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주총] '의결권 미행사' 국민연금…중립표 향방 변수로

/그래픽=박진화 기자

고려아연 정기 주주총회가 24일 열리는 가운데 최윤범 회장 일가와 영풍·MBK 양대 진영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은 중립표 향방에 관심이 쏠린다. 특히 캐스팅보트로 꼽히는 국민연금이 일부 안건에 대해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표 대결 구도에 적지 않은 변수가 될 전망이다.

작년 말 기준 국민연금공단이 보유한 고려아연 의결권 지분은 5.3%다. 이에 따라 주총 당일 국민연금이 이사 선임 안건에서 행사할 수 있는 투표 수는 약 600만주 수준으로 추산된다. 이는 선임 이사 수가 5명인지 6명인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최 회장 측과 영풍·MBK 측을 제외한 소수주주 및 기관이 보유한 의결권 지분은 약 13% 내외로 추정된다. 국민연금은 이들 중립 지분 가운데서도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해 캐스팅보트로 평가된다.

국민연금은 개별 기업에서 발생한 분쟁에 대해 직접적인 개입을 최소화하는 성향이 강하다. 실제로 지난해 고려아연 정기 주총에서도 일부 안건에 대해 ‘미행사’를 결정한 바 있다. 미행사는 해당 안건에 대해 찬반 의사를 표시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선별적 비개입 방침을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

중립표 가운데 핵심 축인 국민연금이 이탈할 경우 양자 간 대결 구도가 더욱 뚜렷해지는 효과가 나타난다. 실제로 국민연금이 표를 행사하지 않았던 사내이사 박기덕 사장과 사외이사 권순범·김보영 후보의 경우 찬성률이 12.6%로 동일하게 나타났다. 이는 고려아연 측 우호 지분이 결집된 결과로 풀이된다. 반면 영풍·MBK 측은 당시 10여 명의 후보를 추천하면서 표가 분산돼 상대적으로 불리한 구조였다. 다만 국민연금이 찬성한 권광석 이사는 다른 후보 대비 높은 찬성률로 이사회 진입에 성공했다.

국민연금은 이번 주총에서도 일부 후보에 대해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을 방침이다. 고려아연 이사회 추천 후보 가운데서는 사내이사인 최윤범 회장과 재추천된 황덕남 사외이사 등 2명을 미행사 대상으로 정했다. 또 장형진 영풍 고문 후임으로 추천된 박병욱 현 영풍 사외이사와 오영 함께일하는재단 감사 등 2명에 대해서도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기로 했다. 다만 오 감사는 현재 사외이사 후보에서 사퇴한 상태다.

이에 따라 고려아연 측은 2명, 영풍·MBK 측은 1명이 상대적으로 표를 적게 받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일부 소액주주가 국민연금의 의결권 방향을 참고할 수 있다는 점에서 영향은 더 확대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실제로 가장 큰 영향을 받는 인물은 당락 경계선에 있는 후보라는 해석이 우세하다. 핵심 인물인 최 회장이 미행사 대상에 포함되면서 우호 지분이 해당 후보로 집중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표가 상위 후보로 쏠리면서 상대적으로 하위 후보의 득표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김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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