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을 개업한 A는 식당 홍보를 위해 외주업체에 전단지 제작을 맡겼다. 외주업체로부터 마음에 쏙 드는 전단지를 받은 A는 즐거운 마음으로 전단지를 배포하며 식당을 홍보했는데, 어느날 갑자기 B로부터 "저작권을 침해했으니 합의금을 달라"는 내용의 내용증명을 받게 되었다. 전단지에서 B의 글자체를 허락 없이 무단으로 사용했다는 것이다.

A는 저작권을 침해한 걸까? 그리고 B의 요구대로 합의금을 줘야할까?
저작권법 산책
폰트 저작권이라니? 글자체에도 저작권이 있다는 말인가?
위 사안의 결론을 알기 위해서 가장 먼저 폰트, 즉 글자체에도 저작권이 인정되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다음 판례(대법원 2001. 5. 15. 선고 98도732 판결)를 읽어보자.
서체 프로그램의 경우 단순한 데이터파일이 아닌 컴퓨터프로그램에 해당하고 서체파일 제작에 제작자의 창의적 개성이 표현되어 있어 그 창작성이 인정되어 저작물로 보호되어 컴퓨터프로그램으로서 서체파일을 복제, 전송, 배포하는 행위는 저작권 침해에 해당하지만, 서체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표현된 결과물 즉 서체 도안을 이용하는 것은 위와 같이 서체 도안 자체가 창작물에 해당하는 경우가 아닌 한 저작권 침해에 해당하지 않는다.
이처럼 우리나라 법원은 '폰트 도안'과 '폰트 파일'의 저작물성을 다르게 인정하고 있다.
즉 우리가 사용하는 글자체(폰트)는 컴퓨터에 저장되는 폰트 파일, 즉 서체 프로그램에 의해 만들어지게 되는데, 대법원은 폰트 파일 자체의 저작물성은 인정하면서, 이 서체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표현된 결과물, 즉 서체 도안에 대해서는 그 자체가 창작물에 해당하는 경우가 아닌 한 저작물성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쉽게 말해 저작권자의 폰트파일 자체를 무단으로 복제하거나 전송, 배포하는 행위는 저작권 침해로 보지만, 사례에서와 같이 그 폰트파일을 사용해서 만들어진 글자가 인쇄된 인쇄물을 배포하는 행위는 저작권 침해로 보지 않는 것이다.
참고로, 폰트파일은 저작권법상 '컴퓨터프로그램저작물'에 해당한다.
16. “컴퓨터프로그램저작물”은 특정한 결과를 얻기 위하여 컴퓨터 등 정보처리능력을 가진 장치(이하 “컴퓨터”라 한다) 내에서 직접 또는 간접으로 사용되는 일련의 지시ㆍ명령으로 표현된 창작물을 말한다.
따라서 위 사안에서 A가 전단지를 배포한 행위는, '폰트파일'을 직접 사용한 것이 아니라, 폰트파일을 이용한 결과물인 '폰트 도안'이 인쇄된 전단지를 배포한 행위이므로 저작권 침해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
결국 A는 B의 저작권을 침해하지 않았으므로, B의 합의금 요구에 응할 필요가 없다. 따라서 A는 B에게 자신에게 저작권 위반의 책임이 성립하지 않음을 반박하는 내용의 '내용증명 회신'을 하면 족할 것이다.
한편, 위 사안에서 외주업체는 직접 B의 '폰트파일'을 사용하여 전단지를 제작하였으므로 B의 저작권을 침해한 것이 된다.
또한, 조심해야 할 것은 폰트를 유료로 구입하여 사용한 경우에도 폰트를 이용할 수 있는 범위가 제한될 수 있다는 점이다. 즉 폰트를 구입한 경우에도 그 폰트가 유튜브 등 영상에서는 사용될 수 없다고 제한되어 있다면, 유튜브에서는 사용할 수 없고, 이를 위반하여 유튜브에서 사용한 경우 저작권 침해가 될 수 있다. 따라서 폰트를 구매해서 이용할 경우 그 폰트가 카테고리에 따른 제한없이 전범위에서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것인지 잘 살펴본 후 이용해야 한다.
* 로에나의 저작권돋보기
대기업 IP팀에서 사내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오늘의 소중함을 잊지 않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6월 말 <이제는 알아야 할 저작권법>이 출간 예정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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