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진짜 파리맞아? "여기요!" 한국말 주문, 드럼통 테이블까지
[편집자주] 2022년 10월부터 12월까지 파리에서 생활하며 느낀 점과 전문가를 취재한 내용을 전해드립니다.
"여기요~!"
프랑스 파리 퐁피두센터 인근의 한식당 '밥바'(Bapbar)를 운영하는 이동호씨는 언젠가 한 파리지앵이 이렇게 자신을 부르는 것을 듣고 깜짝 놀랐다고 합니다. 프랑스는 식당 직원을 직접 부르지 않고 기다리는 게 기본 에티켓인 나라입니다. 한국인 입장에서는 굉장히 답답한 문화인데요. 그걸 파리 현지인이 깨버렸기 때문입니다.
알고보니 그 손님은 자신이 드라마와 영화로 배운 한국 문화, 그리고 말을 테스트해본 것이었다고요. "한국 식당에서 정말 한국식으로 주문하는 게 먹힐까?"라는 생각을 갖고 한번 시도를 해본 것이었겠지요.
이동호씨는 "그런 말들을 받아주면 자기 한국말을 알아준다고 또 엄청나게 좋아하더라"며 "자신의 발음이 정확한지 물어보는 현지인들도 있다. 한국어를 테스트해보듯이 주문들 하는데, 굉장히 재미있었다"며 웃어보였습니다.
파리에서 최근 신드롬급의 인기를 끌기 시작한 한식의 영향력이 드러난 순간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식당과 음식은 그 자체가 문화 전파의 매개가 될 수 있는 것이지요. 당장 '밥바'에서의 에피소드를 통해 한글과 한국식 문화가 공고하게 뿌리내리는 장면을 생생하게 목격할 수 있습니다.
한식의 인기 비결로는 △새로운 맛과 재미 △신선한 채소와 함께 즐기는 건강식이라는 점과 함께 △K-콘텐츠의 유행이 꼽힙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K-팝 스타가 좋아하는 음식, 그리고 K-드라마·영화에서 인상깊게 본 음식을 경험해보는 것입니다. 그렇게 식당을 방문하고 음식을 경험하는 과정에서 한국 문화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지면, 또 K-팝·영화·드라마에 대한 관심도가 확대될 것입니다. 선순환이 이뤄지는 셈이지요.
식당이라는 공간 자체가 K-컬쳐에 대한 관심도를 높이기도 합니다. '밥바'에는 하회탈과 메주 장식도 있었는데, 이것에 대한 질문을 하고 관심을 보이는 손님들도 굉장히 많다고 합니다.
15구의 분식집 '동네'(Dongne)에 이어 중심지 리셜리외가에 치맥집 '동네 치킨'을 최근 오픈한 최현진씨의 생각도 비슷합니다. 그는 '동네 치킨'을 한국의 복고풍 인테리어로 꾸몄습니다. 가게 안에 들어오면 여기가 파리인지 서울인지 알기가 힘들 정도입니다. 메뉴에 소주는 물론 막걸리도 있습니다.
최현진씨는 "진짜 한국의 예전 분위기가 이랬지 않나. 이런 분위기를 좋아하시는 파리 현지인들이 정말 많다"며 "가게에 들어오자마자 하는 게 사진찍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 분위기에 취해서인지 "한국 맥주를 달라"고 하는 현지인들도 많다고요. 맥주의 맛은 상관이 없나봅니다.
생크림 케이크나 홍초 음료 등 한국풍 디저트로 파리 마레지구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비니씨'(Binici)를 운영하는 김현빈씨는 "한국 문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가게를 방문하는 경우가 많다"며 "처음 영업을 시작했을 때는 손님의 80~90%가 한국어를 공부하거나, 한국 문화에 관심있는 사람들이었다"고 말했습니다.
한식당은 파리 현지에서 200곳을 돌파하며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한식당을 열면 무조건 된다"는 말이 나올 정도입니다. '건강식'으로 각광받고 있는 비빔밥은 물론, 떡볶이와 같이 프랑스 사람들이 안 좋아할 것 같은 메뉴를 파는 식당에도 현지들이 줄을 서 있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한식에 대한 이곳 사람들의 편견이 깨지고 있는 상황인 셈입니다.
반작용도 있습니다. 모든 식당들의 메뉴가 유행따라 비슷비슷해져 간다는 점, 그리고 우후죽순 생기는 한식당들의 품질 관리가 잘 되지 않는다는 점 등이 문제점입니다. 파리 사람들은 음식에 대한 기준이 까다롭기로 이름 높습니다. 다양하고 높은 질의 음식을 꾸준히 만들지 못하면 한식 열풍이 한때의 바람에 그칠 수도 있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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