳이 구청장이 같이 가는 것은 실효성 뿐 아니라 정치적 행위로 비춰질 수도 있는 문제"라며 "참석자 구성에 보다 면밀한 기준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서구청 관계자는 "구청장이 평소에도 해외 벤치마킹에 관심이 많다. 이번 연수에서도 직원들과 함께 선진지를 견학하며 구정에 접목할 수 있는 부분을 찾아 반영하려는 취지"라며 "직원들을 격려해 자긍심도 높이고, 구민들에게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차원으로 진행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윤수진 기자 jji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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