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산+] 英 정부가 던진 KF‑21 엔진 '공동개발' 노림수는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의 'ADEX 2023' 야외 전시공간에 KF-21 전투기가 전시돼 있다.  / 사진=조재환 기자

영국 정부가 한국 정부에 'KF‑21 전투기' 엔진 공동개발을 제안했다. 실무 파트너는 항공엔진의 명가 롤스로이스PLC다. 표면적으로는 국산화 지원에 무게를 둔 듯하지만 실제로는 자국 엔진 생태계 확장, 차기 엔진 개발비 확보 등 전략적 의도가 담겼다는 분석이 나온다.

롤스로이스 전투기 엔진, 러-우 전쟁에 기사회생

이번 제안은 KF-21 사업 참여를 넘어 롤스로이스가 제작하는 전투기 엔진의 생존과 재도약을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방산 업계에 따르면 롤스로이스는 '유로파이터 타이푼' 전투기에 탑재된 EJ200엔진 기술을 갖추고 있다. 현재 1400기 이상 생산·운용하며 성능을 검증했다. 다만 규모의 경제를 이루지 못해 낮은 생산성, 비싼 가격, 유지보수 부품 수급불안 등의 문제가 발생하며 '유지비 파이터'라는 오명을 썼다.

'유로파이터 타이푼' 전투기에 탑재된 EJ200엔진 /사진=롤스로이스PLC

전환점이 된 것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다. 유럽의 군비확충이 시작되고 유로파이터의 추가 수요가 생기면서 EJ200엔진이 규모의 경제를 갖출 수 있는 토대가 만들어졌다. 2022년 이후 △독일 58대 △스페인 45대 △이탈리아 24대 등 유로파이터 추가 발주가 확정됐다. 전투기 1대당 2개의 엔진이 장착되는 점을 감안하면 신규 및 개조 수요는 250기 이상이다.

이밖에 카타르, 튀르키예와도 각각 12기, 40기를 수출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기존 전투기의 유지·보수·정비(MRO) 수요를 감안하면 관련 매출을 장기간 확보할 수 있다. 이에 롤스로이스는 EJ200 생산라인 가동 종료시점을 2034년 이후로 늦췄다.

제안에 담긴 계산은

KF‑21은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의 F414 엔진을 기반으로 초도 양산에 들어갔다. 롤스로이스 엔진(EJ200)과 크기, 무게, 추력 등의 성능이 비슷하다. 신규 엔진을 국산화하려는 입장에서는 기술협력으로 얻을 수 있는 이익이 많다.

롤스로이스 입장에서는 차세대 신규 플랫폼 적용 경험, 동북아·동남아시아 시장 진출, 아시아·중동·남미 등 제3국 수출 가능성 제고 등의 기회가 열린다. 서구권에서 개발하는 신형 전투기 중 유일하게 실전배치가 진행되고 있는 만큼 여러 가능성을 엿볼 수 있다.

또 판매가 아닌 공동개발·기술이전 방식은 기술 리더십을 일정 부분 확보할 수 있는 구조다. 단순 거래처가 아니라 제조·기술 생태계를 확장하는 효과를 낸다. 수주한 유럽·중동 전투기엔진 물량에 KF-21의 잠재수요가 더해진다면 미국 제조사들과 맞설 규모의 경제를 갖출 수 있게 된다.

조정실적 기준 /단위: £ million

차세대 전투기 엔진 개발을 위한 연구개발(R&D) 재원 마련의 일환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롤스로이스는 영국·일본·이탈리아가 함께 추진하는 차기전투기 사업 'GCAP'에 참여하고 있다. 기존 기술을 판매한 자금으로 신형 기체용 엔진에 대한 투자여력을 확보할 수 있다.

방산 업계 관계자는 "KF-21은 양산시점, 후속기 개발 방향, 엔진 국산화 일정이 공개됐다"며 "롤스로이스로서는 기술협력, 공동개발 등으로 사업을 확장하기 좋은 대상"이라고 설명했다.

김덕호 기자

Copyright © 블로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