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다보면 다른 작가가 쓴 책이나 시를 인용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특히 문화평론가나 비평가들은 평론을 쓰면서 타인의 저작물인 책 내용 중 일부나 시 전체를 인용 하기도 하는데, 이 경우 저작권 침해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

저작권법 산책
저작권법 제28조에 따르면 공표된 저작물은 보도, 비평, 교육, 연구 등을 위해 정당한 범위 안에서 관행에 합치되게 이를 인용할 수 있다.
여기서 “인용”이란 논문을 작성하며 타인의 논문 일부를 빌려오거나, 소설 작품 속에 타인의 시를 이용하는 것과 같이 자신의 저작물을 작성하면서 다른 사람의 저작물을 이용하는 것을 말한다.
즉 “인용”의 경우에도 인용되는 저작물이 “공표된 저작물”이고, 인용하는 목적이 “보도, 비평, 교육, 연구 등”을 위한 것이며, “정당한 범위 안에서, 공정한 관행에 합치”되는 방법으로 인용한 경우에는 저작권법 침해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것이다. ‘공표된 저작물의 인용’에 해당하기 위한 요건을 하나씩 자세히 살펴보자.
① 인용되는 저작물은 공표된 저작물이어야 한다.
“공표”는 저작물을 공연, 공중송신 또는 전시 그 밖의 방법으로 공중에게 공개하는 경우와 저작물을 발행하는 경우를 말한다(제2조 제25호). 이미 출판된 책이나 논문이라면 당연히 공표된 저작물에 해당하고, 상영된 영화와 같은 영상저작물 역시 공표된 저작물에 해당한다.
그렇다면 시험문제로 출제되었으나 공중에게는 공개되지는 않은 토플시험문제는 어떨까?
서울고등법원은 『 이미 실시된 토플시험 문제를 입수하여 피고가 토플시험 대비용 문제집을 발간한 사안』에서 “원고는 토플시험 응시생들에게 문제지의 소지, 유출을 허용하지 아니하고서 그대로 회수함으로써 시험문제들이 공중에게 공개되는 것을 방지하고 있고, 시험이 시행된 후에 원고 자체의 판단에 따라 재사용 여부나 공개 여부, 공개 시기 등을 별도로 결정하고 있는 사실은 앞에서 본 증거로 인정할 수 있으므로, 이러한 사정 아래에서 제한된 범위의 응시생들이 토플시험을 치르는 행위만으로는 이를 공표라 할 수 없다”고 판단하여, 토플시험문제의 경우 공표된 저작물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서울고등법원 1995. 5. 4. 선고 93나47372 판결).
② 인용하는 목적이 보도, 비평, 교육, 연구 등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
이 때 인용하는 목적이 반드시 보도, 비평, 교육, 연구 목적일 필요는 없고, 이와 유사한 목적으로 인용하는 경우에는 본 조항이 적용될 수 있다. 또한, 해당 조항은 비영리적 목적에 한해 적용되는 것은 아니므로, 영리 목적으로 책을 출판하며 타인의 저작물을 인용하는 경우에도 적용될 수 있다.
이와 관련하여 서울중앙지방법원은 『 다른 여행사의 안내서에 작성된 내용을 자신의 인터넷 홈페이지에 그대로 베끼어 제공한 사건』에서 “서적의 일부를 베낀 목적은 홈페이지 게재 자료를 작성하는 시간과 노력을 절약하기 위한 것으로 봄이 상당하여 보도, 비평 등과 상관없다 할 것이고, 출처가 원고의 저작물이라는 것도 명시하지 않아 인용 방법도 공정한 관행에 합치되지 않는다 할 것이므로, 도저히 저작권법상 허용되는 인용이라고 볼 수 없다.”라고 판시하였다(서울지방법원 2003. 5. 30. 선고 2001가합64030 판결).
즉, 비평, 교육, 연구 등과 무관하게 오직 시간과 노력을 절약하여 영리를 추구할 목적으로 타인의 저작물을 인용하는 경우에는 본 조항이 적용될 수 없는 것이다.
③ 정당한 범위 안에서 인용해야 한다.
그렇다면, 어느 정도 범위에서 인용하여야 ‘정당한 범위 안’일까? ‘정당한 범위’에 관하여 일정한 기준이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개별적으로 구체적인 사안에 따라 법원에 의해 판단될 수밖에 없다.
다만, 법원은 정당한 범위에 들기 위해서는 “그 표현 형식상 피인용저작물이 부연, 예증, 참고자료 등으로 이용되어 인용저작물에 대하여 부종적 성질을 가지는 관계(즉, 인용저작물이 주이고, 피인용저작물이 종인 관계)에 있다고 인정되어야 한다”고 보았다(대법원 1990. 10. 23. 선고 90다카8845 판결). 즉, 타인의 저작물을 인용하고자 할 경우, 인용되는 타인의 저작물이 자신의 저작물에 대해 종적인 존재여야 한다.
