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역사 바뀌면 ‘경비원 해고’… “고용승계 기대권 입법화를”
“경위서 한 번 쓴적 없는데 통보”
‘합리적인 이유 필요’ 판례 불구
관행 지속… “안전 장치 있어야”

평택시의 한 아파트에서 근무하던 60대 경비노동자 A씨는 지난달 30일 마지막 근무를 마쳤다. 해당 아파트의 경비 업무를 맡은 용역업체가 7월 1일자로 변경됐는데, 이전 용역업체 소속으로 일하던 경비노동자 5명 중 A씨를 포함한 2명이 고용 승계를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1년 반 동안 아파트에서 일해온 A씨가 가장 납득하기 어려운 것은 명확하지 않은 ‘해고 사유’다.
그는 “근무 중 경위서를 한 번도 쓴 적이 없고, 다른 동료들과 달리 입주민들과 사소한 다툼조차 없었다”며 “같은 장소에서 일하니까 업체만 바뀌어도 계속 일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면접 점수가 낮다’는 말 한마디로 해고 사유를 통보받으니 허탈하다”고 털어놨다.
아파트 경비노동자들이 용역업체 변경과 함께 해고 통보를 받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위탁업체가 바뀌더라도 고용은 승계돼야 한다는 법원 판례가 있음에도, 현장에서는 ‘계약 만료’를 이유로 한 해고가 관행처럼 이뤄지고 있어 ‘고용승계 기대권’의 입법화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은 판례(2016두57045)를 통해, 도급업체가 새로운 용역업체와 계약을 체결하더라도 근로자에게는 ‘고용승계 기대권’이 있다고 인정하고 있다. 즉, 용역계약이 새로 체결되더라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기존 근로자는 고용이 이어질 것이라는 정당한 기대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법원은 합리적인 이유 없이 고용 승계를 거부하는 것은 부당해고에 해당한다고 판단하고 있다.
실제 지난달에는 용역업체 계약만료를 이유로 해고당한 경비노동자 B씨가 해당 판례를 근거로 승소해 복직하기도 했다. 당시 용역업체는 B씨가 부당해고를 당했다고 판단한 중앙노동위원회의 판정을 취소해달라며 행정소송을 냈다.
하지만 재판부는 “용역업체가 바뀌어도 경비 인원은 항상 8명으로 유지됐고, 고용승계 의무가 없음에도 기존 근로자들이 계속 일해왔다”며 “동일한 업무를 수행하고 있었기에 새로 경비원을 선발하거나 채용할 필요성이 크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어 “고용승계 여부를 결정하려면 객관적인 평가가 이뤄져야 하지만, 원고는 그런 평가 없이 고용승계를 거부당했으며, 근무 중 주의나 경고 등의 징계도 받은 적이 없다”고 덧붙였다.
문제는 현장에서 ‘계약 만료’를 이유로 근거 없는 해고가 관행처럼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를 두고 ‘고용승계 기대권’을 법으로 명문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하은성 노무사는 “기대권은 고용 승계를 의무화하는 개념이 아니라, 노동자가 해고가 부당하다고 느낄 때 이를 다툴 수 있는 권리”라며 “고용 승계를 하지 않으려면 인원 감축 등 합리적인 사유가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3~6개월 등 초단기 계약으로 일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부당해고에 대응하려면 최소한의 법적 장치라도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목은수 기자 wood@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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