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경찰 수사관 기피신청 5년새 두 배 급증…“검경 수사권 조정 등 영향”
’검경 수사권 조정’ 영향과 악성 민원 사례 증가가 원인
기피신청 최대 2회 제한 시행으로 수용률도 같이 떨어져
경찰 수사관 기피신청이 최근 5년 간 무려 두 배 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른바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경찰 수사가 더욱 중요해지자 기피신청을 활용해 적극적으로 무죄·유죄를 주장하는 사례가 늘어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17일 경찰청에 따르면, 작년 전국 시·도경찰청과 산하 경찰서에서 접수된 수사관 기피신청은 총 4833건이다. 이는 전년(4573건) 대비 5.6% 증가한 수준이다. 기피신청 건수는 ▲2018년 2425건 ▲2019년 2902건 ▲2020년 3520건 ▲2021년 4573건 등 매년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수사관 기피신청이란 경찰 수사를 받는 피의자나 고소·고발을 한 피해자 등 사건 당사자가 수사관을 다른 사람으로 바꿔 달라고 요청하는 제도다. 수사가 불공정하게 진행된다고 느끼거나, 수사 기간이 지체되는 등 사건 처리에 불만이 있을 때 신청할 수 있다. 수사관에 대한 단순 불만도 신청 이유 중 하나다.
작년 기준 기피신청 사유 중 가장 많은 것은 ‘공정성 의심’으로 63.4%(3068건)를 차지했다. 공정성 의심은 사건 당사자가 자신의 요구사항이 수용되지 않다고 느끼거나 수사 절차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될 때 신청할 수 있다.
수사관에 대한 단순 불만인 ‘기타’는 1157건으로 공정성 의심 다음으로 많았다. 그밖에 사건처리 기간에 대한 불만인 ‘수사미진’은 416건, ‘수사태도 불만’은 170건, 수사관과 사건 당사자의 이해관계가 있는 경우인 ‘제척사유’는 18건, ‘사건청탁 의심’은 4건이었다.
일각에선 경찰 수사에 대한 불신으로 기피신청 건수가 늘어난다고 보고 있지만, 단순 불만조차 기피신청 대상이 되는 탓에 전체 건수는 매년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게 경찰 판단이다. 특히 2021년부터 시행된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경찰이 1차 수사종결권을 갖게 되자, 경찰 수사 단계에서 기피신청을 통해 적극적으로 무죄 또는 유죄를 주장하는 피의자·피해자가 많아진 것도 증가 원인 중 하나로 해석된다.
경찰은 피의자가 수사를 회피할 목적으로 기피신청을 하는 사례가 계속되고 있어 전체 건수는 계속 증가할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기피신청이 접수되면 수용 여부를 판단할 때까지 수사 자체가 중단되기 때문에 이를 악용하는 것이다.
경찰은 2021년 8월부터 기피신청을 최대 2회로 제한하기로 했다. 이에 전년 대비 기피신청 증가율은 2019년부터 2021년까지 19.6~29.9% 수준이었으나, 작년에는 6.5%로 떨어졌다.
기피신청 가능 횟수가 무제한에서 최대 2회로 줄어들면서 기피신청 수용률도 같이 떨어지고 있다. 2회 이상 기피신청이 접수된 경우 곧바로 신청을 각하하고 있기 때문에 수용률이 낮아지고 있는 것이다. 작년 기피신청 수용률은 63%로 2018년(70%)에 비해 7%p 떨어졌다.
한편 서울경찰청과 산하 경찰서는 매년 가장 많은 기피신청이 접수되지만, 수용률은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경찰 기피신청 건수는 2018년 794건 수준이었으나 2020년 1000건을 돌파했고, 작년에는 1328건까지 증가했다. 수용률은 2018~2020년 60%대였으나, 작년에는 44%까지 떨어졌다.
서울경찰 다음으로 많은 기피신청이 접수된 곳은 경기남부경찰 792건, 인천경찰 341건이다. 수용률이 가장 높은 곳은 86%인 대전경찰이었다. 그 다음으로는 부산경찰(83%), 경북경찰(81%) 순이다.
경찰 관계자는 “수사 공정성이 침해되는 경우만 기피신청이 인정되는 게 아니라, 단순한 태도 불만도 수용하는 등 기피신청을 매우 폭넓게 인정해주고 있어 신청건수가 늘어나는 경우가 있다”며 “수사 공정성 확보 차원에서 최대한 국민들 눈높이를 맞춰주기 위한 것이라 제도 도입 이후 기피신청에 대한 적극적인 홍보를 한 것도 건수 증가에 영향을 미친 것 같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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