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경제 항산항심] 변화하는 세계 최고 부자의 판도
부자가 되고 싶은 것은 인간의 원초적 욕망이다.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는 자신의 저서 ‘부의 미래’에서 “부란 모든 가능성의 축적물이며, 자신의 웰빙을 추구하기 위한 욕망의 소산”이라고 했다. 간단히 정리하면 부는 인간의 극한적 욕망이라는 말이다. 어쩌면 자본주의의 출발점도 부자가 되고 싶은 인간과 집단의 본성에서 출발하지 않았을까 싶다. 더 많은 부를 쌓아 개인과 집단의 독점적 소유를 위한 욕구가 자본주의의 원동력이라는 얘기다.
최근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10조 원 넘는 재산을 가진 갑부가 전 세계에 4000명이 넘고, 1조 원 넘는 갑부는 최소 1만 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이 숫자는 해당 매체가 1917년 창간한 이후 집계한 갑부 숫자 중 역대 최대다.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 주식시장이 역대 최고의 호황을 지속한 것이 주요 요인이라고 매체는 분석했다. 세계 최고 부자인 오라클의 경영인이자 대주주인 래리 엘리슨은 600조 원이 넘었다. 테슬라의 경영자 일론 머스크도 500조 원이 넘었다. 100조 원 이상 재산가도 50명을 넘었고, 우리나라에는 1조 원이 넘은 부자가 20여 명이었다.
통계에 등장하는 갑부들의 재산은 주식 지분이나 부동산 등을 소유한 사람들의 재산 가치를 평가한 것이다. 당연히 재산 소유내역이 정확히 공개되지 않는 암흑세계의 인물이나 집단이 소유한 부자는 명단에 없다. 이들까지 모두 합치면 지구상에 존재하는 수조 원대 갑부의 숫자는 드러난 것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세상에는 가치산정이 어려운 금이나 다이몬드와 같은 보석이나 희귀 미술품과 골동품을 소유한 사람도 많으니 말이다.
자본주의가 발전하면서 부의 총량은 급격히 증가했다. 특히 산업화가 고도로 이뤄지고 기술이 발전하면서 새로운 형태의 부가 생산됐다. 산업혁명 이전에 주로 농업이나 수산업과 같은 1차 산업이 부를 이루는 근간이었다면, 이후에는 자원이나 공업이 부를 창출하는 원천이었다. 20세기 이후에는 자동차 비행기 선박 무기 등이 지구상의 부를 주도했고, 21세기에는 휴대폰 컴퓨터 반도체 등 첨단 하이테크 산업이 부를 이루는 핵심이 됐다. 향후에는 AI(인공지능) 우주산업 로봇 등이 새로운 부를 창출하는 주류가 될 것으로 경제전문가들은 예측하고 있다.
산업지도가 바뀌면서 세계 최고 부자들의 판도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1차산업이 세계 경제를 이끌던 산업혁명 이전에는 막대한 토지를 소유한 동서양 왕족이나 징키스칸과 같은 정복자들이 세계 최고 갑부였다. 하지만 산업혁명과 1, 2차 세계대전이 벌어진 이후에는 천연자원을 가공한 기업인들이 세계 최고 갑부를 차지했다. 20세기 초반 세계 경제를 주도한 석유왕이라 불린 록펠러, 자동차왕 포드, 철강왕 카네기, 금융왕 제이피 모건 등이 세계 최고 부자로 군림했다.
하지만 20세기 후반에는 실리콘밸리 열풍이 불면서 신경제를 이끈 하이테크 부자들이 세계 최고 갑부로 등극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창업자 빌게이츠와 아마존 창업자 베이조스, 애플의 창업자 스티브 잡스 등이 21세기 초반 테크 열풍을 이끌며 부의 판도를 바꾼 세계 최고 갑부들이다. 이들의 등장으로 세계적인 부자의 최저 커트라인이 100조 원이라는 천문학적인 단위로 급상승했다. 2025년 현재 세계 최고 부자는 래리 엘리슨을 필두로 전기차와 휴머노이드 로봇을 주도하는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가 부상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인터넷 소프트웨어 금융 엔터테인먼트 등의 새로운 산업이 부상하면서 전통 제조업 갑부들의 순위가 상위권에서 점점 뒤로 밀리고 있다.

최근 들어 부의 판도는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20세기 후반까지만 해도 평균 20년을 주기로 세계 최고 갑부의 순위가 변화했다. 하지만 21세기 이후에는 5년 주기로 달라지고 있다. 세계 최고 갑부자리를 근 20년이나 유지하던 빌 게이츠가 최고 갑부 리스트에서 빠졌다. 엘리슨과 머스크가 얼마나 오래 세계 최고 자리를 지킬지는 예측할 수 없다. 산업지도가 빠르게 바뀌면서 신흥 부자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산업의 변화에 뒤처지면 기업 가치가 추락하고 대주주는 어느 날 갑자기 부자 명단에서 사라질 것이다. 우리나라의 산업지도와 부의 판도가 어떻게 바뀔지 눈여겨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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