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은 하노이, 점심은 호찌민…베트남에 고속철도가 온다[딥다이브]
하노이에서 아침을 먹고, 호찌민에서 점심을 먹는다. 베트남이 15년 전부터 꿈꿔온 시나리오가 어쩌면 2030년 현실이 될지도 모릅니다. 북쪽 하노이에서 남쪽 호찌민을 잇는 1541㎞ 길이 고속철도 건설 프로젝트가 베트남 최대 재벌 빈그룹의 가세로 탄력받기 시작했으니까요. 완공된다면 동남아시아 최대 규모 고속철도가 탄생할 겁니다. 베트남 정부가 야심 차게 추진하는 ‘세기의 프로젝트’ 남북 고속철도 건설을 들여다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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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만에 1541㎞ 깐다?
‘GDP 성장률이 10년 간 연 0.97%포인트씩 상승하는 효과’
‘베트남 기업엔 100년에 한 번 있는 기회’
‘국가를 변화시키는 상징적인 프로젝트’
베트남 정부가 추진 중인 남북 고속철도 사업을 두고 베트남 언론은 이런 기사를 앞다퉈 쏟아내고 있습니다. 하노이의 응옥호이역에서 호찌민시 투티엠역까지, 총 1541㎞ 길이를 잇는 고속철도 노선을 새로 건설하는 사업이죠. 설계속도 350㎞/h의 여객용 고속열차가 운행되고요. 하노이에서 호찌민까지 고작 5시간 30분 만에 갈 수 있게 될 겁니다. 현재 ‘통낫 열차’를 이용하면 30시간 넘게 걸린다니, 가히 혁명적 변화가 되겠죠.
당초 베트남 정부가 예상한 사업비는 총 1713조 동(약 92조원). 이를 100% 국가 예산으로 조달해 2035년 남북 고속철도를 완공한다는 계획입니다. 베트남 한 해 GDP의 14%가 들어가는 역사상 최대 규모의 인프라 사업인데요. 베트남 국회는 지난해 11월 이 계획을 승인했고요. 이제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사업이 시작될 겁니다.

어마어마한 돈이 드는 초대형 인프라 사업을 국가가 아닌 민간 기업이 직접 하겠다고 뛰어든 것 자체가 이례적인데요. 제안 내용도 상당히 대담합니다. 빈스피드는 예상 사업비를 정부가 책정한 것보다도 10%가량 적은 1562조 동(약 84조원)으로 낮췄고요. 10년이던 예정 공사 기간은 무려 절반인 5년으로 확 줄이겠다고 약속한 겁니다. 2025년 12월 공사를 시작해 2030년 12월 완공한다는 초스피드 건설 계획이죠. 이후 빈스피드가 99년간 사업권을 유지하는 조건입니다.

그럼, 돈도 안 된다면서 빈스피드는 이걸 왜 하려는 걸까요? 빈그룹이 노리는 건 철도가 아닙니다. 부동산이 핵심인데요. 열차역 주변의 토지를 활용해 도시 개발과 부동산 사업을 하겠다고 제안했습니다. 역시 부동산 개발로 성장한 빈그룹다운 발상이죠.
그런데 아무리 베트남 최대 재벌이라곤 하지만 이런 국가적인 사업을 일개 민간 기업에 맡겨도 될까요. 물론 민간투자로 바꾸려면 국회 승인을 새로 받아야 하는데요. 일단 베트남 정부는 빈스피드 제안을 매우 반기는 분위기입니다. 하긴, 애초에 정부 당국과 빈그룹이 긴밀히 소통한 끝에 나온 제안일 테니까요.
이젠 인프라 주도 성장
베트남 정부는 그럼 왜 지금 이 시점에 고속철도 건설에 뛰어들려 할까요. 사실 베트남에서 남북 고속철도 건설 계획이 나온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2010년에도 베트남 정부는 남북 고속철도 프로젝트를 추진했었죠. 계획은 지금과 거의 같았습니다. 1570㎞짜리 고속철도를 건설해 하노이-호찌민을 6시간 만에 갈 수 있게 하려고 했는데요.
그런데 이 정부안은 국회에서의 격렬한 공개토론 끝에 부결됐습니다. 일당 독재국가인 베트남 역사상 의회가 정부 제출 안건을 거부하는 건 매우 드문 일이었죠. 그만큼 560억 달러라는 엄청난 공사비가 드는 고속철도 사업에 대한 반감이 컸습니다. 2009년 베트남 GDP의 무려 53%에 해당했으니까요.

