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폰 맞아? '하반기 애플' 공식 흔드는 혁신 빠진 아이폰16
아이폰16 공개한 애플
첫 AI폰인 점 강조해
전체 스펙 향상시켰지만
정작 AI 기능 탑재 안 돼
10월에 시험 버전 적용
한국어는 내년에도 불투명
애플이 드디어 새 스마트폰을 공개했다. 지난 9일(이하 현지시간) 애플은 미국 캘리포니아주 본사에서 아이폰16을 비롯해 애플워치10(스마트워치), 에어팟4(무선 이어폰) 등 신제품을 공개했다. 이날 공개한 신제품은 추석 직후인 20일에 정식 출시한다. 한국 소비자도 아이폰을 빨리 받아볼 수 있다. 애플이 1차 출시 국가 명단에 처음으로 한국을 올렸기 때문이다.
■ AI 기능이 핵심=아이폰16이 기존 아이폰과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인공지능(AI)이다. 애플은 지난 6월 자체 AI 기술인 '애플 인텔리전스'를 아이폰16 시리즈에 처음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는 "아이폰16은 처음부터 AI의 혁신적인 기능을 위해 설계한 첫 제품"이라면서 "근본부터 다르게 설계했다"고 말했다. 최근 스마트폰 시장에서 각광 받는 'AI폰'의 대열에 애플도 합류하겠다고 선언한 셈이다.
이를 위해 기기 성능도 끌어올렸다. '스마트폰의 두뇌'인 AP에는 새로 설계한 A18 칩셋을 적용했다. 애플의 발표에 따르면 이 칩셋은 아이폰15에 쓰인 A16보다 30%가량 빠르고 전력 대비 성능도 30% 좋아졌다. 그래픽처리장치(GPU)와 신경망처리장치(NPU) 기능도 대폭 개선했다.
메모리 사용량이 큰 애플 인텔리전스를 지원하기 위해 D램의 용량 또한 6GB에서 8GB로 늘렸다. 아이폰 기본 모델에 8GB D램을 장착한 건 시리즈 전체를 통틀어 이번이 처음이다. 그만큼 애플이 AI에 '진심'을 다하고 있단 얘기다.
외관에도 약간의 변화를 줬다. 모든 모델에 '카메라 조작 버튼'을 추가했다. 손가락을 버튼 위에 올려놓고 움직이면 화면 속 이미지를 키우거나 줄일 수 있다. 한번 누르면 카메라 앱 실행, 한번 더 누르면 사진 촬영, 길게 누르면 동영상 촬영 등 다양한 직관적 기능도 들어 있다.
애플 인텔리전스를 활용한 AI 기능도 조만간 추가할 계획이다. 애플 인텔리전스는 애플이 개발한 '생성형 AI'로, 카메라 조작 버튼으로 사진을 찍으면 애플 인텔리전스가 사진 속 정보를 분석해 쇼핑몰 링크나 자료 검색을 자동으로 진행한다.
■ AI 없는 AI폰=하지만 업계에선 아이폰16을 두고 회의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나름의 이유와 근거가 있다. 무엇보다 20일 출고하는 아이폰16엔 중추 역할을 해야 할 애플 인텔리전스를 탑재하지 않는다. 애플이 이유를 공개하고 있지 않지만, 업계에선 완성도 문제 때문으로 보고 있다.
애플은 아이폰16 출시 다음달인 10월이나 미국에 한정해 애플 인텔리전스를 추가할 예정이다. 그마저도 정식 버전이 아닌, 일부 기능만 지원하는 '시험 버전'이다. 오는 12월에 국가를 확대하긴 하지만 영국·캐나다·호주·뉴질랜드·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영어권 국가에 그친다. 애플이 아이폰16을 'AI폰'으로 야심차게 밀고 있지만, 정작 대부분의 소비자는 AI 기능을 쓸 수 없다는 얘기다.
지원 언어도 제한적이다. 현재로선 영어가 유일하다. 애플은 내년에 애플 인텔리전스가 중국어·일본어·프랑스어·스페인어를 지원한다고 밝혔지만 여기에 한국어는 포함돼 있지 않다. 한국이 아이폰16 1차 출시 국가에 포함돼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아이러니한 일이다.
아이폰16을 두고 블룸버그는 11일 기사에서 "애플이 이렇게 미완성된 제품을 출시한 적이 또 있었을까 싶을 정도"라면서 "많은 소비자들이 새 아이폰을 사기 위해 수년을 기다리지만 올해는 그럴 가능성이 낮다"며 날선 비판을 숨기지 않았다.
■ 빅2의 판도=그렇다면 아이폰16은 스마트폰 시장의 판도에 어떤 영향을 줄까. 스마트폰 업계의 흐름은 상반기와 하반기에 크게 달라진다. 업계 1·2위를 다투는 삼성전자와 애플이 각각 상반기와 하반기에 신제품을 출시해서다. 그래서 "상반기는 삼성, 하반기는 애플"이라는 말이 마치 불문율처럼 업계의 공식으로 통해 왔다.
일례로, 2023년 10월 출시한 아이폰15는 론칭 후 4주 동안 전작보다 1.5배 많은 판매량을 올려 '하반기의 애플'이란 공식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애틀러스리서치앤컨설팅). 이를 발판으로 애플은 지난해 출하량에서 2억3460만대(카날리스)를 기록해 처음으로 삼성전자(2억2660만대)를 누르고 1위를 차지했다.
해가 바뀐 2024년 초엔 '상반기 삼성전자' 차례가 돌아왔다. 삼성전자는 외부 도움 없이 자체적으로 AI가 작동하는 '온디바이스 AI'를 업계 최초로 출시해 반격에 나섰다. 이런 AI를 탑재한 갤럭시S24는 1분기에만 전작(갤럭시S23)보다 35.0% 증가한 1350만대가 팔렸다(카날리스).
그 덕분에 삼성전자는 지난 2분기 시장점유율 18.9%(IDC)를 기록하며 애플(15.8%)을 추월하는 데 성공했다. 이제 다시 애플의 턴이다. 'AI 없는 AI폰' 아이폰16은 과연 '하반기 애플'이란 자존심을 지킬 수 있을까.
이혁기 더스쿠프 기자
lhk@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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