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지 않아도 괜찮아”
코로나19 이후 고립청년과 은둔청년의 문제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통계청이 11월 6일 발표한 ‘경제활동인구조사 청년층(15~29세) 부가 조사’에 따르면 구직활동을 하지 않고 쉬었다고 답한 청년 중 ‘1년 이상 쉬었음’이라고 답한 비중은 45.7%로, 2022년 42%를 기록한 이후 2년 연속 증가했는데요. 지난 11일 ‘청년 누구나! 자신만의 방식과 속도로 살아가도 괜찮습니다’를 주제로 진행된 ‘2024 청년소파(청년과 함께하는 소중한 파트너)포럼’에서는 청년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방안이 논의되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정책주간지 'K-공감'에서 확인하세요.
“괜찮지 않아도 괜찮아”
새로운 도전이
두려운 청년을 도와줍니다
‘새로운 도전을 하기엔 너무 늦은 게 아닐까? 내년이면 서른인데 빨리 취업해서 경력을 쌓는 게 답이 아닐까?’
직장을 퇴사하고 1년간 일을 하지 않았던 20대 후반의 정 모씨는 끊임없이 자신을 남과 비교하며 불안해했습니다. 새로운 분야에 도전할 엄두가 나지 않아 주저했습니다. 그러다 청년재단을 만나며 정 씨의 삶에도 희망의 불씨가 피어올랐습니다. 청년재단이 진행하는 ‘청년다다름사업’에 참여하면서입니다. 청년다다름사업의 모토는 ‘모든 청년은 자기만의 방식과 속도로 살아도 괜찮다’입니다. 청년들이 자신만의 속도로 원하는 일을 찾고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프로그램입니다. 진로탐색에 필요한 다양한 멘토링 프로그램부터 취업교육훈련 지원을 받으며 정 씨는 변화하는 자신을 느꼈다고 고백했습니다.
정 씨에게 가장 도움이 됐던 것은 매달 한 번 이뤄지는 매니저와의 면담이었습니다. 면담에서는 사소한 일상 이야기부터 진로설계와 교육훈련 관련 상담까지 진행됐습니다. 정 씨는 “내 고민을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다는 점이 좋았다”며 “내 진로방향이 맞는지, 필요한 프로그램은 어떤 것인지 함께 고민해주고 내 이야기에 귀 기울이면서 응원해주는 사람이 생겨 큰 위안과 힘을 얻었다”고 말했습니다.
이외에도 전문 심리상담사와 진행하는 상담 프로그램, 청년들이 주축이 돼 진행하는 글쓰기 소모임 ‘시시콜콜’ 등 다양한 활동이 이어졌습니다. 정 씨는 “‘나’라는 사람이 누구인지 깊게 들여다보고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방향을 잡을 수 있었다”며 “성향이 비슷한 청년들과 격주에 한 번씩 만나 소통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도움이 됐다”고 말했습니다.
정 씨에게 이런 과정들은 막연하게 꿈꾸던 일을 제대로 파악하고 직무수행에 필요한 역량이 무엇인지 배우며 자신의 꿈에 한 발짝 다가서는 계기로 이어졌습니다. 정 씨는 청년재단의 프로그램을 접하고 나서 느낀 가장 큰 변화는 바로 ‘나’였다며 “예전에는 나에 대한 확신이 없어서 망설였다면 이제는 뭔가 하나라도 더 배워보고 싶고 앞으로 나아갈 준비가 됐다”고 자신감을 내비쳤습니다. 정 씨는 이러한 자신의 경험담을 녹여낸 글로 ‘2024 청년다다름사업 참여 수기 공모전’에서 최우수상을 받기도 했습니다.
‘쉬었음’ 청년이 늘고 있다
정 씨와 같은 고민을 가진 청년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고립청년과 은둔청년의 문제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실제로 통계청이 11월 6일 발표한 ‘경제활동인구조사 청년층(15~29세) 부가 조사’에 따르면 구직활동을 하지 않고 쉬었다고 답한 청년 중 ‘1년 이상 쉬었음’이라고 답한 비중이 절반(45.7%)에 육박했습니다. ‘3년 이상 쉬었음’이라고 한 청년도 20%를 넘었습니다. ‘1년 이상 쉬었음’이라고 답한 비중은 2022년 42.0%를 기록한 이후 2년 연속 증가했습니다.