예컨대, 타인의 저작물인 소설이나 시를 비평하는 평론집을 출판하면서, 인용되는 소설이나 시가 평론집 중 대부분의 쪽수를 차지하고 비평에 관한 부분은 몇 줄 되지 않는다면, 이는 정당한 범위 내의 인용이라고 볼 수 없을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법원은 『피신청인이 출판사를 경영하면서 저작권자들로부터 아무런 승낙을 받지 않고, 고등학교용 교과서에 수록된 작품 또는 비교적 문학성이 뛰어나다고 생각되는 작품들을 선정하여 단편소설은 그 전문을, 장편소설은 그 일부를 발췌하여 수록한 편집물을 출판한 사례』에서 아래와 같이 판단하였다.
이 사건 저작물이 (...) 그 작품에 대한 해설은 그 작품을 감상하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분량에 그치고 있으면서 실제로 그 각 작품 자체를 읽을 수 있도록 단편의 경우에는 그 전문을, 중·장편의 경우에도 상당한 분량을 인용하고 있어서 전체적으로 그 인용 부분이 주가 되고 있는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바, 이는 정당한 인용의 범위를 넘어 원저작물의 시장수요를 대체할 수 있는 정도라고 판단되므로, 인용저작물과 피인용 저작물이 부종적 관계에 있다거나 정당한 관행에 합치된 인용이라고 보기 어려워서 피신청인의 위 주장도 이유 없다 할 것이다.
즉, 위 사례에서 법원은 출판된 소설집이 단편의 경우 그 전문을, 중·장편의 경우에도 상당한 분량을 인용하면서, 각 작품에 대한 해설은 필요 최소한의 분량만을 기재하여 인용된 타인의 저작물이 오히려 주된 부분이 되었다고 보아 정당한 인용의 범위를 넘어섰다고 판단하였다.
결국 ‘정당한 범위’란 자신이 작성한 부분이 주요 부분을 차지하고 다른 사람이 작성한 부분이 이를 보충하는 정도를 말하는데, 보통은 자신의 창작 부분이 이용한 저작물보다 양적으로 많아야 하고 자신이 창작한 부분이 이용한 저작물보다 핵심적인 내용이어야 한다.*
*한국저작권위원회, 배움터, 저작권상식 코너 참조
④ 공정한 관행에 합치되는 방법으로 인용하여야 한다.
인용하는 분야에서 인용에 관한 관행이 존재한다면 그 관행에 합치되도록 인용하여야 한다. 만약 인용하는 분야에서 인용에 관한 관행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인용의 목적, 저작물의 성질, 인용된 내용과 분량, 피인용저작물을 수록한 방법과 형태, 독자의 일반적 관념, 원저작물에 대한 수요를 대체하는지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하고, 이 경우 반드시 비영리적인 이용이어야만 하는 것은 아니지만 영리적인 목적을 위한 이용은 비영리적인 목적을 위한 이용의 경우에 비하여 자유이용이 허용되는 범위가 상당히 좁아진다.”(대법원 2014. 8. 26. 선고 2012도10786 판결 참조).
⑤ 출처를 명시하여야 한다.
저작권법 제37조 제1항은 저작물을 이용할 경우 “그 출처를 명시하여야 한다”고 정하고 있으므로 공표된 저작물을 인용하는 경우 반드시 그 출처를 명시하여야 한다.
또한, 저작권법 제138조 제2호는 이를 위반하여 출처를 명시하지 아니한 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정하고 있으므로 출처명시의무를 위반하는 경우 형사 처벌도 받을 수 있으므로 특히 주의가 요구된다.
사안의 경우
문화평론가가 다른 작가가 쓴 책을 평론하면서, 해당 작가의 허락을 받지 않고 그 책 내용 중 일부를 인용한 경우, 평론 부분이 인용된 부분보다 더욱 길고 자세하게 작성되어 있고, 인용된 부분은 평론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부분에 그쳐 평론 부분에 대해 종적인 존재로 판단된다면, 저작권법 제28조의 공표된 저작물의 인용에 해당되어 저작권 침해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시의 경우 평론을 하기 위해 그 전체를 인용하는 것이 부득이한 경우가 존재하므로, 평론을 작성하면서 해당 시 자체가 아니라 그 시에 대한 비평 등이 주된 부분이 된 경우라면 마찬가지로 저작권법 제28조의 공표된 저작물의 인용에 해당하여 저작권 침해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어떠한 경우에도 반드시 출처를 명시해야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 로에나의 저작권돋보기
지식재산권 분야 변호사. 오늘의 소중함을 잊지 않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 해당 글은 뉴스레터 <세상의 모든 문화>에 연재되고 있는 글입니다. <세상의 모든 문화>는 총 20여명의 작가들이 매일(주중) 다양한 문화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드리는 뉴스레터로, 다양한 분야의 작가들이 자발적으로 만들어가는 무료 레터 콘텐츠입니다.
#지식토스트
Copyright © 해당 글의 저작권은 '세상의 모든 문화' 필자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