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은행, 비이자이익 60% 늘어난 배경…핵심은 '신탁 수수료'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전경 /사진 제공=하나금융그룹

하나은행의 실적을 견인하는 '포인트'가 달라지고 있다. 금리 하락 국면에서도 수익 구조의 무게중심이 이자이익에서 비이자이익으로 옮겨가는 모습이 뚜렷해졌다. 하나은행의 신탁 부문이 새로운 수익 축으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은행은 작년 지배주주순이익으로 3조7475억원을 기록했다. 이자이익이 직전 연도와 비교해 9.1% 증가한 8조728억원을 기록한 가운데 비이자이익은 1조928억원으로 59.1% 늘어나며 뚜렷한 확대 흐름을 보였다.

비이자이익 확대의 중심에는 매매평가익과 수수료이익이 있다. 지난해 하나은행의 매매평가익은 1조1441억원으로 2024년(6499억원)과 비교해 76.0% 증가했다. 같은 기간 수수료이익은 1조260억원으로 2024년(9450억원)보다 11.2% 늘었다. 이자이익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 은행 내부에서 수익원을 넓히고 있다는 점이 숫자로 확인됐다.

눈길을 끄는 것은 수수료이익 규모 확대다. 매매평가익은 금리 환율 주가 등 시장 상황에 따라 변동성이 큰 수익이다. 반면 수수료이익은 고객 기반과 영업 구조를 바탕으로 비교적 안정적으로 쌓이는 성격을 갖는다. 이자이익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 은행 내부에서 수익원을 넓히고 있다는 점이 수수료이익 증가에서 보다 분명하게 드러난다.

특히 하나은행의 자산관리 수수료이익은 3396억원에서 4328억원으로 늘었다. 이 가운데 신탁 수수료이익은 2038억원에서 2478억원으로 증가했다. 수수료이익 증가치(810억원) 가운데 상당 부분을 신탁이 떠받친 셈이다.

신탁 수수료이익이 늘어난 배경에는 투자 수요가 변화한 게 주효했다. 개인 투자자들의 자산 운용 방식이 개별 종목 중심에서 상장지수펀드(ETF)를 활용한 분산·장기 투자로 이동하면서 신탁 자산이 성장했다. 직접 매매보다 관리형 상품을 선호하는 흐름이 강화되며 신탁을 활용한 간접 투자 수요가 확대됐다.

하나은행의 최근 5년간 지배주주순이익 및 수수료이익 추이 /그래픽=김홍준 기자

상품 구성 변화도 영향을 미쳤다. 홍콩 주가연계증권(ELS) 사태 이후 고위험 구조 상품에 대한 경계가 커지면서 하나은행은 원금보전 또는 원금보전 추구형 구조의 주가연계파생결합사채(ELB) 상품 공급을 늘렸다. 수익률보다 안정성을 중시하는 수요를 흡수하는 전략이다. 변동성이 큰 시장 환경에서 비교적 보수적인 상품군을 강화하며 신탁 기반 수익을 쌓아가는 모습이다.

절세 상품을 중심으로 한 자금 유입도 이어졌다. 신탁형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는 세제 혜택을 바탕으로 꾸준히 성장하며 신탁 수수료 확대에 기여했다. 여기에 고령화 흐름과 맞물려 생전 신탁(리빙트러스트) 수요가 늘어난 점도 사업 전반의 외형을 키운 요인으로 꼽힌다. 상속과 자산 이전을 미리 설계하려는 수요가 증가하면서 유언대용신탁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영업 방식 변화 역시 신탁 수익 확대와 맞물렸다. 하나은행은 단순 상품 판매보다 맞춤형 신탁 컨설팅을 강화했다. 고객 자산 구조와 생애 주기에 맞춘 설계를 제안하며 신탁을 장기 자산관리 수단으로 활용하는 전략이다. 신탁을 예금의 대체재가 아닌 자산관리의 핵심 축으로 자리매김한 점이 수수료이익 확대와 연결됐다.

결국 비이자이익의 질적 변화를 야기했다. 신탁 수수료는 고객 자산을 관리하며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축적형 수익이다. 비용 부담과 자본 소요가 상대적으로 낮다는 점도 강점으로 꼽힌다. 이자이익 둔화 국면에서 은행 수익 구조의 완충 장치 역할을 한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하나은행은 그간 자산관리와 외환 부문을 비이자이익 확대의 핵심 축으로 제시해 왔다. 대출 성장 여력이 제한되는 환경에서 은행이 보유한 고객 기반과 금융 인프라를 활용해 수수료 중심 수익을 키우겠다는 전략이다. 이번 실적은 이러한 방향성이 단순한 구호에 그치지 않고 실제 수치로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해석된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시장 변동성이 큰 환경 속에서 손님들의 투자 성향이 안정성과 장기 자산관리 중심으로 변화하면서 ETF와 ELB, ISA, 리빙트러스트 등 신탁 상품 전반에 대한 수요가 고르게 증가했다"며 "이 같은 흐름이 신탁 수수료이익 확대에 반영됐다"고 말했다.

이어 "신탁과 외환, 자산관리 부문을 함께 키우며 수익 구조의 안정성을 높이고 상품과 인력 측면에서 경쟁력을 바탕으로 시장 주도권을 이어가겠다"고 덧붙였다.

김홍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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