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무사고'보다 강렬했던 친환경 데이터센터 이야기, 네이버 '각 춘천'

과거 인류의 지식은 '책'을 통해 후대에 전수됐다. 지금은? 모든 정보가 '데이터센터(IDC)'로 집약되는 시대다. 따라서 앞으로 더 많은 IDC의 등장은 필연이다. 다만 IDC가 인류와 공존하려면 자동차가 그랬듯 친환경으로의 변화가 필수다. 지금 우리가 전에 없이 방대한 디지털 정보를 편리하게 품게 된 대가로 IDC는 너무나 많은 에너지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기자가 지난 9일 가동 10년째 '무사고·무중단·무재해' 기록을 달성한 네이버의 데이터센터 '각(閣) 춘천(이하 각)'에 방문했을 때, 3무(無) 이정표보다 각의 독특한 친환경 설계에 더 눈길이 쏠린 이유였다.

강원도 춘천시 동면 구봉산에 있는 네이버 데이터센터 '각 춘천' 전경. (사진=네이버)

서울 대신 '시원한 바람' 찾아 춘천 구봉산 자락으로

각은 2013년, 강원도 춘천시 동면 구봉산 자락에 만들어졌다. 당시만해도 국내 IDC는 대부분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 몰려 있었다. 지리적으로 접근성이 좋고 유지보수에 유리한 까닭이다. 하지만 네이버가 대세와 달리 춘천을 택한 건 IDC의 밑바탕부터 안정성과 친환경을 동시에 만족하기 위함이었다.

춘천은 네이버가 수도권 및 전국 도처에 임대해 사용 중인 IDC와 물리적으로 거리가 멀어 지진 등 자연재해 피해로부터 상대적으로 안전하다. 무엇보다 연평균 기온이 국내 평균보다 2도 정도 낮은 춘천은 자연을 친환경 IDC 냉방 설계 구현에 더 없이 유리한 지역이었다.

'고작 2도'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IDC 관리에 있어 냉방은 굉장히 중요한 요소다. 수많은 데이터를 24시간 안전하게 보관하기 위해선 그만큼 많은 서버 장비가 필요하고, 서버는 가동 중에 끊임없이 폐열(전자장비 가동 중 발생하는 열)을 방출한다. 그러나 모든 전자장비가 그렇듯 서버도 열에 취약하다. 24시간 냉방으로 적정 기온을 유지해줘야 고장과 서비스 장애를 면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막대한 전력이 소모된다. 그런데 축구장보다 큰 IDC의 규모라면, 온도를 단 1도 낮추는 데에도 상상 이상의 냉방전력이 필요하다. 자연적으로 낮은 기온은 그만큼 이 비용을 절감해준다.

각 내부 서버실 모습. 크고 작은 서버들로 가득 차 있다. 이 같은 IDC 운영 에너지 절감의 핵심은 서버 냉각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하는가에 달려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사진=네이버) 

참고로 국제에너지기구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전세계 IDC의 전력 소비량은 세계 15~16위의 전력 소비국인 인도네시아, 남아프리카공화국과 맞먹는다. 전세계 전력 소비량 대비로는 1% 정도의 비중을 차지한다.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전기장치 중 수천여개에 불과한 IDC가 차지하는 1%의 비중은 무시하기 어렵다. 그리고 그 IDC를 유지하는 에너지의 약 절반이 냉방에 사용된다.

이 때문에 각은 춘천의 시원한 산바람 가운데 미세먼지를 필터링 한 후 서버실에 공급하는 방식으로 냉방 전력이 줄도록 설계됐다. 또 그 바람을 찬물이 흐르는 벽에 통과시켜 온도를 한층 낮춘 'NAMU-II(나무-2, NAVER Air Membrance Unit)란 방식도 고안해 냉방 부담을 한층 줄였다. 나무-2는 네이버가 독자 개발한 3세대 공조 설비다. 기존 공조기 대비 공기 통과 면적이 넓고 더 넓은 공간에 공기가 흐르도록 만들어져 이 같은 자연적 조건의 이점을 극대화할 수 있었다.

나무-2 시스템이 가동 중인 서버실 외각 공간. 좌우 문을 열면 외기가 필터를 거쳐 이동하는 공조실이 있다. (사진=네이버)

서버의 배치도 열 관리에 역량을 집중한 모습이었다. 사소하지만 서버실 각 면에서 열이 발생하는 지점은 한 데로 모이도록 양쪽의 앞뒷면이 마주보도록 배치됐다. 찬공기와 뜨거운 공기가 섞이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다. 한 데 모인 열은 다시 환풍 시설로 최대한 빨리 서버실에서 배출한다. 일반적으로 바닥에서 냉기를 배출하는 서버실 구조와 달리, 최근에 지은 각 남관에는 찬공기가 위에서 불어오는 설계가 적용됐다. 이 또한 찬공기가 이중바닥을 가득 채워야 밀려나오는 기존의 구조가 에너지 절감에 비효율적이라고 판단됐기 때문이다.

이 밖에 평시 전력 사용량도 최소화할 수 있는 구조다. 일례로 각은 천장에 작은 조명 하나도 통제실에서 개별 제어할 수 있는 구조로 설계됐다. 이를 통해 사람이 없는 곳은 물론, 전체적인 조명을 어둡게 유지하면서 불필요한 전력 낭비를 줄이고 있다.

자연과 공존했던 장경각이 IDC에 주는 교훈

각은 자연을 이용한 냉방 외에도 설계 곳곳에서 자연과 융화될 수 있는 장치들을 마련했다. 앞서 언급한 서버룸의 폐열은 문자 그대로 '쓰레기 열'이지만 각에서는 유용한 열로 재사용된다.