그럼, 왜 이렇게 대규모 인프라 건설에 열을 올리는 걸까요. 베트남 정부가 잡은 ‘2045년 1인당 2만 달러 이상 고소득국가 진입’이란 목표 달성(2024년의 1인당 GDP는 4700달러)을 위해선 경제의 레벨업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대대적인 인프라 투자는 그 자체로 GDP를 끌어올리는 효과가 있고요. 공급망 개선, 제조업 부가가치 향상, 투자 유치, 소비·여행 지출 확대 등등. 지속가능한 성장으로 이어질 거라고 보는 거죠. 2000년대 중국이 펼쳤던 경제성장 모델을 그대로 따라가려는 겁니다.
하지만 기술도 인력도 없다
그럼 다시 고속철도 이야기로 돌아가서. 베트남 경제 도약을 위해 남북 고속철도가 필요한 건 알겠는데요. 그런데 고속철도 건설, 이거 보통 복잡하고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아시아에선 1964년이 일본이 고속철도를 개통한 뒤 한국·중국·대만·인도네시아, 이렇게 4개국만 해냈죠. 과연 베트남이 이걸 해낼 수 있을까요?
기술 면에서 현재 베트남이 가진 건 아무것도 없습니다. 고속철도와 관련한 어떤 기술도, 경험도, 인력도 모두 없고요. 철도, 차량, 신호 기술, 운영 솔루션 등. 모든 걸 다 제로에서 시작해야 하죠.

물론 안 될 거라고 좌절만 할 순 없겠죠. 베트남 철도청장은 이렇게 강조합니다. “중국이 첫 번째 고속철도 노선 건설을 시작할 때, 슬로건은 ‘고속철도 건설을 위해 현대식 기계와 장비를 기다리지 말자’였습니다.” 일단 베트남 국내 기업도 부딪혀서 하다 보면 중국처럼 기술을 습득하게 될 거란 뜻입니다. 일단 해보자는 거죠.
결국 중국 vs. 일본 싸움?
그럼 과연 베트남이 어느 나라의 고속철도 기술을 주로 받아들일지에 관심이 쏠리는데요. 일단 베트남 정부는 여러 나라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습니다. 일본, 중국 양측 정부 모두에 고속철도 프로젝트에 대한 지원을 요청했고요. 지난해 팜민찐 총리가 방한했을 때도 정상회담에서 고속철도 협력에 대한 얘기를 나눴죠. (한국도 지난해 우즈베키스탄과 첫 고속철 수출 계약을 맺은 수출국이니까요.)
현재 베트남 언론은 중국과 일본이 가장 유력한 후보가 될 걸로 관측하는데요. 이 두 나라가 동남아시아 고속철도 시장을 놓고 매우 치열하게 경쟁 중이기 때문이죠.

그럼 베트남은 어떤 선택을 할까요. 베트남은 하나의 긴 노선이기 때문에 중국, 일본 둘 중 한 곳만 파트너로 선택해야 할 겁니다. 사실 2010년 베트남 정부가 처음 추진했을 때만 해도 일본과의 협력 관계가 공고했는데요. 이후 중국도 기술을 엄청나게 발전시켰죠. 특히 하노이-호찌민 못지않은 장거리 고속철도를 단기간에 건설해 낸 경험이 있다는 점이 중국의 강점인데요.
하지만 중국 기술 채택을 가로막는 매우 큰 허들이 있습니다. 바로 베트남의 강한 반중 정서이죠. 실제 하노이의 첫 지상철은 중국 기술을 채택했는데요. 공사 시작부터 완공까지, 반대 여론이 엄청났습니다. ‘중국 기술은 낙후됐다’는 비판은 물론 ‘중국이 전철로 베트남 수도의 용맥을 막고 있다’며 타지 말자는 보이콧 운동까지 일어났으니까요. 지상철도 그 정도였는데 고속철도면 훨씬 더하겠죠. 아마 어떤 정치 지도자라도 이를 돌파하기란 쉽지 않을 겁니다.
어찌 됐든 청사진만 덩그러니 있던 베트남 고속철도 사업이 빈그룹의 도발적 제안으로 속도를 낼 기세입니다. 물론 기술과 돈, 두 가지 면에서 극복해야 할 과제는 여전히 많고요. 본래 고속철도 사업이란 게 예산과 일정을 초과하기 일쑤인 법이기도 하죠. 하지만 100년에 한 번 나올 역사적인 프로젝트임엔 틀림없어 보이는데요. 한국 기업도 참여할 기회가 있을지 모르니 관심 갖고 지켜봐야겠습니다. By.딥다이브
15년 전 베트남 의회는 ‘고속철도는 사치 산업’이라며 정부의 건설계획을 부결시켰는데요. 그동안의 놀라운 경제성장 덕분에 이젠 베트남도 고속철도 건설에 나설 수 있게 됐죠. 고속철도 역은 나짱, 다낭 같은 대표 여행지에도 생길 예정이라니 기대되는군요. 주요 내용을 요약해 드리자면
-베트남 정부가 ‘남북 고속철도’ 프로젝트를 추진합니다. 하노이부터 호치민까지 1541㎞를 5시간 30분 만에 갈 수 있게 된다고 합니다. 소요 예산은 약 92조원으로 책정됐지만, 최근 베트남 최대 재벌 빈그룹이 84조원의 예산으로 자기네가 직접 사업을 하겠다고 제안했습니다.
-베트남은 ‘2045년 고소득 국가 진입’ 목표 달성을 위해 대형 인프라 건설에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신공항, 고압 송전선, 원자력발전소 등을 건설 중이거나 계획했죠. 인프라 확충으로 경제의 레벨업을 꾀합니다.
-하지만 고속철도는 어려운 기술입니다. 기술이 전무한 베트남이 과연 어느 나라와 손잡게 될지에 관심이 쏠리는데요. 아마도 중국과 일본이 치열하게 경쟁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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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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