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UGOUT Review] 불후의 명곡 2026 프로야구 특집

야구장의 뜨거운 함성은 식었지만, 팬들의 심장은 여전히 작은 스토브리그 소식에도 요동친다. 스프링캠프가 채 시작하지 않아, 야구와 단절된 채 ‘혈중 야구 농도 부족’ 증세를 보이던 팬들에게 단비 같은 소식이 전해졌다. 바로 KBS의 ‘불후의 명곡’이 2026 프로야구 특집을 편성했다는 소식이었다. 화려한 라인업 속에는 이미 MBC ‘복면가왕’을 통해서 가창력이 검증된 은퇴 선수들은 물론, 노래와 다소 인연이 없어 보이던 현역 선수들까지 대거 포진해 있었다. 배트와 글러브 없이, 그라운드 밖에서 목소리로 승부를 겨루며 안방극장을 찾아온 그들의 활약(?)을 돌아봤다. (1월 28일 작성)

에디터 손하현 사진 KBS

#콘텐츠 정보

불후의 명곡 2026 프로야구 특집 (2부작)
방송사 KBS 2TV
녹화일 2026년 1월 5일
방영일 2026년 1월 10일, 1월 17일
진행자 신동엽, 김준현, 이찬원
출연자 김병현, 박용택, 유희관, 이대형, 정근우, 황재균(이상 은퇴 선수), 김태연(한화 이글스), 임준형(KT 위즈), 전사민(NC 다이노스), 최주환(키움 히어로즈), LG 트윈스 치어리더, 키움 히어로즈 치어리더
다시 보기 KBS 홈페이지, WAVVE

‘불후의 명곡’은 추억과 향수로 남은 명곡을 현역 가수들과 함께 리메이크하며, 노래로 세대 공감을 이루고 추억과 감동을 선사한다는 취지의 프로그램이다. 2011년 첫 방송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세대를 초월한 감동’을 전달하며 그동안 보지 못했던 가수들의 치열한 노래 대결의 장을 만들어 왔다. 이번 회차에서는 ‘2026 프로야구 특집’을 통해 전·현직 야구선수들이 노래 실력을 비롯한 자신의 반전 매력을 대거 뽐낼 기회를 마련했다.

#Editor’s Picks

⓵ 1부 우승자 이대형의 ‘중독된 사랑’

방송 분량상 5명씩 순서를 추첨해 두 번의 경연을 치렀는데, 1부에는 김병현, 전사민, 황재균, 박용택, 이대형이 참여했다. 특히 야구장의 분위기를 물씬 살린 이번 특집은, 유니폼을 입고 방문한 야구팬들과 함께 LG 트윈스 치어리더들의 ‘그대에게’ 공연으로 포문을 열었다.

경연은 ‘도장 깨기’ 방식으로 이뤄지는데, 정해진 순번대로 무대를 선보인 후 명곡 판정단(방청객)의 투표를 받아 그 투표 결과로 승패를 결정하는 방식이다. 무대는 각자가 한 번씩만 펼치기에 누적 투표수로 성적을 집계하며, 마지막 순서인 5번 참가자의 무대가 끝나면 최종 우승자가 결정된다.

첫 번째로 이름이 불린 게스트는 전직 야구선수 김병현이었다. 불후의 명곡에 세 번째로 참여하며 ‘2전 3기’의 자세로 우승에 도전한 김병현은 이승철의 ‘마지막 콘서트’를 선곡했다. 이어 다음 순서로 뽑힌 전사민은 로이킴 원곡의 ‘잘 지내자, 우리’를 선보였다. 전사민은 “마운드 위에서 팬들의 마음을 뜨겁게 했다면, 오늘은 노래로 심금을 울려 보겠다”라는 각오에 어울리는 노래 실력을 뽐내며 김병현을 상대로 1승을 차지했다. 이어 은퇴 후 처음 예능에 모습을 보인 황재균이 YB의 ‘나는 나비’를 불렀다. 하우스밴드와의 궁합으로 활력 있는 무대를 꾸몄지만, 앞서 호평을 얻었던 전사민의 벽은 넘지 못했다. 그러나 무대 후반부부터 스크린을 통해 팬들에게 자필 편지를 전하고, 백스테이지 인터뷰에선 끝내 눈물을 보이며 깊은 여운을 남겼다.

다음 순서로 올라온 박용택은 ‘노트르담 드 파리’ 뮤지컬 삽입곡인 ‘대성당들의 시대’를 부르는 파격을 보였다. 고난도 명곡을 노래한 박용택은 뮤지컬 특유의 웅장함과 높은 음역대, 무대 후반 합창단과의 완벽한 조화를 내세워 2승을 차지한 전사민을 대기실로 돌려보냈다. 마지막 무대는 슈퍼소닉 이대형이 장식했는데, 지난 출연에서 박자 실수를 연발하며 탈락의 고배를 마셨던 그는 조장혁의 ‘중독된 사랑’으로 전 LG 트윈스 동료에게 맞섰다. 합창단이나 코러스 없이 혼자 담백한 무대를 꾸민 이대형은 이전 출연의 아쉬움을 떨쳐 내며 1부 최종 우승을 차지했다.

