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LG 틈새 속 롯데하이마트의 돌파구…PB로 유통모델 바꿀까

롯데하이마트의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79억원가량 증가한 96억원을 기록하며 반등한 가운데 고강도 점포효율화 전략이 주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미지 제작=이유리 기자

롯데하이마트가 점포 구조조정으로 영업이익 반등을 이뤄냈지만 제조사의 소비자직접판매(D2C) 공세로 시장에서의 지위는 약화되고 있다. 삼성·LG가 프리미엄 인공지능(AI) 가전과 자사 생태계를 앞세워 고객을 끌어들이는 가운데 롯데하이마트는 실속형 가전시장을 겨냥한 자체브랜드(PB)로 새로운 돌파구를 찾고 있다. 제조사에 의존하는 유통모델에서 벗어나 마진 구조 개선과 시장 규모 확대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1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롯데하이마트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96억원으로 전년(17억원) 대비 79억원가량 증가했다. 이는 부실매장 정리를 중심으로 한 고강도 점포효율화 전략이 주효했던 결과로 풀이된다. 실제로 한때 400개를 넘었던 오프라인 점포 수는 지난해 말 기준 296개까지 축소됐다.

다만 가전 소비 침체와 점포정리의 여파로 순매출은 전년 대비 2.4% 감소한 2조3001억원에 그치며 3년 연속 외형 축소세를 이어갔다. 고강도 구조조정에 따른 ‘불황형 흑자’라는 평가가 나오지만 수익구조 측면에서는 개선되는 신호도 감지된다. 지난해 롯데하이마트의 매출총이익률(GPM)은 29.6%로 전년보다 0.9%p 상승했다. 체험형 콘셉트로 전환한 리뉴얼 매장의 매출은 39.2% 증가했고 직매입 자사몰 중심의 이커머스 매출도 8% 늘었다.

삼성 ‘아성’에 밀린 하이마트 점유율

/구글 제미나이의 도움을 받아 시각화하고 기자가 최종 검토·확인해 제작한 그래픽입니다. 그래픽에 포함된 데이터와 내용은 기자가 직접 취재한 결과물입니다.

문제는 제조사의 D2C 강화로 롯데하이마트의 시장 지위가 잠식되고 있다는 점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AI 기반 프리미엄 가전을 자사 매장과 온라인몰에 집중 배치하고 전용 생태계(삼성 SmartThings, LG ThinQ)에서 확보한 고객 데이터를 바탕으로 맞춤형 혜택과 구독 서비스를 강화하며 모객에 나서고 있다. 이에 따라 롯데하이마트나 전자랜드 같은 전통 양판유통사의 설 자리가 점점 좁아지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시장점유율은 역전했다. 2019년 38.7%로 가전유통 업계의 압도적 1위였던 롯데하이마트의 점유율은 2024년 27.7%까지 하락했다. 반면 삼성전자판매(삼성스토어)는 같은 기간 26.6%에서 40.8%로 급등하며 1위로 올라섰다. 2025년 추정치를 보면 50% 가까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LG전자 판매망인 하이프라자(LG베스트샵) 역시 2024년 25.4%를 기록하며 롯데하이마트를 약 2%p 차이로 추격하고 있다.

‘1인가구’ 틈새… PB의 경제학

롯데하이마트가 지난해 4월 기존 PB인 ‘하이메이드’를 9년 만에 개편한 새 브랜드 ‘플럭스’를 론칭했다. /사진 제공=롯데하이마트

이에 롯데하이마트가 선택한 승부수는 11년 만에 전면 개편한 PB ‘플럭스'다. 삼성·LG가 초고가 프리미엄 시장에 역량을 집중하는 사이 롯데하이마트는 국내 가구의 65%에 달하는 1~2인가구의 실속형 가성비 시장을 정조준했다. 소용량 냉장고, 이동형 양자점발광다이오드(QLED) TV, 초경량 청소기 등 이들 가구의 생활환경에 최적화된 제품군이 대표적이다.

물론 유통사 PB만으로 수조원대의 연구개발(R&D) 비용을 투입하는 제조사들의 아성을 넘거나 대규모 모객을 이끌어내기는 어렵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특히 브랜드 인지도가 핵심인 가전시장에서 하이마트라는 유통 브랜드가 삼성이나 LG의 브랜드파워를 대체하기는 현실적으로 힘들다는 시각이다.

하지만 하이마트의 PB 전략은 제품 경쟁을 넘어 유통마진 구조 혁신과 시장확대 측면에서 의미를 갖는다. 제조사브랜드(NB) 제품은 제조사에 종속된 수수료 구조를 따르지만 플럭스는 상품 기획부터 개발·품질 검증·운영까지 하이마트가 직접 관리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NB 대비 높은 마진율을 확보하고 제조사 가격 정책에 덜 의존하는 수익구조가 구축된다. 실제로 하이마트 PB 매출은 전년 대비 8% 증가한 1409억원을 달성했다.

유통 업계 관계자는 “제조사의 자사몰 강화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지만 모든 소비자가 특정 브랜드 생태계에 갇히기를 원하지는 않는다”며 “롯데하이마트가 PB로 가성비 수요를 잡고 구독 서비스로 멀티브랜드 플랫폼의 가치를 증명한다면 충분히 새로운 생존모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롯데하이마트는 올해 플럭스 신제품 60종을 추가 출시해 운영 품목을 200여개로 확대하고 신규 고객층 확보에 나설 계획이다. 회사 관계자는 “플럭스는 기존 제조사와 점유율 경쟁을 벌이기보다 가전 시장 규모를 확대하고 수익구조를 개선하는 데 목적을 둔다”며 “인구구조 변화에 맞춘 틈새 수요를 공략해 고객의 선택지를 넓히고 경쟁력을 강화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유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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