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리지 "발사체 시험발사 연기"…쉽지 않은 로켓 발사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스페이스X가 초대형 발사체 '스타십(Starship)'을 발사한 후 성공적으로 회수했다. 발사체 재사용을 위한 신기술 시도에 성공해 우주 역사의 한 획을 그었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국내 우주스타트업들의 발사체 개발 현황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최근 발사체 스타트업인 '페리지에어로스페이스(페리지)'가 올해 예정했던 준궤도 시험을 내년 1분기로 연기한 데다 아직 상업 발사 실적을 내는 스타트업이 없어 발사체 개발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페리지는 올해 중 자체 개발한 소형 발사체 '블루웨일1'의 첫 시험 발사를 진행할 예정이었다. 블루웨일1의 상단부를 활용한 준궤도 시험발사다. 길이 20.6m의 블루웨일1은 메탄을 기반으로 하고 최대 중량 200kg의 탑재체를 500km 태양동기궤도(SSO)로 수송할 수 있는 2단 소형 우주발사체다. 준궤도 시험발사란 자체 추진기관으로 발사체를 100㎞ 이하 높이까지 올라가게 했다가 다시 떨어지도록 만드는 발사다.
18일 페리지는 준궤도 발사체 시험발사를 내년 1분기로 연기한다고 밝혔다. 페리지의 자체 해상 발사 플랫폼(MLP) 위에 발사체를 고정해 놓은 뒤 진행된 최종 준비 단계에서 보완 사항이 발견돼 일정 연기가 불가피해졌다는 설명이다. 주요 부품이 해양 환경, 악천후 등에 장기 노출됐고 '비행 전 제거 핀(RBF)'을 연결, 해제하길 여러 차례 반복하면서 점화 관련 부품에 접촉 불량이 생긴 것으로 추정된다.
이같은 페리지 설명에 한 국내 항공우주 전문가는 "세계 대부분의 발사장은 안전 문제 때문에 바다를 접할 수 있으면 바닷가에 구축한다"면서 "이 때문에 기본적으로 발사체는 해양환경으로 인해 생기는 온도, 습도, 염분 등 문제까지 고려해 만들어져야 한다"면서 페리지 발사체의 기술력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페리지는 지난해 11월 제주 '하원 테크노 캠퍼스'에서 발사체 재사용 기술 확보의 핵심인 '기체 수직 이착륙 시험'을 성공한 상태다. 시험기체인 '블루웨일 0.3'을 고도 100m까지 수직으로 올려 정지비행 후 정해진 위치로 수직 착륙시켰다. 여기서 더 나아가 시도한 첫 시험 발사가 지체되고 있는 것이다.
또 다른 발사체 스타트업인 '이노스페이스'는 이미 시험 발사에 성공했다. 지난해 3월 브라질 알칸타라 우주센터에서 '한빛-TLV(1단 발사체)' 준궤도 시험발사에 성공했다. 이노스페이스가 개발 중인 발사체 ‘한빛-나노’의 기술을 실증하는 시도였다. 한빛-나노는 중량 90kg급 탑재체를 500km SSO에 투입시키는 2단형 소형위성 발사체다.
이노스페이스는 내년 3월 브라질에서 한빛-나노를 이용해 첫 번째 상업 발사를 개시한다. 2025년 상용화가 목표다. 지난 9월 이노스페이스는 한빛-나노의 페이로드 페어링 분리시험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고 밝혔다. 페이로드 페어링은 발사체 가장 앞쪽에 위치하는 장비의 첨두부다. 발사체는 대기권을 통과한 이후에 무게를 줄이기 위해 페이로드 페어링을 분리한다. 위성을 안전하게 궤도에 안착시키는 최종 관문인 셈이다.
8월 이노스페이스는 자사 발사체에 메탄엔진을 달아 진행한 연소시험에 성공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노스페이스는 파라핀 기반 고체연료와 액체산소를 결합한 독자적인 하이브리드 엔진을 활용해 왔는데 메탄엔진까지 발사체에 탑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노스페이스는 한빛-나노 외에도 탑재중량 최대 170kg의 '한빛-마이크로', 탑재중량 최대 1300kg의 '한빛-미니'도 개발 중이다. 탑재중량을 점점 높여 2026년까지 세 발사체 개발을 완료할 예정이다. 한빛-마이크로는 내년 3분기, 한빛-미니는 26년 4분기에 상업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2022년 2월 설립된 '우나스텔라'도 있다. 우나스텔라는 국내 최초 민간 유인 우주 발사체 개발에 도전하고 있다. 연내 자사가 개발한 발사체 '우나 익스프레스 1호기'를 시험 발사한다는 계획이다. 우나 익스프레스 1호기는 길이 10m, 지름 0.7m 규모의 발사체다. 케로신(등유)과 액체산소를 연료로 사용한다.
현재 우나스텔라는 전기모터펌프 사이클 엔진 시스템 기반의 자체 엔진을 설계 및 개발하고 있다. 설립 1년 만인 지난해 1월 자체 개발 연소기의 지상 연소 성능 시험에 성공해 기술력과 개발 속도를 입증한 바 있다.
이들 스타트업들이 발사체 개발에 전력을 다하고 있지만 전 세계 우주개발 현황을 미뤄볼 때 속도를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을 비롯해 중국, 유럽 등에서 발사체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기 때문에 한국 발사체가 경쟁력을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민간 기업 중심으로 재사용 발사체 개발에 빠른 속도로 뛰어들고 있다. 스페이스X의 스타십은 지구 저궤도에 무려 150t의 탑재체를 쏘아 올릴 수 있다. 재사용까지 가능하면 발사 비용도 기존에 비해 대폭 저렴해진다. 스페이스X의 발사체 ‘팰컨9′의 탑재 중량은 이미 22.8t이다.
[이채린 기자 rini11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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