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신축 아파트, 단정한 외관 너머로 들어서면 그라데이션 철제 그릴을 통과한 햇살이 천천히 번지는 현관이 가장 먼저 시선을 사로잡는다. 이 집은 단지 예쁜 공간을 넘어, 자연을 포용하고 도심과 공존하는 삶의 방식을 제안한다.

현관은 좁은 공간에 깊이를 부여하며 공간의 시작이자 인상을 부드럽게 이끈다. 스모키 핑크 톤이 집 안 깊숙이 퍼지도록 가이드하고, 깔끔하게 정리된 신발장은 바닥의 육각 타일과 함께 소소하지만 위트 넘치는 첫인상을 남긴다.
채광을 품은 리빙무비 존

TV 대신 프로젝터. 벽 대신 추억을 담은 선반. 거실의 변화는 꽤 과감했다. 기존 TV 벽을 없앤 자리에 프로젝션 스크린과 스피커가 자리를 잡았고, 그 배경으로는 청록과 핑크가 미묘하게 번지는 벽지가 걸려 있다.

단호하지만 숨겨진 로맨틱함을 품고 있는 안주인의 기질처럼, 공간도 차분함 속 놀라운 생기와 온도를 품었다. 유연하게 배치된 가구는 빛이 가득한 수평 라인을 따라 흐르고, 어디서든 자연광과 바람을 마주할 수 있는 구조가 탁월하다. 공간 사이에 흐르는 리듬은 집의 이야기가 보는 이를 감싸 안는 듯한 따뜻함으로 전해진다.

조리와 교감을 이어주는 주방

좁고 답답했던 기존의 주방 구조는 사라지고, 식탁과 아일랜드 키친이 감정의 중심으로 자리했다. 푸르게 눌러준 청록의 색감은 과시보다 절제의 미덕으로 자리하고, 토템 무늬의 타일과 제트블랙 스톤은 이국적인 재미를 더한다.

부부가 함께 요리하고 대화하며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동선은 시각뿐 아니라 감정적으로도 연결되어 있다. 은은한 조명을 통해 완성된 주방은 레시피보다 함께하는 시간이 더 소중한 공간으로 재탄생했다.
하루의 끝, 내면과 만나는 침실로

회색의 평화를 입은 침실은 하루를 마무리하기 가장 좋은 장소다. 옅은 분홍색 헤드보드와 입체적인 몰딩을 통해 단조로움을 극복하고, 양방향 슬라이딩 도어 옷장은 공간을 보다 부드럽게 확장시킨다.
드러내기보다는 감추는 방식으로 수납을 해결해, 눈과 마음이 모두 정돈되는 밤을 만들었다. 조도, 색감, 가구의 높낮이까지 신중하게 조율된 이 공간은 깊은 숨을 들이쉬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