이에 청년재단은 11월 11일 ‘2024 청년소파(청년과 함께하는 소중한 파트너)포럼’을 열고 청년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방안을 논의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동안 재단이 축적한 경험을 공유하고 민간과 공공의 청년지원기관이 모여 현장의 사례와 고민을 나누는 자리로 포럼에는 중앙행정기관, 공공기관, 비영리조직, 청년센터, 민간기업 등 다양한 영역에서 청년을 지원하는 50여 개 기관의 종사자 120명이 참석했습니다.
포럼은 ‘청년 누구나! 자신만의 방식과 속도로 살아가도 괜찮습니다’를 주제로 진행됐습니다. 청년이해와 청년정책의 기능을 조망하는 ‘키노트 스피치’, 청년지원기관 현장의 고민과 사례를 공유하는 ‘라운드 테이블’, ‘취약청년 지원 실무자를 위한 특강’ 등 총 세 가지 세션으로 구성됐습니다.
청년 성장을 위한 청년지원 생태계를 위해
‘키노트 스피치’ 세션에서는 ‘MZ세대 고민 해결사’로 통하는 장재열 작가가 청년 활동가들 앞에 섰습니다. 이 자리에서 장 작가는 “한국 사회에는 보호받는 청소년기와 홀로서는 성인기 사이에 ‘징검다리’가 없다”며 “청년 각자의 상황에 맞는 징검다리를 놓아주는 것이 올바른 청년정책”이라고 청년정책의 방향을 제시했습니다.
장 작가는 국내 대기업에서 근무하다 우울증으로 퇴사한 뒤 청년 전문 상담가의 길을 걷고 있습니다.
장 작가는 고립청년으로 암울했던 자신의 과거를 고백하며 “청년고립 문제는 성격, 기질, 학력, 소득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청년에 대한 선입견과 낙인에 대해 주의해줄 것을 당부했습니다. 무엇보다 “각기 다른 청년의 삶을 한 단어로 규정짓지 말자”며 “청년정책은 각기 다른 청년의 삶을 진정으로 이해하려는 노력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말하자 곳곳에서 박수가 터져나오기도 했습니다.
이어 ‘라운드 테이블’, ‘취약청년 지원 실무자를 위한 특강’ 등이 진행됐습니다. 포럼 참석자들은 ‘청년과 함께 걷겠습니다’, ‘괜찮지 않아도 괜찮아요. 항상 응원합니다’ 등 손글씨로 쓴 응원 메시지를 청년들에게 전하기도 했습니다. 포럼에 참가한 한 청년지원기관 종사자는 “청년이라는 공통분모를 가지고 모인 이 자리가 소중한 시간이며 함께하는 동료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돼 안심이 되고 기쁘다”며 “청년들이 사회에 잘 안착할 수 있도록 함께 고민해나가고 싶다”고 소감을 전했습니다.
박주희 청년재단 사무총장은 “이번 청년소파 포럼을 통해 청년과 동행하고 있는 많은 민간과 공공의 기관들이 모여 오늘을 살아가는 청년들에 대해 함께 이해하고 우리 사회가 어떠한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지 모색하는 소중한 시간이 됐다”며 “앞으로도 다양한 청년지원기관과 협력해 청년들이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청년지원 생태계를 만들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청년재단은?
재단법인 청년재단의 시작은 2015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2015년 9월 15일 열린 제40회 국무회의에서 노·사·정 대타협을 계기로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해 국민의 자발적 기부를 받아 조성하는 ‘청년희망펀드’가 제안됐습니다. 당시 정·관·재계 인사들의 릴레이 기부가 이어지면서 한 달 만에 520억 원의 기금이 조성됐습니다. 이후 펀드 기금은 문화체육관광부가 맡아 관리해오다 2015년 10월 19일 ‘청년희망재단’이 공식 출범하며 재단이 직접 기금을 운용하게 됐습니다. 2018년 9월 ‘청년재단’으로 이름을 바꾸고 지금까지 지속가능한 청년공익사업을 위해 힘쓰고 있습니다.
