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 대국 일본서 수제맥주로 승부수”…뉴욕 감성 접목시킨 韓 마케터
日 수제맥주 시장 아직 작아
한정판·팝업 스토어로 공략
한국 시장으로도 확대할 것

4대 대형 맥주 회사가 경쟁하는 일본에서 맥주 브랜드의 마케팅을 맡는다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다. 아사히의 대표 브랜드인 ‘슈퍼 드라이’나 기린이 자랑하는 ‘이치방시보리’의 마케팅 인력과 자금은 상상을 초월한다. 신제품 출시 때마다 TV 광고와 지하철은 맥주로 도배될 정도다.
이런 가운데 기린 맥주의 대표 수제 맥주인 ‘브루클린 브루어리’를 이끄는 마케팅 담당자 김혜윤 커머셜디렉터(39)를 최근 만났다. 브루클린 브루어리는 미국 뉴욕을 대표하는 수제 맥주다. 기린이 이 회사의 지분 25%를 가진 주주이자, 일본 사업은 두 회사가 공동으로 진행하고 있다.
일본 교토의 도시샤대를 졸업한 김 디렉터는 2009년 기린맥주에 입사했다. 그는 “취업 활동 중 많은 선배를 만나보면 자기 일에 특별히 즐거워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며 “기린 맥주에서 나온 선배의 열정에 감동해 자동차 기업 등의 구애를 뿌리치고 이곳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기린 맥주에 드문 한국인이지만 회사 생활에서는 차별보다 배려가 넘쳤다고 한다. 후쿠오카를 중심으로 규슈 전역을 대상으로 5년간 영업 활동을 했고, 이후 5년간은 인사부에서 ‘다양성’을 핵심에 놓고 채용과 연수 등의 업무를 담당했다.
“2019년 드디어 브루클린 브루어리의 마케팅을 맡게 됐습니다. 기린에 들어오면서 가장 하고 싶었던 것이 브랜드 마케팅이었어요. 그런데 ‘수제 맥주를 일본에 어떻게 정착시켜야 하하나’가 큰 숙제였습니다.”
일본 맥주 시장에서 수제 맥주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2%에 불과하다. 20%인 미국, 8~9% 수준인 한국과 비교하면 매우 낮은 숫자다. 하지만 지난해 말 기준으로 수제 맥주를 만드는 곳이 900곳을 돌파했다. 일본 47개 지방자치단체에 1곳 이상씩 맥주 양조장이 있을 정도로 주목받고 있다.
김 디렉터는 “연령대를 고려한 마케팅이 아닌 확고한 취향을 가진 사람을 타깃으로 했다”며 “유니클로에서 옷을 사면서 까르띠에 시계를 차는 사람을 우리의 고객으로 봤다”고 말했다.
이를 바탕으로 뉴욕의 감성을 접목해 특별한 ‘장면’을 만들 수 있는 마케팅을 펼쳤다. 브랜드의 스토리를 풀면서 여기에 문화적 요소를 넣은 것이다. 특히 유통망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한정판 제품을 출시하고 팝업 스토어를 펼친 것도 도움이 됐다.
김 디렉터는 “단순한 비즈니스의 관점을 넘어 맥주의 다양성과 가치를 지켜 나가야 한다는 사명감을 갖고 있다”며 “다양한 수제 맥주를 즐기는 한국 시장으로도 폭을 넓혀 가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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