각에는 △깽깽이풀 △양지꽃 △벌개미취 △바람꽃 등 다양한 화초가 길러지는 온실이 있다. 온실 역시 일정한 온도 유지를 위해 다량의 난방을 필요로 하는 시설인데, 각 온실의 난방은 서버룸의 폐열로 이뤄진다. 식물에 제공되는 물은 빗물을 정제해 만든 조경수다.

서버실 폐열로 난방을 대신하는 각 온실. (사진=네이버)

폐열은 온실 난방 외에도 겨울에는 각 내 도로 결빙 방지에 이용된다. 폐열의 온기를 흡수한 부동액이 도로 아래 특수 배관으로 순환되면서 도로 위 눈을 녹이는 '스노우 멜팅' 방식이다.

무엇보다 각의 외관, 전경 곳곳은 구봉산 경관을 최대한 해치지 않고 자연스레 녹아들려는 설계가 눈에 띄었다. IDC는 말 그대로 서버를 안정적으로 운용하기 위한 공간이라, 엄밀히 따지면 풀과 나무는 불필요하다. 그보단 고도의 보안을 요구하는 시설인 만큼 '벙커'처럼 꽁꽁 숨겨도 이상하지 않다.

그러나 각을 둘러보면 '초록 빛'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건물 곳곳에 풀과 화초가 심어져 있고 구봉산이 훤히 보일만큼 탁 트여 있다. 흔히 떠올리는 '회색 IDC'가 아니었다. 이날 외부로의 이동 중 네이버 관계자는 "각에서 가끔 고라니나 토끼 같은 야생동물이 발견된다는 얘기도 있다"며 각의 자연친화적 설계를 강조하기도 했다. 이는 산업화 이후 인간이 만든 온갖 첨단시설이 계속된 녹림 파괴로 이어지고 있는 문제를 생각하면, 사소하지만 미래 IDC에 필요한 또 하나의 미덕 아닐까?

애초에 각이란 이름의 유래는 IDC가 기록을 위한 보존소라는 점에서, 네이버가 고려시대 팔만대장경을 보관한 합천 해인사의 '장경각' 정신을 계승한 것이다. 장경각은 긴 세월 자연 친화적인 공간을 통해 과학적으로 기록물을 보관해온 한반도 선조들의 지혜가 담긴 공간이었다. 이를 계승한다는 건, IDC의 임무인 데이터 보존 외에도 수천년의 세월 동안 자연과 물아일체의 상태로 지식을 전수한 장경각의 일면 또한 전수해야 한다는 의미를 함께 담고 있다.

경상남도 양산 통도사에 있는 장경각. (사진=문화재청)

각의 이 같은 설계, 운영 전략은 일찍이 국제적으로도 인정받았다. 각이 세워진 10년 전은 IDC의 수요가 지금보다 훨씬 적고, 'ESG(환경·사회·지배구조)'로 대변되는 친환경 트렌드가 지금처럼 대두되기도 전이다. 덕분에 각은 당시 IDC로는 세계 최초로 국제 친환경 건물인증제도 LEED(v2009)에서 최고 등급인 '플래티넘' 인증을 획득했다. 구글이나 아마존 등 어떤 글로벌 대기업도 이루지 못한 쾌거였다.

실제로 데이터센터 에너지 효율을 평가하는 표준 지표인 PUE(Power Usage Effectiveness)의 경우, 각 춘천은 1.12를 기록 중이다. 국내 IDC 평균 PUE인 2.3과 전세계 IDC의 평균인 1.8보다 훨씬 낮은 수치다. PUE는 1에 가까울수록 새나가는 전력이 적어 전력 효율성이 높은 것을 의미한다.

한편 이날 투어에서 네이버는 다각적인 데이터 이중화, 철저한 관제, 지속적인 재난대응 훈련을 통해 달성한 10년 무사고 기록을 중점적으로 홍보했다. 이는 각의 규모를 생각하면 충분히 자랑할 만한 대기록이다. 그러나 다른 측면에서, 어떤 경우에도 서비스가 중단되면 안 되는 '미션 크리티컬(Mission critical)' 시설인 IDC에서 무중단 운영은 당연한 점도 있다.

그보단 전세계 산업의 근간이 디지털과 클라우드 기반으로 재편되고 있는 현시점, 빠르게 늘어날 IDC와 그로 인해 나타날 환경 변화 및 에너지 문제에 기업들은 더욱 민감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 인간이 숨 쉴 환경 없이는 방대하게 쌓인 지식과 서비스도 무의미하기 때문이다. 관련해 네이버는 "장경각은 당대 최고 기술력으로 800년 가까이 팔만대장경을 지켜왔다"며 "네이버는 앞으로도 세계 최고 수준의 친환경·고효율 데이터센터로서 기존 IDC의 틀과 형식을 과감히 깨고 가용 가능한 최첨단 기술을 모두 집약해 나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각 세종' 조감도. (사진=네이버)

아울러 네이버는 올해 3분기 완공과 4분기 가동을 목표로 충남 세종시에 신규 IDC '각 세종'을 짓고 있다. 각 세종의 규모는 각 춘천의 약 6배 규모인 29만3697제곱미터다. 각 춘천의 10년 노하우와 그에 기반한 새로운 시도가 각 세종에서 이뤄진다. 네이버는 각 세종에서 향후 20년간 안정적인 서비스 유지를 위해 건축 단계부터 에너지 효율을 고려한 설계, 친환경 재생 에너지를 적극 활용해 정부의 온실가스 감축과 탈원전을 대비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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