청년재단은 청년 일자리 창출이라는 첫 목표에서 더 나아가 취약청년의 자립과 고립청년의 일상회복을 돕고 청년의 도약과 성장을 이끄는 동반자 역할로 확대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고립·은둔청년, 경계선지능청년, 가족돌봄청년, 자립준비청년 등 우리 사회의 구조적 문제로 취약한 상황에 놓인 청년들의 회복과 자립을 위해 힘써왔습니다. 2015년 재단 설립 이후 10만여 명의 청년이 이곳을 거쳐갔습니다.
‘청년 멘토링 지원’ 사업도 있어요!
청년재단은 청년의 성장과 도약을 위해 다각적인 지원을 펼치고 있습니다. 이 중 ‘청년 멘토링 지원’ 사업은 청년의 자기이해와 진로취업, 정서안정, 필수소양 등을 주제로 멘토와 멘티의 만남을 연결해주는 사업입니다. 온·오프라인 단기 특강을 열거나 찾아가는 상담과 컨설팅을 진행하고 공통된 관심사를 가진 청년들을 중심으로 소모임을 만들어 활발한 교류도 이뤄지도록 돕습니다. 청년들이 이상적인 사회구성원으로 성장하는 데 갖춰야 할 소양과 능력을 학습할 수 있는 기회의 장을 마련하는 재단의 핵심 사업 중 하나입니다. 멘토링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청년재단 맞춤사업팀 윤원일 매니저를 통해 자세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Q. 청년 멘토링 지원 사업에 대해 소개해달라.
청년의 상황을 탐색기·진입기·안착기 등 세 가지로 나누고 자기이해·진로취업·정서안정·필수소양 등 네 가지 세부영역을 설정해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두세 시간 정도 1회로 진행되는 멘토링 프로그램과 특정한 콘텐츠를 두 달 정도 교류하는 소모임으로 나뉩니다.
Q. 멘토링 프로그램에 참가한 청년들의 반응은 어떤가?
공통적으로 또래 청년들과 무엇이든 교류할 수 있어서 좋았다는 반응이 많습니다. 참여 대상의 연령대가 만 19~34세(청년기본법 기준)로 넓고 같은 나이더라도 경험, 지식, 가치관 등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특히 소모임에서는 교류하는 시간이 길다보니 유대감이 커질 뿐만 아니라 공통의 관심사를 결과물로 펼쳐볼 수 있는 점에 대한 만족감이 높았습니다.
Q. 청년 멘토링 지원 사업의 성과는?
매해 멘토링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인원이 늘고 있습니다. 코로나19 이후 성장세가 두드러지는데 특히 2023년 10월 말 기준 654명에서 2024년 10월 말 1063명으로 약 62% 증가했습니다. 또한 온라인 과정을 두고 시공간의 제약을 없애 전국 단위 청년들까지 수혜범위를 확대했습니다. 프로그램에 신규로 참여하는 청년들의 유입뿐만 아니라 재방문율이 늘어나고 있는 점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Q. 현 시점에서 청년에게 가장 필요한 지원은 무엇일까?
진로취업도 중요하지만 자기이해·정서안정·필수소양 부분에서의 지원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모두가 느낄 만큼 취업에 대해 개인적·사회적 압박이 심합니다. 코로나 세대, 디지털 네이티브 등 급변하는 현대사회 속에서 다양한 삶의 방식이 공존하고 있습니다. 이럴 때일수록 자신을 알고 돌보면서 세상을 알아가는 시간이 충분히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Q. 앞으로의 계획이 있다면?
다양한 청년들이 함께할 수 있는 멘토링 플랫폼을 구축하고 싶습니다. 일반 청년뿐만 아니라 자립준비청년, 가족돌봄청년, 고립·은둔청년, 경계선지능청년 등 취약청년들이 멘토링 사업을 통해 단계별로 자기주도적인 성장을 할 수 있도록 돕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