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몸의 면역세포로 유방암을 이기는 방법

박정렬 기자 2024. 9. 28.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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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화 시대의 건강관리 '건(健)테크' (169) 유방암
[편집자주] 머니투데이가 고령화 시대의 건강관리 '건(健)테크'를 연재합니다. 100세 고령화 시대 건강관리 팁을 전달하겠습니다.

대림성모병원 혈액종양내과 여경아 과장

외부 기고자 - 대림성모병원 혈액종양내과 여경아 과장

유방암 치료는 오랜 기간 수술, 방사선치료, 항암화학요법에 의존해 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 면역항암치료가 유망한 치료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치료가 어려운 '삼중음성 유방암'(Triple-Negative Breast Cancer, TNBC)에서 면역항암제의 효과가 입증되면서 새로운 치료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면역항암치료란 인체의 면역체계를 활성화하여 암세포를 공격하도록 돕는 치료법이다. 암세포는 면역체계의 공격을 피하기 위해 다양한 전략을 사용한다. 그중 하나가 면역관문이라는 단백질을 활성화하는 것이다. 이 면역관문은 면역세포가 암세포를 공격하는 것을 방해하는 역할을 한다. 면역항암제는 이러한 면역관문을 차단하여 면역세포가 암세포를 더 쉽게 인식하고 공격할 수 있게 한다. 특히, 면역관문억제제라는 약물이 많이 사용되며, 대표적인 예로는 펨브롤리주맙(키트루다)과 같은 약물이 있다.

일반적인 항암화학요법은 암세포의 빠른 분열 속도를 억제하기 위해 강력한 약물을 사용한다. 이 약물들은 암세포를 효과적으로 공격하지만, 문제는 정상적인 빠르게 분열하는 세포들도 함께 공격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머리카락, 소화기관, 피부 세포 등이 손상을 입기 쉽다. 이에 따라 화학요법을 받는 환자들은 탈모, 구토, 면역력 저하 같은 부작용을 경험하게 된다.

반면, 면역항암제는 암세포를 직접적으로 공격하는 것이 아니라 몸의 면역체계를 활성화해 암세포를 제거한다. 이는 면역세포가 암세포를 인식하지 못하게 방해하는 신호를 차단함으로써 이루어진다. 암세포는 보통 면역체계의 공격을 회피하기 위해 PD-L1이라는 단백질을 과발현시키는데, 면역항암제는 이 PD-L1 단백질의 신호를 차단해 면역세포가 암세포를 다시 공격하게 만든다. 이 과정에서 암세포만을 표적으로 하기 때문에 화학요법에 비해 정상세포 손상이 적고, 부작용이 덜한 것이 큰 장점이다.

또한 면역항암제는 특정 바이오마커(생체표지자)를 기반으로 환자별 맞춤형 치료를 가능하게 한다. 예를 들어, 종양에서 PD-L1 단백질이 많이 발현된 환자는 면역항암제에 더 잘 반응할 가능성이 크다. 이를 통해 면역항암제는 개인별 암 특성에 맞춘 정밀 의학의 한 형태로 자리 잡고 있다.

유방암은 그 유형에 따라 여러 치료법이 사용되지만, 그중에서도 호르몬 수용체(에스트로겐, 프로게스테론)와 HER2 단백질이 모두 결핍된 삼중음성 유방암은 치료가 어려운 암으로 알려져 있다. 일반적인 호르몬 요법이나 HER2 표적 치료제가 효과를 보지 못해 치료 옵션이 제한적이며, 재발률도 높아 예후가 불량하다.

하지만 면역항암제가 등장하면서 삼중음성 유방암 환자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제시하고 있다. 면역항암제는 PD-L1 단백질을 발현하는 삼중음성 유방암 환자에게 매우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환자들에게 펨브롤리주맙과 같은 면역항암제는 암세포의 성장을 억제하고 생존율을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

면역항암제는 단독으로 사용될 뿐만 아니라, 항암화학요법과 병합하여 사용될 때 더 큰 효과를 보인다. 예를 들어, 항암화학요법을 먼저 시행한 후 면역항암제를 사용하면 종양 크기를 줄이는 동시에 면역체계가 암을 보다 효과적으로 공격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다. 이러한 병합 치료는 삼중음성 유방암 환자의 재발 우려를 줄이고, 장기적인 생존율을 높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면역항암치료는 암세포와 면역체계 간의 복잡한 상호작용을 해결하는 혁신적인 치료법으로 유방암 치료의 새로운 희망을 제공하고 있으며, 향후 연구와 임상 데이터가 축적되면서 그 역할은 더욱 커질 것이다. 앞으로의 유방암 치료는 면역항암제를 중심으로 개인 맞춤형 치료로 나아갈 것이며, 이는 환자의 생존율과 삶의 질을 크게 향상할 것으로 기대된다.

박정렬 기자 parkj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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