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성 확대’ vs ‘역차별’… 美 ‘소수인종 大入 우대’ 존폐 기로 [세계는 지금]
인종적 균형 내세운 ‘소수자 우대 정책’
아시아계, 지원자 많고 성적 우수해도
대학 입시서 역차별 당하는 경우 많아
SFA, 하버드대 등 상대 헌법소원 제기
미국인 63% 폐기 지지·36% 유지 입장
대법 구성 보수 우위… ‘위헌’ 관측 우세
미국 연방대법원이 위헌 여부 심리에 돌입한 대학 입시에서의 소수자 우대 정책(Affirmative Action)은 그동안 아시아계 역차별 논란이 꾸준히 제기돼 상대적으로 교육열이 높은 재미 한인 커뮤니티도 우려하던 제도다. 사회 전체의 다양성 확대라는 대의(大義)와 아시아계 역차별이라는 현실적 불이익 앞에서 고민할 수밖에 없었던 한인 사회가 제도 존폐에 주목할 수밖에 없는 배경이다.
그동안 대입에서 아시아계가 차별당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한인의 우려도 작지 않았다.
‘미국의 8학군’이라고 불리는 버지니아주 페어팩스 카운티에 사는 12학년(한국 고등학교 3학년에 해당) 아들을 둔 학부모 A씨는 25일(현지시간) 통화에서 “미국 대학 입시는 저소득층 가구 학생이 유리하고, 인종으로는 흑인과 히스패닉, 성별로 하면 여성이 유리하다”며 “저소득층 가구의 흑인 여학생이 가장 유리하고, 중간 소득의 아시아계 남학생이 가장 불리하다고 말한다”고 했다. 대입을 준비하는 아들이 상대적으로 불리한 처지에 놓였다는 것이다.
SFA는 대법에 제출한 자체 분석 자료에서 인종에 따른 학업 수준 10분위별 입학률을 공개했다. 자료에 따르면 같은 학업 수준에서도 흑인의 입학률이 압도적으로 높았고, 히스패닉, 백인, 아시아인 순이었다. 특히 10분위 가운데 성적이 네 번째로 낮은 분위에서 아시아계 미국인의 입학률은 0.9%밖에 안 됐지만, 흑인의 경우 12.8%로 나타나 아시아계 미국인에 대한 역차별이 분명하다고 주장했다.
◆아시아계 역차별론에 반론도
미국 사회 전체적으로 볼 때 현 대입에서 백인·아시아계보다 흑인·히스패닉계가 불리하다고 인식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워싱턴포스트(WP)가 보도한 여론조사(10월7∼10일, 미국 성인 1238명 대상)에 따르면 좋은 대학 입시 기회에서 인종에 따른 유불리를 묻는 말에 흑인이 불리하다는 응답은 40%, 히스패닉계가 불리하다는 응답은 42%였다. 이에 비해 백인이나 아시아계가 불리하다는 응답은 각각 11%, 18%였다.
미국 사회 전체의 여론은 대입에서 소수자 우대 정책을 폐기해야 한다는 흐름이다. WP가 보도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63%는 제도 폐기를 지지했다. 반대한다는 입장은 36%였다. 인종적으로는 역시 현 제도의 유불리에 따라 입장이 갈렸다. 제도 폐기에 대해 백인과 아시아계는 각각 66%, 65%가 지지했다. 이에 비해 흑인은 폐기 지지 47%, 폐기 반대 53%였다.
대학 내에서 학생의 인종적 다양성 확대에 대해서는 64%가 긍정적이라고 답해 일견 모순적으로 보이기도 한다. 이는 대학의 인종적 다양성 확보에는 찬성하지만 입시는 부정적 차별은 물론 ‘긍정적 차별’도 없이 진행되어야 한다는 인식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31일 심리에 착수한 대법은 소수자 우대 정책에 따른 대입 제도에 대해 2003년과 2016년 문제가 없다고 결정했지만 지금은 상황이 바뀌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이래 대법관 구성이 보수 6명, 진보 3명으로 보수 우위로 바뀌면서 위헌 결정이 내려질 수 있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11·8 중간선거 다음 날인 9일 대법의 위헌 결정 시 대응을 묻는 말에 “대법이 기존의 결정을 뒤집을 것이라고 믿지 않는다”며 뾰족한 대답을 내놓지 못했다. 다양성 증진을 강조해온 바이든 행정부도 제도 지지 입장이 분명하지만 판결을 막을 수는 없다. 대법은 내년 6월쯤 위헌 여부 판단을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워싱턴=박영준 특파원 yj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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