킥라니 없애는 법 알려드림

조회 7462025. 2. 24.

이 영상을 보라. 커플로 보이는 젊은 남녀가 보호장구 없이 나란히 한 킥보드를 타고 6차로 도로를 역주행하고 있다. 광주 금남로 부근에서 찍힌 영상으로 추정되는데,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역대급 킥라니’라는 질타가 쏟아졌다. 킥라니는 킥보드와 고라니를 합친 말로, 갑자기 툭 튀어나온다는 뜻을 담고 있다.

이렇게 차량이나 오토바이를 운전하다가 갑자기 골목이나 도로 끝에서 튀어나오는 일부 킥보드 이용자 탓에 가슴을 쓸어내린 왱구님들 정말 많을 것 같다. 어느덧 킥라니는 공포와 짜증을 유발하는 도로 위의 시한폭탄 같은 존재가 되어 버렸는데, 유튜브 댓글로 ‘어떻게 하면 킥라니를 없앨 수 있을까’라는 의뢰가 들어와 취재했다.

킥라니를 사라지게 하려면, 정확히 킥라니가 무엇인지부터 정의해야 한다. 헬맷을 쓰고, 시속 25㎞의 속도 규정을 지키고, 교통 신호도 준수하는 선량한 일반 킥보드 이용자까지 싸잡아 킥라니라고 부를 순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킥라니라는 말이 법과 제도적으로 규정된 단어가 아니다보니 사람마다 저마나 킥라니의 뜻을 다르게 받아 들이고 있다. 사람들에게 한번 물어봤다.

[김원석]
"되게 위험하게 타시는 분들 있잖아요. 차 타고 가다가도 골목에서 갑자기 튀어나오거나 2명이서 한번에 타는 경우도 있고"

[최수진]
"헬맷같은 거 안 쓰고 신호같은 거 무시하고 그냥 차들 사이를 왔다갔다 하면서 갑자기 튀어나오는 걸 킥라니라고 하지 않나"

[손재호]
"차로에서 킥보드 타고 다니는 사람을 킥라니라고 생각하고요. 사고가 나지 않을까 걱정되고 본인한테도 굉장히 위험해보여서 제재가 필요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답은 조금씩 다르지만, 킥라니에 대한 대중적 인식이 좋지 않은 건 잘 알겠다. 다시 킥보드를 포함한 교통 이동수단을 연구하는 전문가에게 킥라니의 정의를 물었더니 좀 더 체계적인 답이 돌아왔다.

[정미숙 한국도로교통공단 차장]

"킥보드 운전 자체가 익숙하지 않은 경우나 혹은 관련된 안전수칙을 준수하지 않고 운전하면서 주변사람들에게 위험을 주는 킥보드 운전자를 의미하는 것이 올바른 킥라니의 정의이지 않을까."

그러니까 ①킥보드 운전이나 각종 신호 체계에 미숙한 운전자

②안전한 킥보드 운행 방법을 알고 있지만, 빠른 이동이나 재미를 위해 일부러 위험하게 킥보드를 타는 운전자를 킥라니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 미숙한 운전자는 어떻게 줄일 수 있을까. 킥보드는 일반 승용차와 비교해 속도가 느리고, 일회성 탈 것의 느낌이 나다 보니 아직도 장난감처럼 인식하는 경향이 강하다. 이런 문화를 바꿔서, 이용자 스스로가 킥보드 운전능력을 키워야 한다는 건데.

[정미숙 한국도로교통공단 차장]

"킥보드를 타는 순간에 차의 운전자라고 하는 생각이 여전히 부족한 것 같아요.이륜차랑 똑같은 거죠. 킥보드 운전자의 전체가 차의 운전자라고 생각할 수 있도록 문화가 형성돼야 할거 같고요. 홍보, 교육도 필요하고. 인식의 변화가 이뤄지기 위해선 다양한 기관, 경찰이겠죠. 정확한 계도와 단속도 필요하고"

성인보다 더 큰 문제는 10대 청소년 운전자다. 성인과 비교할 때 교통체계를 잘 모르고, 또 혈기왕성 하다보니 킥보드 사고 가능성이 더 크다.

현행 도로교통법에 따르면 전동 킥보드는 원동기 면허 이상의 운전면허를 소지한 만 16세 이상만 탈 수 있다.

근데 공유킥보드 업체 대부분은 회원 가입시 면허 인증페이지를 그냥 스킵할 수 있게 하고 있다. 그러니 위험천만하게 도로를 내달리는 10대 킥보드 운전자가 사라지지 않는 것이다.

현행 법률은 무면허로 전동 킥보드와 같은 개인형이동장치(PM) 운전 시 그 책임을 이용자에게만 부과하고 있어, 고객을 늘리려는 공유킥보드 업체들은 면허증 검사에 소극적인 편이다.

또 무면허 운전을 하다 걸려도 범칙금 10만원만 내면 될 만큼 처벌이 약해서 2021년 3500건에 그쳤던 10대들이 킥보드 무면허 운전은 2023년 2만건으로 껑충 뛰었다.

고심하던 경찰은 아예 개인형이동장치 전용 운전면허 도입을 고심하고 있다. 아울러 공유 킥보드 업체들에게 회원 가입 및 운행 시 반드시 운전자 면허를 반드시 확인하도록 강제하는 조항 마련도 고민하고 있다는데.

[지연환 경찰청 운전면허계장]

"미성년자들의 무면허 운전도 좀 예방하고, 교통안전에 대한 인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 PM 운전을 하게 하자는 취지에서 학과시험 기능시험 어디까지 다 보게할 것인가 고민을 하는 거고. 경찰청에서 생각했을 때는 PM 대여사업자들이 운전면허를 의무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규정을 두는게 훨씬 더 중요하다고 생각은 하고."

좋은 방안이지만, 언제부터 시행될지는 아직 모른다. 그때까지 킥라니의 역습은 한동안 계속될 거 같은데, 서울시는 홍대와 반포 학원가 부근을 킥보드 없는 거리로 지정하며 강한 규제에 나서고 있다.

자칫 큰 사고를 초래할 수 있는 킥라니를 두고 정부와 지자체의 규제 뿐 아니라 국민적 우려도 점점 더 커질 것 같다. 그러니 일반 킥보드 이용자도 좀더 책임감을 가지고 운전을 했으면 좋겠다.

[양규석 서울시 보행자전거과 개인형이동장치팀장]

"우리 시민들 편리함도 좋고 조금 빠른것도 좋지만 가장 우선시해야 하는 것은 안전인거 같습니다. 본인의 안전 뿐만 아니라 타인의 안전까지도 배려하는 운전 그런게 필요하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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