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 스포츠카의 가능성 두 번째

박준규 칼럼니스트

전기 스포츠카의 가장 큰 걸림돌은 배터리의 무게이다. 배터리의 무게를 줄이기 위해서는 에너지 밀도를 증가시켜야만 한다. 에너지 밀도란 단위 중량의 배터리에 얼마나 많은 에너지, 즉 와트시(Wh)를 담아낼 수 있는지를 나타내는 지수이다.

셀 단위로 본다면 현재 시점에서 가장 높은 에너지 밀도를 달성할 수 있는 양극재 조합은 NCM811로 알려져 있으며, 최근 발표된 논문들을 살펴보면 711Wh/kg 정도의 숫자가 눈에 띈다. 최근 출시되는 전기차들과 비슷한 80kWh를 구성할 경우 112kg이라는 중량이 계산된다.

물론 배터리팩은 이런 식으로 순수하게 셀만으로 구성되지는 않는다. 팩 단위로 구성한다면 200kg 내외의 중량이 될 것이다. 아이오닉 5의 72kWh 배터리팩 중량이 450kg 정도라는 것을 생각해 본다면 엄청난 중량 절감이다.

하지만 이것은 아직 시험실 수준에서의 결과이며, 실제로 시장에 출시되기까지는 사실상 많은 난관들이 기다리고 있다. 그런데도 배터리의 에너지 밀도가 앞으로 지속적으로 증가하리라는 것은 뻔한 현실이다. 희망 회로를 돌려 200kg 정도 무게에 80kWh의 용량을 지닌 배터리 팩을 운 좋게 구했다고 치자.

그다음은 모터와 모터 컨트롤러다. 모터 역시 출력 밀도, 즉 단위 무게당 몇 kW의 출력을 낼 수 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를 사용한다. 가장 출력 밀도가 높다고 알려진 모터의 경우 9kW/kg 정도로 알려져 있다. 200kW 출력을 약 22kg의 무게에 담을 수 있다는 의미가 된다.

물론 이런 모터를 1개만 쓴다면 재미가 없을 것 같아 사륜구동으로 4개를 올려봤다. 모터는 모두 88kg이 되었다. 모터 컨트롤러(MCU)도 무게가 많이 나가는 부품 중 하나다. 역시 경량화를 위해 많은 연구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미국 에너지부(DoE)에서는 2017년 무렵 전기차 부품의 기술 로드맵에 관한 목표를 설정하는 보고서를 발표한 적이 있는데, 이에 따르면 모터 컨트롤러는 2025년까지 150kW/ℓ를 목표로 설정하고 있다. 니로 EV 급에 해당하는 모터 컨트롤러의 부피가 1ℓ 정도라는 의미다.

무게는 추측컨대 약 5kg 내외가 될 것으로 보인다. MCU 4개를 붙여서 20kg을 추가했다. 직류 급속 충전만 지원해서 약 7kg 정도가 될 것으로 보이는 온보드 차저(OBC)는 생략하기로 한다. 고전압 배선과 냉각 시스템 등등을 추가했더니 약 20kg 정도가 올라갔다.

파워트레인의 무게를 모두 더하니 328kg이 나온다. 출력은 800kW 정도가 되니까 마력으로 환산하면 1072마력 정도다. 솔직히 트랙에서 이런 출력은 필요가 없을 것 같다. 합산 출력을 800마력 정도로 줄이고 무게를 10% 정도 줄이기로 했다. 줄어든 무게는 295kg이다.

2009년식 콜벳 ZR1에 올라가는 LS9 엔진의 무게가 231kg 정도다. 여기다 변속기와 흡배기 시스템, 연료 시스템을 포함하면 300kg은 가볍게 넘을 것이다. 게다가 전기 파워트레인은 무게 배분에 대해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배터리를 내가 원하는 위치에 깔 수 있기 때문이다. 전체 중량 목표를 1500kg으로 잡았지만 이렇게 된다면 1200kg 이하의 무게도 달성할 수 있어 보인다. 차량 중량과 모터의 출력으로 미루어 0→시속 100km 가속 시간은 안전하게 2초 중반대로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800마력짜리 풀타임 사륜구동 전기 스포츠카가 완성되었다. 최신 911 GT3가 1450kg에 525마력이라고 하니 서킷에서 한번 붙어보자고 도발해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물론 10랩을 돌기 전에 배터리 경고등이 켜지겠지만 말이다. 물론 엄청난 희망 회로의 결과물이니 당장은 실현이 불가능하다. 4개의 모터를 서킷 주행 조건으로 제어한다는 것도 엄청난 난제에 속한다.

저런 출력을 감당할 수 있을 고방전 셀이 상용화되려면 아직 10년 이상의 세월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누가 알겠는가? 아니 이미 많은 사람들은 알고 있다. 이런 희망 회로가 점점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