⓶ 2부 우승자 임준형의 ‘마법의 성’

2부 첫 무대의 주인공은 전 두산 베어스 투수 유희관이었다. 최근 세상을 떠난 어머니를 위한 헌정곡으로 라디(Ra.D)의 ‘엄마’를 선곡한 유희관은 대기실과 평가단 모두의 마음을 울렸다. 이에 맞서는 정근우는 캔(Can)의 ‘내생에 봄날은…’으로 무대를 꾸몄다. 마치 스스로의 봄날을 떠올리는 듯 정근우는 포장마차로 꾸며진 세트에서 천연덕스러운 연기와 노래를 펼쳤다. 그는 박자와 음정 실수에도 불구하고 평가단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당당하게 유희관을 상대로 승리를 차지했다.

그다음으로 예능 첫 무대에 오른 최주환은 SG 워너비의 ‘라라라’를 선보였다. 트럼펫으로 활기찬 분위기와 함께 무대를 꾸몄지만, 관객의 호응을 대거 유도했던 정근우의 벽을 넘진 못했다. 파죽지세로 2승을 차지한 정근우를 상대하기 위해, 한화 이글스 팬들 사이에서 이미 노래 실력을 인정받은 김태연이 나섰다. 부활의 ‘사랑이란 건’으로 경연에 참여해 혼자서도 꽉 차면서도 안정감 있는 무대를 보여 준 김태연은 모두에게 가창력을 다시 한번 인정받으며 승자가 됐다.

마지막 경연자였던 임준형은 KT 위즈의 대표적인 응원곡 중 하나인 더 클래식의 ‘마법의 성’을 선곡했다. 현장에 찾아와 KT 유니폼을 흔들어 주는 팬들을 비롯해 야구팬들에게 ‘한 시즌 좋은 일을 기원하는 마음에서 선곡’한 노래라고 인사를 전했다. 특히 원곡 그대로 담백하게 꾸민 1절부터 밴드 사운드와 함께 템포를 올린 2절까지 각기 다른 분위기로 구성해 수준급 노래 실력을 보인 임준형은 결국 2부 최종 우승의 영광을 차지했다.

#Editor Speaks

2022년 한화 이글스 유튜브 채널에 ‘딩고’와 협업한 ‘킬링 보이스’ 콘텐츠가 화제가 된 적이 있었다. 물론 야구선수로서의 본분도 중요하지만, 경기 하이라이트나 비하인드 외에 선수들을 활용한 타 분야 콘텐츠에 대한 수요도 상당히 높은 시대다. 비시즌을 맞이해서 다양한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거나, 스포츠 분야가 아닌 곳에서 의외의 활약을 펼치는 선수도 여럿 볼 수 있지 않던가.

불후의 명곡 특집 방송 전에도, 여러 선수가 MBC ‘나 혼자 산다’, ‘복면가왕’에 출연하는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 반경을 넓혀 가곤 했다. 특히 복면가왕에 출연했던 롯데 자이언츠 최준용은 비(非) 예능인 최초로 가왕전에 진출하며 노래 실력을 제대로 인정받았다. 이런 콘텐츠는 야구팬들에게도 소속 팀 선수들의 예상하지 못한 매력이나 장점을 확인할 기회를 만들어 주기고 한다. 실제로 방송 이후 각종 SNS에서는 ‘김태연은 노래 잘하는 줄은 알았지만, 저 정도인 줄 몰랐다’, ‘전사민 얼굴에 노래가 없는데 너무 잘해서 반전이다’라는 등의 뜨거운 실시간 반응도 확인할 수 있었다. 녹화 소식을 들었을 때 당황하던 팬들의 반응도 잠시, 비시즌 야구팬들에게 이번 방송이 확실한 즐거움이 됐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젠 야구선수도 한 명의 선수이기 이전에 한 사람으로서 자신만의 캐릭터를 만들어 가는 게 전혀 이상하지 않다. 외부 활동이 본업에 영향이 갈 정도라면 당연히 지양하는 것이 맞겠지만, 야구가 없는 계절에도 팬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하기 위해 소매를 걷고 뛰어드는 선수들의 노력 역시 긍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지 않을까.

#Tip

새해 첫 불후의 명곡 녹화는 1월 5일 여의도 KBS 공개홀에서 진행됐다. 제작진은 ‘야구선수 특집’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관객 드레스 코드 이벤트를 진행해, 팬들이 응원 구단 유니폼을 착용하고 선수들이 노래하는 모습을 방청하는 그림을 연출했다. 이때 현장에서 이벤트에 당첨된 관객에겐 소정의 선물을 증정하기도.

이번 방송이 야구팬들에게도 특별한 경험으로 다가왔던 만큼, 다음 비시즌에도 이어지게 된다면 관심 있는 야구팬들의 방문을 적극 추천한다. 우선 언제 다시 찾아올지 모를 프로야구 특집을 위해 방청 신청 방법을 미리 알아 두자. 이번 방송 기준으로는, 녹화 일주일 전부터 KBS 홈페이지를 통해 ‘명곡 판정단’ 방청을 신청할 수 있다. 사연을 신청하면 동반인과 함께할 수 있고, 당첨자에게는 방청 및 명곡 판정단 투표도 체험할 기회가 주어진다.

기사는 더그아웃 매거진 2026년 179호 (3월 호)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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